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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 23일 당 혁신위원회의 부산 출마 제안에 "심사숙고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문 대표.
▲ 문재인, 부산 출마 제안에 "심사숙고 하겠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지난 23일 당 혁신위원회의 부산 출마 제안에 "심사숙고 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문 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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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를 앞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재신임 카드로 리더십의 위기에서 겨우 빠져나오기도 잠시, 혁신위원회가 던진 '물갈이 폭탄'의 후폭풍으로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주류-비주류 갈등으로 상처투성이가 된 당을 재건하는 과제도 시급하다. 분열된 당을 총선 전에 통합해야 하는 동시에, '제도를 뛰어 넘는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 화합을 기반으로 신당 바람을 차단하고 분열과 이탈을 막는 역할 역시 오로지 문 대표의 역량에 달렸다.

문 대표는 지난 2.8 전당대회 당시 "저에게는 세 번의 죽을 고비가 있다"라고 말했다. 첫 번째(전대 승리)와 두 번째(혁신안 통과) 고비를 넘긴 그는 이제 '총선 승리'라는 세 번째 고비 앞에 서 있다. 추석을 앞둔 문 대표의 고민과 구상을 언론 인터뷰를 바탕으로 정리해봤다.

부산 출마로 인적쇄신 동참 압박하나

가까스로 봉합돼 가던 당이 혁신위의 인적쇄신 요구로 또 다시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사실상 '물갈이' 대상으로 거론된 박지원 의원은 탈당 불사 방침을 밝혔고, '험지' 출마를 요구받은 전직 대표들 역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부산 출마를 압박 받은 문 대표는 일단 총선 불출마 의사 재고에 들어갔다. 당이 요구한다면 야권 불모지에 몸을 던질 수도 있다는 각오다. 혁신위는 문 대표의 부산 영도 출마 필요성을 언급했다. 잘하면 여야 대선 주자 간의 '빅매치'가 성사될 수도 있다.

그는 지난 23일 <세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제가 출마하지 않고 그런 곳(경합지)을 지원하는 게 총선 승리를 위해 더 도움 되는 길일 수 있다, 그래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라면서도 "그것보다 더 도움 되는 길이 있다면 어떤 길이든 선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내년 총선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래야 (내후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라고 전제하며 "저는 대표니까 솔선수범해 더 큰 헌신을 하라면 받아들이겠다"라고 강조했다.

먼저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른 전직 대표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 그는 기회가 될 때마다 "총선 승리를 위해 당 구성원 모두 헌신하고 자기를 희생해야 한다"라고 언급해왔다.

시스템 공천에 따른 '물갈이'도 적극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 17일 <국민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특정인과 특정 그룹을 대상으로 한 인위적 물갈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호남이든 비호남이든, 다선이든 초선이든 똑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고, 그 평가에 따라 배제되는 분은 배제되는 것"이라고 예고했다.

'통합'과 '기강', 두 마리 토끼 잡기에 나선다

'정치적 재신임'을 얻은 문 대표는 향후 추진 과제 가운데 첫 번째로 '통합'을 약속했다. 계파 갈등과 내홍으로 '쑥대밭'이 된 당을 추스르고 화합과 결속을 다지겠다는 뜻이다.

그는 추석연휴가 끝나면 본격적으로 소통 행보에 집중하며 비주류 끌어안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의원이 제안한 '지도자급 연석회의', 비주류 의원들을 대거 포함한 '특보단' 등을 구성할 계획이다.

특히 전직 당 대표인 안철수 의원 등과 연대하는 '희망스크럼'을 기반으로 통합의 구심력을 확보한다는 생각이다. 최근 자신에게 각을 세우는 안 의원을 향해 '화합'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세계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함께 혁신을 해나가자는 제 제안에 안 전 대표가 화답해주고 있는데, 왜 각을 세운다고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반문했다. 안 의원의 신당 참여설을 두고는 "우리 당의 창업주 중 하나다, 안 전 대표의 탈당 가능성을 얘기하는 것은 그분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문 대표는 "당의 기둥들이 총선 승리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힘을 한데 모으자"라며 화합과 연대를 강조했다.

통합과 더불어 당의 기강 확립도 강조한다. 실제로 문 대표는 '재신임 정국' 이후 당을 흔드는 발언 등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당의 기강을 확립하자는 것은 민주적 절차를 거친 결정에 승복하고 실천하며 함께 책임지는 당을 만들자는 뜻"이라며 "마음껏 주장할 자유만 누리고 책임과 실천은 회피하는 정당이 무슨 수로 국민과 당원의 믿음을 얻을 수 있겠나"라고 일갈했다.

"후보연대 전술은 안 돼"... 천정배·정의당에 '통합' 제안

25일 오후 부산을 찾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가 부산역에서 시민들에게 추석 맞이 귀경인사를 하고 있다.
 25일 오후 부산을 찾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가 부산역에서 시민들에게 추석 맞이 귀경인사를 하고 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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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신당' 등을 향한 문 대표의 기조는 단호하다. 당의 통합과 화합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려 신당 움직임을 무력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새정치연합이 호남 민심을 회복하면 천정배 무소속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도 정당성을 얻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문 대표는 25일 당의 온라인 팟캐스트 <진짜가 나타났다>에서 "'새정치연합을 대체하자'는 신당의 주장이 지지받을 수 있을지는 결국 우리 당에 달렸다"라며 "우리가 (국민에게) 총선 승리의 희망을 주면 그만큼 신당은 명분도 없고 입지도 없고 지지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로 분열해 새누리당에 '어부지리'의 기회를 주는 행태는 호남 민심이 결코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며 "실제로 지금의 신당 흐름은 대체로 예고됐던 바들이고, 그 이상의 당내 동조는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천정배 신당'과 더불어 '정의당'과의 통합도 고려하는 모습이다. 문 대표는 "천 의원도 그렇고 정의당도 그렇고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라며 "과거처럼 당을 달리하고 선거 때마다 후보연대 전술을 취하는 것은 이제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없을 것"(17일 <국민일보> 인터뷰)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추석 이후부터 여당을 상대로 의제 선점에 나서면서 사실상 총선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안보와 경제 분야 정책으로 지지층을 넓히는 것과 더불어, 청년 일자리 비전 등을 제시해 당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그는 "유능한경제정당위원회와 소득주도성장, 한반도 신경제지도 비전 등이 당내 분열 상황 때문에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라며 "우리가 단합해서 나가면 국민들이 제대로 아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장 추석이 지나고 나면 청년들의 절망적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비전도 발표할 계획"이라며 "새누리당 10년의 경제실패 무능을 제대로 회복할 수 있는 정당이라는 걸 보여드리겠다"(25일 <진짜가 나타났다>)라고 강조했다.


태그:#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물갈이,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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