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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 연주 모습
▲ 바이올리니스트 박주영 바이올린 연주 모습
ⓒ 박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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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바이올리니스트 박주영씨를 만났다. 박주영씨는 바르톡 바이올린 듀오, 베토벤, 브람스에 이어 모차르트까지, 전곡 연주회를 진행 중인 바이올리니스트다. 특히,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연주회>는 공연 수익금 전부를 희귀 난치성 환아 치료 기금에 기부할 예정이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주영씨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연주회>는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16곡을 총 4회로 나눠 연주하는데, 지난 8월 22일 첫 연주회가 있었고,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금요일 저녁에 두 번째 공연이 진행된다. 또 오는 11월 6일과 12월 4일에 연주회가 예정돼 있다.

지난 8월 22일 관람한 첫 공연이 꽤 인상적이었던 터라, 지인에게서 박주영씨를 직접 만날 기회가 있다는 말을 듣고 냉큼 나갔다. 공연장에서 본 화려한 드레스 차림과 달리, 수수한 모습으로 등장한 그의 모습에서 더 친근감이 느껴졌다. 그와 나눈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해봤다.

스토리 있는 해설로 클래식 음악을 쉽고 재미있게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바이올리니스트 박주영 씨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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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음악회의 특징은?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연주회 '이야기가 있는 사랑, 나눔 음악 여행'은 연주뿐 아니라 해설을 함께 하는 공연이다. 검색하면 찾을 수 있는 곡 설명이 아니라, 당시의 시대적 배경과 모차르트가 처했던 상황을 분석해 스토리가 있는 해설을 담고자 했다.

음악도 하나의 언어이기 때문에, 꼭 지식을 알아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을 자꾸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있다면 좀 더 쉽게 느끼지 않을까 해서 해설이 있는 공연을 하게 되었다. 이미지와 영상도 함께 제시해 비 전공자도 재미있게 들을 수 있는 음악회다.

- 음악회에 어떤 이야기가 담기나?
"8월에 했던 첫 번째 음악회는 모차르트가 첫 구직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였다. 모차르트의 아버지는 신동인 아들을 많이 알리고 싶어서, 여러 지역에 다니며 연주하게 한다.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따르는 '파파보이'였던 모차르트가 점점 성장하면서 아버지의 영향에서 벗어나려 시도한다. 신동도 어릴 때나 신동이라 추앙 받지, 20대가 되면 평범한 사람처럼 묻혀버리니까 그것도 모차르트에게는 괴리감이 많이 컸을 것 같다.

사랑하는 여인과의 이별,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로부터의 홀로 서기 등, 모차르트의 삶에서 가장 큰 터닝 포인트가 된 시기에 작곡한 음악들을 25일에 열리는 두 번째 음악회에서 선보인다. 당시 음악가는 대주교나 왕정 아래에서 월급을 받는 직업 작곡가나 직업 연주가에 불과했다. 고용된 입장에서 그들이 원하는 음악만 만들고 연주하는 제한된 삶이 답답했던 모차르트는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프리랜서 음악가로 홀로 서기를 하게 된다. 모차르트는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한다.

'방탕한 꿈'이라고 하셨던가요? 저는 계속해서 꿈을 꿀 것입니다. 이 땅 위에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그렇지만 하필 방탕한 꿈이라니요! 평화로운, 달콤한, 상쾌한 꿈이라고 하셔야지요! 평화롭거나 달콤하지 않은 것들은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많은 슬픔과 약간의 즐거움, 그리고 몇몇 참을 수 없는 일들로 이루어져 제 인생을 만들어 낸 현실 말입니다! (공연 팜플릿 내용 중)

모차르트가 외국을 다니며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면서, 그의 음악은 다양해진다. 당시에는 소나타보다 관현악이 더 유행했는데, 모차르트는 인기 장르에서 좋은 요소들을 반영해서 소나타를 작곡했다. 소나타에 오페라 요소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시기 모차르트는 5~6편의 소나타를 써냈다. 오는 11월 6일에 열리는 세 번째 연주회에서는 결혼 이후의 모차르트를 만날 수 있다."

