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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책도 쏟아져 나온다.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상황을 개선하는 첫 단추는 잘못을 인정하는 것인데, 그게 되지 않는다. "극히 일부"라며 일축해버리니 소통이 단절돼버린다.

그런데 논란을 일으켰던 그 "일부"는 애석하게도 사실상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얼굴들이다. 많은 교회가 그들의 성공을 추종하고 영향력 아래 놓여있다. 교회 사유화 논란을 일으킨 곳은 '세계 최대 단일 교회'이고, 한때 한국 교회의 자랑이라던 곳의 담임 목사는 논문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70권이 넘는 저서를 수십만 부씩 팔았던 '슈퍼스타 목사'는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다. 이래도 '극히 일부'라고만 할 텐가.

지난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한국 교회에 대한 사회의 신뢰도는 19.4%에 그쳤다. 종교별로는 한국 3대 종교 중 가톨릭과 불교에 이어 꼴찌다. 나타난 성적표는 이렇게 처참한데 정작 스스로는 병든 몸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책표지 한국 교회의 일그러진 맨얼굴 <거룩한 코미디>
▲ 책표지 한국 교회의 일그러진 맨얼굴 <거룩한 코미디>
ⓒ 오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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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인이자 전직 기자인 곽영신은 <거룩한 코미디>를 통해 한국 교회에 '돌직구'를 날린다. 그는 청운의 꿈을 안고 신문 기자가 됐다고 술회했다. 그러나 초대형교회가 설립한 중앙일간지 사장은 이 수습기자에게 "우리 신문은 한국 교회에 대해 비판할 수 없습니다"란 말을 건넸다고 했다.

오기가 발동했을까. 기자직을 벗어던지고 취재 자료 두 상자, 언론 기사 1만 건, 단행본 80권을 참고해 치밀하게 쓴 책을 내놨다. 하지만 스스로 밝혔듯 이 역시 기독교에 대한 애정의 발로다.

책을 보며 느끼시겠지만, 교회가 벌이는 극히 부조리하고 기막힌 상황에 웃음보다 오히려 탄식이 나올 때가 많을 것입니다. 때로는 너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터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 이 코미디는 마치 채플린의 어떤 영화처럼, 보고 있으면 가슴이 아려오는 슬픈 희극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러분께서도 한국 교회의 처참한 상황을 비웃기보다는 함께 문제를 공감하고 걱정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겠습니다. - <거룩한 코미디>에서

1200만 성도 대표한다는 '한기총', 알고보니

책은 우선 기독교 단체들이 즐겨 사용하는 '1200만 성도'에 대해 파고든다. 2005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실제 우리나라 기독교 인구는 861만 명 정도다. 전문가들은 이 괴리를 상당히 과장된 수치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책에 따르면 중복 교인, 이탈 교인, 사이비 신자, 이단을 모두 포함했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 교회는 왜 스스로 덩치를 키우고 싶어 할까. 같은 맥락에서 보자. 저자는 한국 교회의 대표를 자처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아래 한기총)'는 단지 64개 교단 및 21개 단체를 회원으로 둔 하나의 연합기구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한기총이 마치 한국 교회의 대표처럼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한기총은 '국가위기 민생불안 중단하고 국민화합 경제대국 이룩하자'는 제목의 성명서를 '5만 교회, 10만 성직자, 1200만 성도'라는 명의로 발표했다.

그러자 교회개혁실천연대 등 25개 기독교 단체는 '신앙을 가장하여 정치권력과 야합하는 한기총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한기총은 위임받은 적 없는 과도한 대표성 주장을 즉각 철회하라"고 비판했다.

책은 이어 한기총이 보여 온 행태 또한 한 종교를 자임한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비판한다. 저자는 한기총이 '정치교회'로 성장한 이유를 "한국 교회가 그동안 종교적 덕목을 상실하고 대형화·권력화·세속화되는 과정"에서 찾고 있다. 교회가 돈과 힘을 추구하면서 세상의 보수적 가치와 기득권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 때문일까. 목사들 또한 자신을 낮추기보다 군림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국 교회의 폐단으로 지적되는 '사제 권위주의'다. 한 대형 교회 목사는 성경 공부하지 말고 설교만 주구장창 반복하라고 말했단다. 경악스럽다.

