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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11월, 일본 도호쿠 대학 요시다 히로시 교수는 "선거를 열심히 하는 세대가 그만큼 경제적 혜택도 누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일본 중의원 선거의 연령대별 투표율과 이후 연금 등 사회복지비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청장년층(20~49세) 투표율이 1%포인트 낮아질 때마다 노인세대와의 복지혜택 격차가 연간 1인당 5만9800만 엔씩 늘어났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비슷했던 수준이 지금은 엄청나게 벌어졌다. 27세 젊은이는 1978만 엔을 내고 1265만 엔을 받고, 62세는 1436만 엔을 내고 1938만 엔을 받는다.

현재 일본의 60대 이상 투표율은 꾸준히 70%대를 유지하고 있고, 20대 투표율은 38%까지 떨어졌다. 이런 격차가 가져오는 결과는 비단 연금뿐일까?

'정치 사랑' 외에 탈출구는 없다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
▲ 책표지 '정치 사랑' 외에 탈출구는 없다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
ⓒ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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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힘든 상황에 놓인 청년들이 '정치 사랑'을 통해 탈출구를 찾아야 한다며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를 내놨다.

그는 청년이 "전위이자 주체"가 돼야 한다면서 이 책을 썼다고 말했다. 제목이 다소 도발적인데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실 강 교수는 12년 전 <인물과 사상 25>의 머리말을 통해 '정당으로 쳐들어가자!'고 주장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 세월이 흘러 '청년'을 자처하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가자!'가 아니라 '가라!'로 바뀌었다.

이어 그는 "명령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권유"라고 강조했다. '꼰대질'이나 '선비질'을 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명령을 한들 듣겠느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목마른 자, 정치를 사랑할지어다

책은 정치권이 '미래 마케팅'을 엄청나게 해대지만 정작 그들의 시야에 미래는 없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정권의 시야는 5년, 국회의원의 시야는 4년까지"라고 일축한다. 그게 바로 "정치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정치에 침을 퉤퉤 뱉어놓고 독식하려는 사람들이 무엇이 아쉬워 잠재적 경쟁자들이 될 사람들을 정당으로 끌어들이겠는가 말이다. -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에서

'한탕주의'나 '한방주의'에 중독된 기성 정치로는 현재 상황을 타개할 수 없다. 결국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파야 한다. 따라서 저자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는 청년들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군 이래 최대의 스펙'으로도 취직이 어려워 '열정 페이'를 받으며 '노오력'을 강요당하는 청춘들이 왜 '포기'만 해야 하는가. 언젠가부터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 세대'를 넘어 '오포(삼포 세대에 인간관계·내 집 마련 포기가 추가) 세대'가 된 청년들이 이 절망적인 상황을 탈출하는 길은 직접 나서는 것이다.

그럼 어떻게 나서느냐. '정치'를 통해서 행동해야 한다. 다만 저자는 '청년유니온(노동)'과 달팽이유니온(주거)'처럼 거대 구조보다는 의제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단 얘기다.

책은 얼마 전 정의당 당 대표에 출마해 돌풍을 일으켰던 조성주 미래정치센터 소장의 사례를 소개했다. 조성주 소장은 지난 2010년 3월 대한민국 최초의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을 결성했다. 이 단체는 아르바이트생으로 불리던 이들에게 노동자라는 이름을 갖게 했고 '피자 배달 30분제'를 폐지했으며 커피전문점 노동자들의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게 싸우는 등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정치를 '너희의 것'으로 보는 관점에선 청년들이 정당으로 쳐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청년 정치인'이 많이 탄생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들리겠지만, 그게 아니다. 정치를 '우리의 것'으로 새롭게 보는 '관점 혁명'부터 시작해보자는 것이다. -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에서

저자의 지적처럼, 정치는 절대 더럽고 혐오스러운 것이 아니다. '너희의 것'이란 관점이 그런 생각을 만들어낸다. 정치가 왜 그래야만 하는가. 정치가 '우리의 것'이라 생각하면 얼마든지 직접 정화할 수 있다. 정치를 계속해서 혐오하기만 하면 '너희'만 웃을 뿐이다. 어쩌면 '너희'는 그런 상황을 바랄지도 모른다.

정치혐오에 기반한 혁신은 일시적인 화장의 효과는 낼 수 있을망정 그만큼 높아진 기대 수준에 부응하지 못해 좌절과 환멸의 악순환을 가져오고, 종국엔 부메랑으로 돌아와 청년 정치의 가능성을 죽이고 만다. 유권자들에게 아첨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도 요구할 게 있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에서

강준만이 말하는 우리가 극복해야 할 두 가지

책은 청년들이 정당으로 쳐들어가기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 두 가지를 던진다. 하나는 '밥상머리' 세뇌 교육의 굴레를 벗는 일, 또 하나는 이른바 '박원순 모델'에서 독립하는 일이다.

저자는 청년들이 자라며 '정치가 더럽고 위험한 것이고 따라서 상종해선 안 될 것으로 배워왔다'고 지적한다. 책에 따르면, 전북대의 한 학생은 자신의 부모님들이 "정치에 무관심했고 사회질서에 순종적이었다"면서 "그저 각자가 '위'에서 정해준 대로 법 지키고 착하게 살면 된다고 생각했던 분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런 분들 앞에서 내뱉는 정치에 대한 불만은 '꾸중'으로 이어지곤 했다. 청년들이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말이다.

둘째로 지적한 '박원순 모델에서의 독립'은 시민운동가도 언제든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박원순 시장이 신뢰를 먹고 살아야 할 시민운동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박 시장이 시민운동가 시절, 시민운동가가 정치하는 걸 변절이나 타락으로 여기는 발상에 근거해 "정치를 하지 않겠노라"고 수없이 반복해 언급한 점 때문이다. 그의 사회적 영향력이 워낙 컸기에 이런 자세는 시민운동가들에게 일종의 불문율처럼 여겨졌다. 이제부터 저자는 '정치를 하겠다'는 발언에 관대한 사회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운동에 뛰어든 청년들은 '박원순 모델'의 잔재를 훌훌 털어버리고 처음부터 당당하게 선언해야 한다. "때가 무르익으면 언제든지 정치를 하겠다"라고 말이다. -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에서

청년들의 힘으로 자신들을 진정 대변해줄 수 있는 국회의원이 탄생한다고, 정당이 생겨난다고 생각해보라. 가슴 뛰지 않나? 청년 인구만 몇인가. 이 모두 정치를 사랑하면 가능한 일이다. 무작정 '정치 혐오'만 내세우면 누가 웃을지 빤하잖은가. 그러니 '죽창' 대신 '정당'을 들자. 만들면 더 좋고.

청년들 스스로 감히 생각하는 것, 그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투쟁이다. -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에서

○ 편집ㅣ홍현진 기자

덧붙이는 글 | <쳥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펴냄 / 2015.09 / 1만2000원)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 - '정치 사랑'외에 탈출구는 없다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2015)


태그:#강준만,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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