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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홀로 진짜 여행> 책표지.
 <나 홀로 진짜 여행> 책표지.
ⓒ 지식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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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쥐는 날부터 책을 멀리하기 시작했던 딸이 요즘 책에 미쳐 산다.

올여름 어느 하루, 온종일 집에 있던 날 7시간에 걸쳐 소설 한 권을 읽은 이후부터 책을 잡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7권의 책을 사들고 온 것이 불과 한 달 전쯤의 일인데, 엊그제엔 책 좀 사달란다. 제 용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무엇을 사달라고 단 한 번도 먼저 말한 적 없던 딸인데 말이다.

"염리동 소금길? 서울 맞지? 재밌겠네! 오~! 와플집도 추천했네! 나 내일 오후 시간 되는데, 우리 여기 갈까요? 어머니. (내 반응을 살피며) 이런 책은 가보라고 내는 책 아닐까요?"

당연히 내가 읽는 책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요즘 내가 읽고 있는 모든 책들은 일단 검열(?)하곤 한다. 권다현의 <나 홀로 진짜 여행>(지식너머 펴냄)은 좀 더 각별하게 검열한 책이다. 저자나 목차를 읽은 후 대충 넘겨 훑다가 눈에 띈 부분을 잠시 읽은 것으로 어떻겠다 말하는 것과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넘겨보며 이러쿵저러쿵, 끝내 이런 주문까지 했으니 말이다.

"심란할 때 집에 처박혀 있으면 더 심란하담서? 그러니 뭐 기분 전환도 할 겸..."

느닷없이 심란한 일이 터져 한참 골머리 앓고 있던 내게 이처럼 덧붙이기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리하여, 덕분에, 우리 모녀는 지난 금요일(8월 29일) 오후 '염리동 소금길'에 갔다. 

"염리동의 염(鹽)은 소금을 뜻한다. 과거 이곳에 소금장수들이 많이 살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염리동 근처에 마포나루가 자리했고 이곳으로 전국의 소금 배가 드나들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소금을 저장해두는 창고도 있었고 덕분에 소금장수들이 터전을 잡고 살았다고 한다. 골목이 많고 경사가 불규칙하다 보니 서울에서 손꼽히는 방값 저렴한 동네로 뜨내기 젊은이들과 외국인 노동자들 그리고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만 겨우 남았었다.-<나 홀로 진짜 여행>에서.

 염리동 소금길 지킴이집과 그 골목 일부. 위험할 때 벨을 눌러 도움받을 수 있는 집이다.
 염리동 소금길 지킴이집과 그 골목 일부. 위험할 때 벨을 눌러 도움받을 수 있는 집이다.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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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리동 소금길은 바닥에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놀이그림들을 그려넣은데다가 벽을 칠하거나 그림들을 그려넣거나, 옹기종기 꽃이나 화분을 이용한 텃밭들이 조성되어 있어서 걸으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2015. 8.28)
 염리동 소금길은 바닥에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놀이그림들을 그려넣은데다가 벽을 칠하거나 그림들을 그려넣거나, 옹기종기 꽃이나 화분을 이용한 텃밭들이 조성되어 있어서 걸으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2015. 8.28)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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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리동 소금길은, 지하철 2호선 이대역 5번 출구로 나가 → 지하철 출구를 등지고 5분쯤 걸어가다가 → 큰 골목이 나오면 그 골목으로 일단 들어가 걸으며 기웃기웃 → 노란 전신주(혹은 가로등)가 보이거나/ 땅에 노란색으로 무언가 그려져 있거나 표시되어 있으면 → 그 길을 따라가면 된다. →노란 전신주 번호를 확인, 번호대로 혹은 번호 거꾸로 걸으면 된다.

이런 설명에 웃을 사람도 있을까만, 한번이라도 갔다 온 사람들은 아마도 공감하지 않을까. ▲염리동 소금길은 염리동 한 부분 일대, 몇 개의 골목을 따라 조성된 길로 그 범위가 제법 넓은 데다가 ▲골목마다 특징이 있고 ▲전봇대 번호는 1번~68번까지이나, 어디서든 걷기 시작하면 되고 ▲필요한 만큼만 걸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곳을 다녀온 일부 블로거들이 모 편의점이나 카페 등과 같은 특정 가게 이름을 언급하며 가는 방법을 설명하기도 하는데, 염리동 소금길 일대는 달동네 느낌이 어느 정도 느껴질 정도로 많은 건물들과 많은 가게들, 그리고 넓고 좁은 수많은 골목들로 되어 있다. 때문에 누가 말한 특정 장소(가게 등)를 찾는다고 오히려 우리처럼 난감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주민들에게 소금길을 물으면 열에 아홉은 모르겠다는 눈치. 그리고 모른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노란전봇대' 혹은 '그림 그려진 벽이나 길'이리고 물었더니 듣자마자 금방 알려줬다.

