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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압록강대교 상판과 단둥 측 연결 인프라는 이미 완공된 상태였고 언제든 차량이 왕래할 수 있는 상태였다. 이외에도 대교 동쪽으로 유람선 부두를 건설을 진행하고 있었다.
▲ 2015년 9월 4일에 촬영한 신압록강대교의 모습 신압록강대교 상판과 단둥 측 연결 인프라는 이미 완공된 상태였고 언제든 차량이 왕래할 수 있는 상태였다. 이외에도 대교 동쪽으로 유람선 부두를 건설을 진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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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필자는 압록강변에 위치한 단둥에 갔다. 단둥은 평안북도 신의주와 마주한 곳으로 중국과 한반도 역사의 연결고리이다. 단둥 압록강변에 보이는 북한령 위화도는 고려가 무너지고 조선이 건국되는 시발점이기도 했다. 단둥은 압록강 하류에 위치한 중국측 국경도시로 북중 교역 총량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09년 10월 중국의 원자바오 전 총리가 평양을 방문해 북중경협을 체결했는데, 그 항목 중엔 '신의주~단둥 개발', '나진항이 있는 나선특별시~창지투(창춘~지린~두만강 유역) 개발' 등도 포함돼 있었다. 이는 북한과 중국을 연결하는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에서 북중 경협을 통한 연계 개발계획을 하겠다는 의미다.

단둥의 개발계획은 '일교양도(一橋兩島)' 전략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여기에서 일교는 하나의 대교라는 뜻으로 신압록강대교를 지칭하고, 양도는 두 개의 섬이라는 뜻으로 북한령의 위화도와 황금평 개발을 의미한다. 이 중에 신압록강대교는 평양과 베이징을 연결하는 국제 인프라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 홍보되었다. 길이 3030m, 폭 33m인 신압록강대교는 왕복 4차선의 1급도로 규모로 건설되었다.

2010년 12월 31일 건설을 시작한 신압록강대교는 2014년 10월에 완공되었다. 2011년~2012년까지 신압록강대교 개통에 대한 기대심리로 신압록강대교가 위치한 단둥 신구와 그 근처의 압록강변의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과 2013년 12월 12일 장성택 처형 사건이 이어지면서 북중경협의 큰 틀이 흔들리게 된다. 특히 북중경협을 이끌었던 장성택의 처형은 북한과 중국 간의 경제협력 사업에 악영향을 미쳤다. 압록강을 중간에 두고 단둥과 신의주 간에 밀수(走私) 무역이 활성화되었는데, 소위 장성택 라인으로 배정되었던 북한측 압록강 국경 수비대가 대거 교체됐고, 그 1선을 감시하는 2선까지 새로 배치되면서 북중 경협의 긴장 상태가 지속되었다.

2016년 개통될 것이라는 신압록강대교

위 도로에서 군 경비대가 지키는 대교를 타면 바로 북한 신의주로 연결된다. 신압록강대교에서 내려와 직진하면 랴오닝성 선양과 다롄으로 직접 연결되는 선양~단둥~다롄 순환 고속도로와 연결된다. 중앙에 위치한 사각형의 빌딩은 중조무역 관련 건물로 아직 완공된 상태는 아니었다.
▲ 2015년 9월 6일에 신압록강대교와 직접 연결되는 도로 위에서 찍은 사진 위 도로에서 군 경비대가 지키는 대교를 타면 바로 북한 신의주로 연결된다. 신압록강대교에서 내려와 직진하면 랴오닝성 선양과 다롄으로 직접 연결되는 선양~단둥~다롄 순환 고속도로와 연결된다. 중앙에 위치한 사각형의 빌딩은 중조무역 관련 건물로 아직 완공된 상태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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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경협의 진전이 없는 상황 속에 당초 2014년 10월에 개통하기로 했던 신압록강대교마저 개통이 유보됐다. 신압록강대교 개통이 유보된 이유는 북한 측이 신압록강대교와 직접 연결되는 북한 측 도로를 중국 측 자본으로 건설해주길 요구했기 때문이다.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이 연기되자 주변의 개발이 모두 사실상 정지되었다. 중조(중국-조선) 황금평 개발 위원회가 설립되었지만 이번에 방문한 황금평에는 사무 및 행정을 위한 약 5층 높이의 건물만 들어섰을 뿐 다른 개발 상황은 보이지 않았다.

