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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의 광고 '노동 개혁'을 홍보하는 고용노동부의 광고
▲ 고용노동부의 광고 '노동 개혁'을 홍보하는 고용노동부의 광고
ⓒ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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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광고를 여러 편에 걸쳐 냈다.

"노동 개혁은 우리 아들, 딸들의 일자리입니다."

이 광고는 쉬운 해고와 임금 피크제를 골자로 하는 노동 개혁을 옹호하고 있다. '가족 애(愛)'를 가장하지만, 실상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위해 기성세대가 월급을 줄이고 쉽게 해고될 것을 요구한다.

이로써 경제난에 대한 '고통 분담'은 고스란히 노동자들의 몫으로만 남게 됐다. 기업과 기득권층은 자연스레 빠지고, 노동자들끼리의 밥그릇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그 밥그릇 싸움의 주체는 '아버지'와 '아들'의 프레임을 입고, 세대갈등으로 표면화된다.

아버지 세대는 졸지에 '자식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존재'가 됐고, 자식들은 '아버지들의 일자리를 뺏을 존재'가 돼버렸다. 그리고 고용노동부는 아버지 세대들에게 '자식들을 위해' 사회에서 쉽게 물러나 줄 것을 요구한다. 똑똑하고 전도유망한 청년들을 위해, 이미 늙어버린 기성세대가 희생해야 한다는 소리다.

늙음과 낡음, 쇠퇴와 완성에 대하여

이런 정부의 발상의 기저에는 '노년(老年)'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산업화 이전에는 노년을 '인격의 완성'으로 나아가는 과정으로 봤다면, 산업화 이후에는 그 시각이 크게 바뀌었다.

실제로 예부터 동양철학에서 노년은 성숙의 의미를 지녔다. 지학(地學), 약관(弱冠), 불혹(不惑). 지천명(支川命), 이순(耳順)으로 나아가는 공자의 사상은 나이가 들수록 성숙되고, 완성되는 인간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그러나 산업화·기계화된 사회는 인간을 인격체가 아니라 기계의 부품으로 바라보게 했다. 이런 시각에서 '늙음'은 더 이상 '늙음'이 아니다. 인간의 노년은 '낡음'으로 전락한다. '늙음'이 세월과 경험을 통한 인격의 성숙과 완성의 과정이라면, '낡음'은 완전했던 공산품이 점점 망가지고 부서져버리는 '쇠퇴'의 의미를 지닌다. '늙음'이 쌓아가는 과정이라면, '낡음'은 소진되어가는 과정이다. 적어도 한국사회에서 바라보는 노년들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낡아가는 것'이다.

"아버지 세대가 아들 세대를 위해, 물러나 달라"는 메시지는 한국 사회가 바라보는 노년층에 대한 씁쓸한 시각과 그들이 겪고 있는 소외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기형도 시인의 '늙은 사람'에 나오는 대사처럼.

"내가 아직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는 이유 하나로/ 나는 그의 세계에 침을 뱉고/ 그가 이미 추방되어버린 곳이라는 이유 하나로/ 나는 나의 세계를 보호하며/ 단 한걸음도/ 그의 틈임을 용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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