 둘 혹은 셋 정도 노는 아이들을 몇그룹 만났다. 그래서 염리동 소금길은 훨씬 생동감 있어 보였다(2015.8.28)
 둘 혹은 셋 정도 노는 아이들을 몇그룹 만났다. 그래서 염리동 소금길은 훨씬 생동감 있어 보였다(201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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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전거 바퀴 전부가 나오게 찍고 싶었는데 골목이 좁아 어쩔 수 없었다. 염리동 소금길은 6개의 테마로 조성, 다양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2015.8.28)
 자전거 바퀴 전부가 나오게 찍고 싶었는데 골목이 좁아 어쩔 수 없었다. 염리동 소금길은 6개의 테마로 조성, 다양한 풍경을 만날 수 있다.(2015.8.28)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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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이곳에서 지하철 한 정거장 가면 되는 아현동에 살 때, 신림동에서 한밤중에도 달려올 정도로 엄청 친한 친구가 이곳으로 이사 왔대. 가까이 왔으니 자주 만나 밥도 먹고 차도 마시자. 둘 다 기대했대. 그런데 아예 한 번도 놀러오지 않더래. '골목이 너무 어두워서'란 핑계만 대면서. 그래서 저자가 친구가 살고 있는 이 염리동으로 치킨 한 봉지 사들고 찾아왔는데…. 봐!, 지금도 이렇게 좁은 골목들과 집들이 많은데 아마도 10년? 15년? 전쯤엔 오죽했겠어.

여름이라 해가 저물지도 않았는데 몸을 바짝 웅크리고 떨고 걸을 정도로 분위기가 무서웠다나. 어쨌거나 겨우겨우 마중 나온 친구를 보는 순간 안심하는 동시에 어떻게 돌아가지? 걱정부터 되었다나. 비로소 친구의 사정을 실감한 거지. 친구가 결국 전세기간도 다 못 채우고 이사 갈 정도로 좀도둑은 말할 것도 없고 경찰차가 출동하는 일이 오히려 자연스러울 정도로 무서운 동네였대. 경찰이 귀갓길을 동행하는 '여성안심귀가서비스' 그거 알지? 그게 이곳 염리동에서 처음 시작된 거라니 알만하지? 얼마나 위험하고 살기 불안한 동네였는가 말이야"

소금길을 걸으며 딸에게 책에서 읽은 이야기를 해줬다. '여성안심귀가 서비스'가 최초로 시작될 정도로 위험했던 이 동네 염리동은 그러나 소금길 조성으로 많이 밝아졌다고 한다.

저자에 의하면, 지난날 가난한 사람들 혹은 돈이 많지 않은 뜨내기들이 어쩔 수 없어서, 그리고 잠시 거쳐 가듯 불안하게 살던 이곳은 이제 주말이면 지방에서까지 놀러오는 사람들이 있거나, 사진을 찍고자 카메라를 들고 찾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 되었다고 한다. 밝고 안전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이 그만큼 밝아지고 안전해졌음은 물론이다.

 소금나루터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상징들(2015.8.28)
 소금나루터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상징들(2015.8.28)
ⓒ 김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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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염리동을 대상으로 범죄예방 디자인 프로젝트가 시작되면서 동네풍경이 싹 바뀌었다. 새롭게 길을 깔거나 건물을 허문 것이 아니라 그저 골목에 색을 입히고 낡은 담장에 그림을 그려 넣은 것이다. 어두컴컴한 골목길 곳곳에 24시간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어둠을 밝혀줄 노란색 가로등도 69개나 새로 들어섰다. 주민들 스스로 서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 센터(기자 주: 소금 나루터)를 짓고 위험한 순간엔 이웃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지킴이집'도 선정했다. 늦은 오후만 되어도 꼼짝없이 집에 갇혀있던 아이들을 위해 바닥에 '땅따먹기'와 같은 놀이공간을 만들었다. -<나 홀로 진짜 여행>에서.

책에서 소개하는 곳은 제주도까지를 포함한 전국의 44곳. '위험할 것 같다'거나 '심심하다 혹은 쓸쓸하다', '어디가 좋을지 잘 몰라서' 등과 같은 이유들로 선뜻 떠나지 못하는, 혼자여행은 더더욱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안전하고 즐겁게, 그리고 고립감이나 쓸쓸함 같은 것들을 느끼지 않고 혼자 여행하기 좋은 여행지들을 8개의 주제로 묶어 소개한다.

혼자, 안전하고 저렴하게 묵기 좋은 여행지 주변의 숙소와, 혼자 먹어도 결코 쓸쓸하거나 뻘쭘해지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맛집 등을 연계해 실은 것, 모든 여행지를 대중교통편을 위주로 소개하는 것은 이 책의 큰 장점. 특히 기차나 고속버스에서 내려 갈아탈 수 있는 버스 번호를 소개하고 있음은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여행지 선정부터 다음 여행을 위한 계획까지를 8항목으로 들려주는 '여행 고수 권다현의 나홀로 여행자들을 위한 꿀팁 여덟 가지'는 정말 유익한 내용들. 혼자 혹은 나처럼 누군가와 조용한 여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책보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 그런 책이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덧붙이는 글 | <나 홀로 진짜 여행>(권다현) | 지식너머 | 2015-07-31 | 16,000원



나 홀로 진짜 여행 - 당일치기부터 바캉스까지 테마별 국내여행 44

권다현 지음, 지식너머(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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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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