"제발 떠들지 말고 주일날 내가 설교한 거 뒤에 주보에 요약 나오지, 이걸 다시 리바이벌하라고. 그 말씀을 다시 나누라고 모 잘났다고 떠들고 난리여. 교구장들 잘 들어 전부 다, 어. 뭔 놈의 그냥 장로들이 자기 잘났다고 말이야. 아주 그냥 뭐 성경 찾아가지고, 성경 사전 찾아가지고 뭐 그런다고 알어? 그러니까는 제가 하라는 대로 다 순종하세요, 이해되시지요?" - 전아무개 목사, <거룩한 코미디>에서 재인용

극단적 폐쇄성, 고립된 한국 교회

한국 교회의 근본주의와 배타성은 최근 '세계교회협의회(아래 WCC) 사건'에서 정점을 찍는다. 지난 2009년 한국은 바울의 회심 장소로 알려진 시리아의 다마스쿠스를 제치고 WCC 10차 총회 개최지를 유치했다. 유치 기념 감사예배에는 국회의장, 국무총리, 대법원장 등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도 영상으로 축사를 보냈다.

WCC를 둘러싼 찬반 논란은 그 자체가 워낙 민감한 신학적 논쟁이라 섣불리 말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한국 교회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인 WCC는 곧 한국 기독교 내 첨예한 보수·진보 신학 갈등과 분열의 현장을 드러내는 프리즘과 같다는 것이다. WCC는 특히 '오직 나만이 옳다'고 주장하며 한국 기독교를 장악하고 있는 근본주의·보수주의 교회에게 '과연 당신만 옳은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 <거룩한 코미디>에서

WCC는 민주주의·인권·평등·환경 등 사회 참여에 적극적이다. 책에 따르면, WCC에는 140개국 350여 개 교단이 가입돼 이런 가치를 따르고 있다. 교인 수만 5억8000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 교회의 보수진영에서는 WCC를 성토한다. 종교다원주의, 종교혼합주의, 용공주의, 성소수자 옹호, 자유주의 신학 등 넓은 포용성을 보이는 게 탐탁지 않았다. 그들이 보기에는 불온한 가치란 이유다.

한기총은 WCC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로 '일방적으로' 총회 반대 사절단을 파견하기로 했다가 WCC 본부의 거절로 철회하며 국제적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총회 전날에는 4000여 명이 통성기도를 하며 "NO WCC"를 외쳤고 '기독교 패륜아', '더러운 사탄', '바알', '적그리스도', '제2의 신사참배' 등 막말을 쏟아 부었다. 당일에는 한기총 홍아무개 대표회장이 "WCC는 돈이 하나도 없는 거지 단체이며, 교인들이 열성적으로 헌금하는 한국에 와서 돈벌이를 하려 한다"는 원색적인 비난을 날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총회 내내 시달린 WCC 측은 오히려 "한국의 WCC 반대 시위는 창조세계를 바라보는 다양한 목소리 가운데 하나로 본다"면서 포용하는 태도를 취했다. 

한국 교회 보수진영의 극단적인 배타성은 관용을 중시하는 세계 교회의 모습과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책은 한기총 등 한국 교회 보수진영이 '자기 편'으로 생각하는 세계 복음주의권 교회들도 WCC를 형제이자 선교 파트너로 여긴다고 지적한다.

세계복음주의연맹(WEA) 토마스 슈마허 신학위원장은 WCC 총회 선교 주제회의에 참석해 "WEA와 WCC는 서로 예의를 다해서 대화하고 존중하고 협력하는 관계"라고 전했다. 국제로잔복음화운동 마이클 오 총재 역시 일치 주제회의에서 "WCC와 국제로잔은 같은 뿌리를 두고 영적 유산을 공유하고 있다"며 "국제로잔은 하나님의 지상명령 성취를 위해 WCC와의 대화를 적극 환영한다"고 밝혔다. - <거룩한 코미디>에서

궁금하다. 유독 한국 보수교단만 WCC 총회를 '적그리스도'라고 부르는 이유가 뭘까. 대표적인 국제 복음주의 단체조차 WCC를 '세계 교회의 한 축'으로 인정하는데 한국 보수교단만이 '이단'이라고 주장하는 이유 말이다. 전 세계의 기독교인 중에서 오직 한국 교회의 보수교단만이 제대로 하나님을 믿는다는 걸까?

고립된 모습이 안쓰러울 뿐이다. 주제넘게 덧붙이자면, 자신의 과오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고치려는 모습을 보일 때 기독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누구든 잘못할 수 있다. 문제는 인정하는 자세다.

마찬가지로, '차별금지를 반대'하는 게 진짜 성경의 가르침은 아니리라 믿는다. '기독교 국가의 상징'이라는 미국에서 동성커플에게 결혼증명서 발급을 거부한 법원 서기가 구속됐다. 잘못된 건 이렇게 고치면 된다.

덧붙이는 글 | <거룩한 코미디> (곽영신 지음 / 오월의봄 펴냄 / 2015.08 / 1만6000원)



거룩한 코미디 - 한국 교회의 일그러진 맨얼굴

곽영신 지음, 오월의봄(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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