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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수 전주시장이 24일 오후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24일 오후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 전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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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①]에서 이어집니다.

전주시가 10년 동안 추진해 정부 승인까지 받은 '전주종합경기장 롯데쇼핑몰 유치 사업'을 취임 1년 만에 뒤집은 '초선' 김승수 전주시장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유치 철회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악의 경우 마지노선은 있지 않나"라고 묻자 그는 "법적·행정적 절차에 따라 문제없이 진행됐더라도 전임자가 4대강 사업을 했으면 후임자가 가만둬야 하나"라며 "롯데쇼핑몰 철회 결정은 내겐 절차를 넘어선,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결정이다"고 강조했다.

24일 전주시청에서 만난 김 시장은 '도시'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는 달변을 구사하진 않았지만, 논리적으로 정돈된 느낌을 풍겼다. 보통의 정치인과 달리, 사전 질문지를 요구하지도 않았으나 대체로 답변에 막힘이 없었다.

"지금 우리는 '도시 경쟁력'이란 강박에 시달리고 있다. 왜 전주가 서울과 경쟁해야 하나. 왜 전주가 다른 도시를 이겨야 하나. '몇 대 도시'란 말을 자주 듣는다. 대부분 인구와 경제력을 기준으로 한 평가다. 유럽 어느 도시를 가도 인구, 면적, 경제력 등으로 '몇 대 도시'를 이야기 하지 않는다. 다만 그들은 문화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긴다. '세계 12위 경제대국,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패러다임은 이미 지났다."

김 시장은 롯데쇼핑몰 철회 뿐만 아니라 "국민소득 2만불이 안 되도 행복할 수 있다"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그동안 인터뷰에서 "10년 정도 시장직을 유지하면 전주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해놓고, 재선·3선을 위한 표심 관리는 안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표 걱정 안 하나"라는 물음에 김 시장은 웃음을 내보이면서도 "선거에 떨어지더라도 좋지 않은 세력과 타협하고 싶지 않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아래는 김 시장과 한 인터뷰 전문이다.

"대기업·자본주의, 무조건 반대하지 않아"

김승수 전주시장이 24일 오후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를 마친 뒤, 전주종합경기장의 과거 사진을 가리키며 경기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24일 오후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를 마친 뒤, 전주종합경기장의 과거 사진을 가리키며 경기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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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인터뷰에서 10년 정도 시장직을 유지하면 전주를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이는 3선을 꽉 채워야 한다는 말인데. 대기업과의 전쟁, 재선에 악재 아닌가.
"그렇다(웃음). 아…. (사실) 도움이 될지, 안 될지 모르겠다. 어쨌든 전주의 미래가치를 생각해본다면 굉장히 중요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 방향이 맞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이 방향으로 10년 정도 나아가야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선거에 떨어지더라도 좋지 않은 세력과 타협하고 싶진 않다. 시장이 된 뒤에 이런 일들이 일종의 계급투쟁이란 생각을 많이 했다. '기득권 세력이,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들이 선의를 갖고 권력과 부를 나누는 건 본질적으로 안 되는 일이구나'라는 생각 말이다."

- 지난 4~5일 국제회의에서 "국민소득 2만불로도 행복한 전주"를 이야기했다. 이것 역시 표 떨어지는 말 아닌가(관련기사 : "소득 3만불이면 행복?" 전주시장의 도발적 질문).
"그런 거 걱정하면 정치 안 한다. 개인적으로 비서 생활을 오래 해왔다. 그러면서 (정치하는) 기간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느꼈다. 의미있는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하지, 오래 활동하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동안 떠나는 정치인의 모습을 많이 봐왔다. 90% 이상 초라한 뒷모습이다. 내가 정치를 떠날 때 모습을 상상하면서, '나는 저러면 안 되겠다'라고 스스로 자극한다.

지역에선 생활비를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는 궁극적으로 지역의 경쟁력을 좌우한다. 지역 경제는 경제의 규모만큼 중요한 게 돈의 흐름이다. 전주는 전통시장 상품권(온누리 상품권)이 가장 잘 유통되는 곳 중 하나다. 또 전국 최초로 사회적경제를 위한 '국' 단위의 부서(사회적경제국)을 만들었다. 전주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자활기업이 안착할 수 있는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 서울만 되도 규모 때문에 실험은 가능하지만 안착은 어렵다. 이러한 사회적경제 분야만 잘 정착되면 전주의 생활비를 낮출 수 있다.

또 앞으로 전주만의 삶의 행복지수를 만들어 보려고 한다. 전주형 행복지수는 한 달에 가족 모임을 몇 번 했는지, 문화 공연을 몇 차례 즐겼는지, 악기를 다루거나 스포츠 활동을 얼마나 하는지, 차는 없지만 시내버스를 탔을 때 만족도는 얼마나 높은지 등의 지수를 지향점으로 삼을 것이다.

그렇다고 전주가 부탄처럼 '자연적 삶으로 돌아가는 모델'을 추구하진 않는다. 요즘 <이기적 경제학 이타적 경제학>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 행복을 위해선 생활 수준이 어느 정도 도달해야 하는 임계점이 있다. GDP가 무조건 낮다고 행복한 건 아니다. 위생, 환경, 건강, 음식 등의 생활 수준이 그 임계점에 도달한 이후의 방향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대기업과 자본주의도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상대로 휘두르는 횡포, 골목까지 침투해 상권을 싸그리 짓밟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전북과의 관계, 매우 염려"

김승수 전주시장이 24일 오후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24일 오후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 전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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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쇼핑몰 입점은 전임 시장, 그러니까 현 전북도지사(송하진)의 임기 동안 벌어진 일이다. 전북과의 관계도 순탄치 않을 것 같은데.
"그렇다. 도와 시가 함께 해야할 일이 많은데, 이 문제 하나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다른 부분까지 영향이 확산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굉장히 염려되는 일이다."

- 지난 국제회의에서도 그렇고 행복을 이야기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시민들을 만나면 대중교통이 불편하고, 직장생활이 불안하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이건 결국 불행하다는 것이다. 시장이 추구해야 할 가장 큰 목표는 시민들의 행복이다. 그 지향점을 나는 ▲ 인간적인 ▲ 생태·환경이 살아있는 ▲ 문화가 넓고 깊게 자리잡은 도시로 생각하고 있다. 누구는 수출을 많이 해야, 국민소득이 3만, 4만불이 돼야 행복할 거라 믿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행복이란 단어로 시민을 설득하는 게 쉽진 않다. 하지만 벌써 곳곳에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 이틀 전, 퀼트 공예를 하는 협동조합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분들께서 '시장님, 이제 시장님이 경제적으로 뭘 하려는지 알 거 같아요. 너무 행복해요'라고 말하더라. 이런 씨앗들이 민들레씨처럼 퍼지는 것, 물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가능하다고 본다."

- 이후 정치인으로서 목표가 있다면.
"정말 아무것도 없다. 이른바 국회의원, 도지사 생각 역시 눈곱만큼도 없다. 왜냐면 도시가 국가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24일 오후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24일 오후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오마이뉴스>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 전주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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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김승수, #전주시장, #롯데, #쇼핑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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