- 전곡 연주회가 가지는 의미는?
"전곡 연주를 통해 모차르트의 삶을 들여다본다. 전곡 연주회는 바르톡 바이올린 듀오, 베토벤, 브람스에 이어 네 번째 도전이다. 전곡 연주회는, 산악인으로 치면 높은 산을 정복하고 싶어서 도전하는 마음과 같다. 전곡을 연주하면, 그 안에서 작곡가의 삶을 볼 수 있다.

전곡연주회를 해보기 전에는 '베토벤=귀가 안 들리는', '모차르트=천재'하는 식으로 단편적인 부분만 보았다면, 전곡을 통해 작곡가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삶이 음악에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토벤의 음악에는 베토벤의 인생이 선명하게 투영돼 있다. 그래서 베토벤의 후기 음악은 매우 무겁다.

반면, 모차르트는 힘든 상황에서도 마이너 음악만을 만들지는 않았다. 모차르트는 가장 힘든 시기에도 행복하고 섬세하고 세련된 음악들을 작곡했다. 그의 곡은 단순한 듯 하면서 매우 아름답다. 새로운 곳을 여행 다니며 당대에 인기 있는 음악적 흐름과 요소들을 자기 음악에 반영하면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점점 바이올린 소나타로서 독립적 형태를 갖춰간다. 오는 12월 4일에 열리는 네번 째 음악회까지 함께하면 곡의 구조부터 바이올린의 비중이 확연이 커진 모차르트의 음악을 만날 수 있게 될 것이다."

"같은 엄마로서 안타까움 느껴"

환하게 웃는 모습이 아름답다.
▲ 바이올리니스트 박주영 환하게 웃는 모습이 아름답다.
ⓒ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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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는 나눔 음악회를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컴패션 등 매달 나가는 생활 기부는 대학 때부터 계속 해왔고 장애우나 투병 환자들을 위한 공연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해왔지만, 뭔가 좀 부족한 것 같았다. 돈으로 하는 것이나 재능 기부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뭘까? 고민을 했다.

그러던 중, 아이가 폐렴에 걸려 입원한 병원에서 염색체 코드가 3개인 희귀병 아이를 알게 되었다. 그 아이의 엄마는 병원비가 많이 드는데도 행정적으로 선례가 없는 희귀 질환이라 국가에서 아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게, 같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후 희귀병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그래서 희귀 난치성 질환을 가진 아이들을 위해 기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이번 음악회에서 그것을 실현하게 된 것이다. 초기부터 공연 수익을 기부하는 나눔 음악회로 기획했다. 이 공연을 통해, 아이들이 자기를 사랑하는 손길이 많다는 것을 알고 힘을 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기부를 좀 더 명확하기 위해서 '아이들과 미래'라는 단체를 찾아 이 음악회에 대한 취지를 말씀드리고, 기부 약정식을 가졌다. 아이들과 미래에서 저를 홍보대사로 위촉해주셔서 참 감사하다. 기존 음악가들은 무료로 공연을 보여주는 재능 기부만을 주로 해왔는데, 거기서 한 차원 더 나아가 청자들도 와서 주는 기쁨에 동참할 수 있는 형태로 기존의 기부 문화를 바꾼 사례가 되고 싶다.

기부 음악회의 주체는 내가 아닌 것 같다. 공연 취지를 이야기했을 때 다들 반가워했고, 첫 번째 음악회 때 오셨던 분들도 굉장히 좋아해주셨다. 재능 기부를 했다면, 분명 연주자만 행복했겠지만, 이번 음악회는 연주자와 청중이 나눔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주 금요일(9월 25일)에 진행하는 두 번째 공연과, 11월 6일과 12월 4일에 이어질 공연에도 많은 분이 함께 해주시길 기대한다.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연주회
ⓒ 인스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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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주영, #희귀난치성 환아 치료기금, #모짜르트, #바이올린, #전곡연주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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