비록 북중경협이 더 큰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중국이 계획했던 랴오닝(遼寧)성 인프라는 하나씩 완공되어가고 있다. 2015년 8월 30일에는 랴오닝성 선양(瀋陽)~단둥(丹東) 간의 고속철로가 개통되었다. 차표는 70위안으로 1시간 정도면 도착 가능하다. 또한 2015년 10월에는 단둥~다롄(大連) 간의 고속철도가 개통될 예정이다. 이로써 선양~단둥~다롄 간의 순환 고속철도 라인이 형성된 것이다. 또한 선양~단둥~다롄 간의 고속도로가 이미 완공되어 운영 중이어서 랴오닝성의 전반적인 교통 인프라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현장에서 바라본 압록강 주변의 모습은 중국 랴오닝성~북한을 연결하는 인프라 연결 혹은 개통이 요원해보였다.

철조망 건너편은 북한의 황금평 개발구이다. 전에 보이지 않던 5층 정도의 건물은 황금평 관련 행정 업무를 위한 건물이다.
▲ 2015년 9월 6일, 북한의 황금평 철조망 건너편은 북한의 황금평 개발구이다. 전에 보이지 않던 5층 정도의 건물은 황금평 관련 행정 업무를 위한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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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 시 정부 간부와의 만남을 통해 나는 새로운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일단 신압록강대교가 내년에 개통될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중국은 10월 1일 국경절 기간에 큰 의미를 두기 때문에 그 전후로 신압록강대교가 건설될 것이라는 소식이었다. 인프라 완공에 관련해 워낙 많이 속았던 필자가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자 그는 "이미 중국이 북한 측의 도로 건설에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짓자 그는 더 명확한 소식을 알려주었다.

"지금(9월 6일) 현재 중국의 쭝티에지우쥐(中鐵九局)의 직원들이 토지 측량을 위해 북한 측에 들어가 있다."

쭝티에지우쥐(中铁九局集团有限公司)는 중국 국무원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国务院国有资产监督管理委员会) 중앙기업으로 주로 철로, 도로, 대교 건설 관련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쭝티에지우쥐는 랴오닝성 선양에 위치해 있다.

중국이 북한에 투자하게 된 동기

필자는 중국이 북한에 투자하게 된 동기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하고 있었다. 첫째는 세계 원자재 가격이 다시 상승해 중국이 북한의 광산 개발 및 원자재 생산을 원하는 경우이고 둘째는 중국이 북한이 목적지가 아닌 한국이나 동해로 인프라를 연결하는 경우이다. 중국이 지린성 훈춘을 통해 중국의 나진항을 연결하는 인프라를 건설하는 것은 동해로 직접 연결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두만강 유역의 발전이 더 빠르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세계 원자재의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지 않다. 더구나 중국의 열병식 직전인 8월 20일 북한이 포격도발로 남북 군사갈등을 심화시키면서 북중 간의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이 시기에 중국이 신압록강대교 개통을 위해 북한에 투자한다는 게 수긍되지 않았다. 나의 분석이 틀렸다는 것일까. 단둥 시정부 관계자의 한 마디가 나를 놀라게 했다.

"신압록강대교는 기존에 베이징~평양을 연결하기 위한 인프라였다면, 이제는 베이징~서울을 연결하기 위한 인프라이다."

단둥에는 현재 중조우호압록강대교가 있다. 1911년 일제시대에 일본이 만주지역을 차지하려고 한쌍으로 건설되었던 대교는 한국전쟁 때 미군이 한쪽을 전투기로 폭격함으로써 한쪽은 여행지인 단교(斷橋)로 한쪽은 북중 간 무역을 위한 도로 및 철로 대교로 현재까지 쓰이고 있다.

