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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미국 백악관 방문 연설을 중계하는 CNN 갈무리.
 프란치스코 교황의 미국 백악관 방문 연설을 중계하는 CNN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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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난민사태 등 정치적 메시지를 강조하며 과감한 행보를 펼쳤다.

ABC, CNN 등 미국 주요 방송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미국 방문 이틀째인 23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열린 환영행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환영사에 대한 답사를 통해 다양한 국제사회 이슈를 풀어가기 위한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당부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1만5000여 명의 힘찬 박수를 받으며 연단에 오른 교황은 기후변화부터 언급하기 시작했다. 그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연설을 인용해 "우리가 약속어음을 부도냈으니(환경파괴), 이제 그것을 지불할 때"라며 "기후변화는 매우 긴박하고, 더는 미래 세대로 미룰 수 없다는 것은 너무 분명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는 '공동의 집(common home)'을 보호할 수 있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을 살아가고 있다"라며 "우리는 (지구를 보호하기 위한)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갈 시간이 아직 남아있다"라고 환경 보호를 위한 노력을 호소했다.

또한, 교황은 최근 국제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는 난민 사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교황은 "나 역시 이민자의 아들"이라며 "미국도 그런 (이민) 가족들이 건설한 나라이며, 나도 미국의 형제로서 이곳에 왔다"라고 밝혔다. 난민 사태 해결을 위한 미국의 적극적이고 관용적인 이민 정책을 당부하는 뜻으로 풀이된다.

교황은 최근 미국에서 논란이 되는 인종 차별과 종교의 자유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미국 사회는 약자 보호에 힘써야 하고, 완전히 통합적인 발전을 이뤄야 한다"라며 "미국이야말로 차별을 거부하고, 관용적이고 포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교황 방문 환영사에서 "미국이 쿠바인들과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데 귀중한 도움을 준 것에 매우 감사한다"라며 미국과 쿠바의 국교 정상화 협상을 막후 주선한 교황의 노력을 치켜세웠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은 "우리 모두 지구를 보호해야 하는 신성한 의무를 공유하고 있다"라며 최근 자신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기후변화 방지 정책에 교황이 지지를 보내주고 동참한 것에 감사함을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교황이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동과 실천으로서 평화적 행보와 모범을 보여준 것에 존경을 표한다"라면서도 "미국은 종교의 자유를 소중히 여기는 곳"이라며 교황의 비판에 반박하기도 했다.

이른 아침, 거리마다 환영 인파... 미국 '교황 앓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은 뉴욕과 필라델피아를 방문하기 전 사흘 동안 워싱턴D.C.에 머물며 다양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 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한 프란치스코 교황. 교황은 뉴욕과 필라델피아를 방문하기 전 사흘 동안 워싱턴D.C.에 머물며 다양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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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미국 수도 워싱턴 D.C.에서는 삼엄한 경계 속에서도 교황 환영 물결이 넘쳐났다. 이른 아침부터 교황의 일정과 동선을 따라 많은 시민이 모여 프란치스코 교황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기다렸다.

오전 9시께, 숙소인 미국 주재 바티칸 대사관에서 교황이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교황도 시민들과 악수를 하고 포옹했다. 일부 시민들과는 함께 '셀카'를 찍거나 이마에 가벼운 입맞춤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파격적인 서민 행보를 이어갔다.

약 10분간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교황은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 피아트의 검은색 소형차를 타고 백악관으로 이동했으며, 오바마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나와 교황을 환영했다.

이날 미국 주요 방송은 백악관의 교황 환영행사를 중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백악관은 의장대 사열과 군악대 연주에 이어 바티칸 국가와 미국 국가가 차례로 연주되는 등 극진한 의전을 선사했다.

야외에서의 환영행사가 끝나자 오바마 대통령은 교황을 백악관 안으로 안내했다. 교황은 백악관 난간에 등장해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뒤 집무실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비공개 면담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4일 역대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연방 상·하원 합동연설에 나선다. 하지만 이날 백악관에서도 강조했듯 교황이 난민 수용, 기부변화 방지, 종교의 자유 보장 등 진보적인 주장을 쏟아낸 데 일부 공화당 정치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최근 공화당 대선 후보들은 난민이나 이민자 수용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켄터키 주 법원 서기 공무원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동성 부부 결혼 허가증 발급을 거부했다가 구속되며 종교의 자유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이처럼 미국 사회 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논란을 교황이 정면으로 거론한 것이다.

미국 언론은 "교황이 백악관에서 정치적 데뷔를 했다"라며 발언 내용을 크게 보도하고 있다. 과연 교황이 의회 연단에서는 어떤 정치적 메시지를 던질지 미국 정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태그:#프란치스코 교황, #버락 오바마,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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