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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20대 회원 12명이 주축이 되어, '불온대장정 2기'란 이름으로 지난 8월 14일부터 17일까지 내일로 기차를 타고 전국을 순회했습니다. 사회적 아픔이나 연대를 필요로 하는 현장에 직접 찾아가 함께 행동한다는 큰 취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내용을 싣습니다. - 기자말

10여 명이 안 되는 불온 대장정 선발대였지만. 용산화상경마장반대농성장의 시민·학부모들은 우리를 따듯하게 반겨줬다. 햇수로 삼년이 되어가는 농성의 더께가, 농성장에 쌓여있는 각종 생활용품들의 무게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도대체 무엇이 이리 오랜 시간을 할아버지, 학부모, 마을 사람들을 힘들게 짓눌렀던 것일까?

용산화상경마장 반대 농성장. 햇수로 3년, 천막농성한지는 500일이 넘어간다.
 용산화상경마장 반대 농성장. 햇수로 3년, 천막농성한지는 500일이 넘어간다.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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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용산에서 새로운 문제가 떠올랐다. 그것도 신성한 교정 앞에서 말이다. 성심여중·고등학교에서 약 2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부지에서 용산 화상경마장이 지어지고 만 것이다.

제대로 된 승인 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시작된 고층 경마장은 구민들의 여가센터라는 명목으로 가려져 건축됐고, 마침내 화상 경마장이라는 실체가 드러났을 때는 이미 학교 200m 밖이라는 허술한 법적 절차와 마사회의 승인이 그들의 존재를 합법으로 만들어줬다. 벌써 수백 일째 이곳의 농성장에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주변 고등학교 학생들도 직접 모여 이 앞에서 항의 시위를 했어요. 대입을 앞둔 고등학생들이 얼마나 대견하고 불쌍해요."

한 학부모의 말대로였다. 마사회의 '이의 신청 없을 것'이라는 조사 결과와는 반대로. 학생·구민·학부모 할 것 없이 화상경마장 앞으로 나와 반대 시위를 전개했고, 이는 우리가 현장을 찾은 8월 14일에도 이어지고 있었다.

지나가는 학생들은 주변 경마꾼들의 야유나 고성으로 고통받고 있었고, 막히는 차와, 내부에 갖춰진 편의시설로 인해 지역 상권은 시들어가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마사회의 대안은 겨우 '경마장 입장 인원에게 반바지 금지, 청소 인원 배치' 등의 근시안적이고 안일한 것들 뿐. 오랜 농성으로 힘들었었겠지만, 아직도 경마장 주변의 아파트, 학교, 상가에선 경마장 반대의 깃발과 현수막이 힘차게 나부끼고 있었다.

용산화상경마장 반대 농성장 건너편에도 반대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용산화상경마장 반대 농성장 건너편에도 반대 현수막이 나부끼고 있다.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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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구의원님과 활동가 분들이 오셔서 이 화상경마장의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에게 설명해주셨다. 피켓을 밟고 가버리는 경마장 용역과 알바생들, 임기 종료 하루 전에 화상경마장 승인에 사인하고 떠나버린 전임 구청장, 돈을 땄다며 외상으로 쌀가게서 쌀을 가져가려는 경마꾼, 도박의 무서움을 알고 오히려 농성장을 응원하던 도박꾼들의 이야기들.

기나긴 이야기들은 이들이 겪었던 힘든 농성의 세월을 단편적으로나마 우리에게 알려줬다. 전국 곳곳을 도우러 가야 했던 우리는 겨우 한 나절 즈음밖에 함께 농성장을 지킬 수 없었지만. 주민분들은 그것만이라도 진심으로 고마워해주셨다. 선발대 전부가 몇 개씩 먹고도 남은 주먹밥과 음료가 주민들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으로 그 따듯함을 되새기게 해줬다.

용산화상경마장 앞 1인시위. 김지문 참가자가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용산화상경마장 앞 1인시위. 김지문 참가자가 익살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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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함께한 농성장은 단지 반대와 투쟁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었다. 순번을 나누어 지키고, 가구를 들이고, 모여서 얘기를 나누는 이 장소. 단순히 농성장을 넘어 마을 공동체의 장이 됐다. 마사회에게 유일하게 고마운 것이 잘 모르던 구민들을 서로 모아서 이렇게 함께하는 공동체로 만들어지게 한 것이라던 어떤 분의 말씀이 아직도 기억난다. 함께 피켓을 세우고 공동행동을 하면서 이야기를 할 때, 이곳 사람들은 없어질 경마장만을 상상하지 않았다.

"마사회가 떠나면 여기를 무엇으로 활용할지 정말 즐거운 경악이에요. 저층부처럼 레저 센터로 쓰거나 해도 좋지만. 아무래도 청소년을 위한 나눔 도서관이나 동아리방 같은게 들어오면 행복하지 않을까요?"

한 용산구의원님이 떠나가기 전 우리에게 해주신 마지막 말이었다. 이 한마디는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마사회와 국가의 폭력도 '불온하면서도 즐거운' 농성장의 상상을 막을수 없다는 것을. 즐거운 상상을 이어가며 농성하는 이들이 멀지않은 곳, 용산에 있다. 상상은 행동하면 언제든 현실이 된다.

짧았던 연대활동을 마무리하고 평택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단체사진
 짧았던 연대활동을 마무리하고 평택으로 떠나기 전 마지막 단체사진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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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참여연대, #불온대장정2기, #용산화상경마장, #김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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