2010년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당시 이명박 정부에서 실시한 5.24 조치로 남북한 간의 교역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북한의 대 중국 경제의존도는 90%에 육박한다. 북한의 대 중국 경제의존도가 상승함에 따라 신의주와 단둥 사이의 교역 역시 상승하면서 신압록강대교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그런데 지금은 평양과 베이징을 잇는 인프라가 아닌 서울과 베이징을 연결하는 인프라, 신압록강대교를 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 간에 북한을 관통한 인프라 건설이 이루어진다는 뉴스는 이미 오래된 정보였다. 2014년 1월 14일에 방송된 <KBS 시사기획창 - 2014 북한의 선택>은 북한 고속철도 건설 및 왕복 8차선의 고속도로가 연결될 것이란 내용을 내보냈다. 단둥에서 체결되었다는 고속도로와 철도의 합의서가 공개되었고, 북한 측 책임자인 김철진 북한 국가경제개발위원회 부위원장과 중국 측 대표인 미창 상지관군투자유한공사 총 대표 간에 체결한 문서였다. 북중 간의 인프라 연결 체결은 국내외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에 더 이상 진전된 사항은 없었다. 현재 알려진 바에 의하면, 관련 사업가들이 한국 측에서 정부 승인 없이 북한 주민과 접촉했다는 이유로 과태료 처분을 받거나, 2014년 초에는 중국 공안에 체포되는 일이 생겨 관련 개발은 정지된 상황이다.

북한을 통과해 중국과 한국을 연결한다?

단둥~신의주를 통한 한반도 연결과 창지투~나진항을 통한 환동해 경제권 연결을 위한 중국의 의도를 Bing Map위에 표시해보았다.
▲ 단둥~신의주, 창지투~나진항의 한반도 연결 구간 표시도 단둥~신의주를 통한 한반도 연결과 창지투~나진항을 통한 환동해 경제권 연결을 위한 중국의 의도를 Bing Map위에 표시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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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베이징~서울을 연결하겠다는 것은 어떻게 바라봐야할 것인가. 필자는 신압록강대교와 연결될 북한측 인프라에 대한 질문을 통해 구체적인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에 따르면, 일단 신압록강대교와 연결될 대교에는 철로가 아닌 고속도로만 연결하여 서울까지 연결할 예정이고 북한을 아예 볼 수 없는 양쪽이 막힌 폐쇄형으로 중국에서 한국까지 연결될 것이다. 서울에서 휴전선을 넘은 이 도로는 북한을 종단해 신압록강대교를 건널 것이다. 신압록강대교에서 중국 측으로 내려오면 바로 선양~단둥~다롄 순환 고속도로로 직접 연결된다.

위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더 이상 확인할 길이 없으나, 최근 한국과 중국의 정세를 살펴보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지난 3일 중국의 열병식에 참석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과 평화통일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을 지렛대 삼아 북한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만약 신압록강대교 건설과 북한 종단 고속도로 건설이 사실이라면, 한국이 중국과 (남북) 평화통일를 논의한다는 말에 어느 정도 설득력이 생긴다. 남북관계 개선 없이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정책 실현은 사실상 불가능한데 북한을 통과하는 인프라 건설이 이루어질 경우 위의 정책 진행에 탄력을 받게 된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5.24 조치 해제 여부인데, 5.24 조치는 애석하게도 별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인다.

"서울까지 연결되는 북한 종단 고속도로 비용도 중국 자금으로 투자된다고 들었다."

중국이 중국 자금을 통해 북한의 종단 고속도로를 건설할 경우 한국의 5.24 조치와 별개의 일이 된다. 중국의 인프라가 한국으로 연결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이 북한을 사이에 두고 내륙 인프라를 통해 연결되고, 향후 북한 각 지역으로 내륙 인프라가 확장될 수 있다면 이는 분명 희소식이다. 그러나 한국의 자본이 주도해 대륙과 인프라 연결이 되기를 희망했던 필자에겐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2014년 1월 31일 신압록강대교 개통에 대한 기대심리가 큰 상황 속에 주변 지역의 부동산 개발이 한창이었다.
▲ 2014년 1월 31일 신압록강대교 상판 사진 2014년 1월 31일 신압록강대교 개통에 대한 기대심리가 큰 상황 속에 주변 지역의 부동산 개발이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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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를 추진하는 배경은 명백하다. 2015년 상반기 랴오닝성의 경제성장률은 2.6%로 중국 전국 성시 중 최하위이다. 시진핑 주석이 동북3성 지역을 방문하며 관련 지역의 경제 성장을 독려하는 이유기도 하다.

지린성은 북한의 나진항과 러시아의 자루비노항과의 연계 개발을 통해 동해진출로를 확보하고 발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랴오닝성은 남쪽으로는 북한에 막히고 지난 8월 12일 텐진항 폭발사고로 발해만 지역의 경제가 침체되면서 경제성장의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직접 한국과 랴오닝성이 육로로 연결될 경우 랴오닝성의 경제 발전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의 대 북한 인프라 투자는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과도 연관이 있다. 일대일로는 실크로드 경제벨트(一帶)와 21세기 해상실크로드(一路)를 줄인 중국의 신조어이다. '실크로드'라는 용어 때문에 신장위구르지역에 국한된 정책이라 왜곡되어 있으나 오는 10월까지 중국 전 지역이 지역 특색의 일대일로 정책을 상부에 보고하게 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대일로 정책은 중국 전 지역, 중국의 전 주변국가와 연결되는 전략이다.

일대일로의 핵심은 FDI(외국인적접투자), 인프라, 무역이다. 중국은 현재 중국 자본을 직접 투자해 중국~주변국가를 연결하는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고, 이 인프라 투자를 통해 원활한 무역을 이끌어 지역 경제 발전과 더불어 중국 경제발전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중국은 현재 무역의 활성화를 위한 통관 절차 간소화, 외국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혁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신압록강대교 바로 옆 북중 무역을 관장하는 종합 센터가 곧 완공을 준비하고 있다.
▲ 2015년 9월 6일에 촬영한 신압록강대교의 중국 측 인프라 부분 신압록강대교 바로 옆 북중 무역을 관장하는 종합 센터가 곧 완공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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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출발해 허베이(河北)성~랴오닝성~북한~한국의 서울까지 연결되는 인프라를 중국의 FDI를 통해 건설하고 무역의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스토리는 필자가 제시한 중국의 일대일로 핵심 전략과 그 맥을 함께 하고 있다.

실제로 단둥 시정부의 관계자도 중국이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신압록강대교의 활용방법, 한국과의 직접 연결을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했다. 북한 역시도 현재 국제적 고립 상태와 경제적 자금난에 빠진 상황에 북한을 관통하는 고속도로 통과비의 유혹을 이기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신압록강대교가 북한측 연결 구간까지 모두 중국 자본에 의해 개통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북한을 종단하는 고속도로가 서울로 연결될지는 더 많은 확인이 필요할 것이다.

신압록강대교의 새로운 활용법이 실현된다 그래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일단 7.4 남북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6.15 남북공동선언, 10.4 남북공동선언 등으로 이어지는 남북 고위층의 합의가 실현되어 남북한 간에 평화 국면이 먼저 선행되고, 남한의 자본 혹은 남한 주도의 국제 컨소시엄으로 한반도의 끊어진 인프라가 먼저 연결되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끊어졌던 대륙과의 연결이 남한 주도로 진행돼 해양과 대륙을 연결하는 한반도의 지리경제학적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중국의 투자, 북한의 합의가 이미 이루어졌다고 가정해도 남북교류가 없는 한반도와 대륙의 연결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


태그:#신압록강대교, #한반도 연결, #중국 일대일로,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한중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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