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제7기사단>의 한 장면.

영화 <제7기사단>의 한 장면. ⓒ (주)미디어로그


오직 주군에게 충성하는 기사. 얼핏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듯하지만, 영화 <제7기사단>은 시공간을 가늠할 수 없다. 동서양의 배우들이 섞여 있고, 의상 역시 다양한 문화권의 요소가 합쳐진 것처럼 생경한 스타일이다. 여기에, 한국 관객들에게는 익숙한 얼굴인 배우 안성기와 박시연이 등장하면 느낌은 더 묘해진다.

<제7기사단>은 타락한 왕국, 절대 권력에 맞선 기사들이 펼치는 최후의 전투를 그리고 있다. 특정시대나 지역을 배경으로 하지 않기에 판타지처럼 여겨질 수도 있지만, 내용은 '신념을 따른다'는 보편적인 가치를 담았다. 황제의 신임을 등에 업고 영주들에게 횡포를 부리는 권력가 기자모트(엑셀 헨니 분)에 맞선 영주 바톡(모건 프리먼 분)과 그의 뜻을 받드는 기사 레이든(클라이브 오웬 분)의 반격이 주 내용이다.

가상의 세상에서 보편적인 인간의 가치를 묻다

어쩌면 21세기에 정의를 직설하는 '기사도' 정신은 고리타분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답이 정해져 있는 이야기는 긴장감을 주지 못하고, 신념의 무게를 짊어진 비장미는 부담스럽거나 실소를 낳기도 한다. 마치 너무 정직해서 촌스럽게 느껴지는 사람을 닮았지만, 그 진정성이 전달되는 지점도 분명 있다. 이를테면, 그릇된 힘에 굴복하지 않는 바톡의 "명예로운 상처는 스스로 입히는 것이다"라는 대사는 곱씹을 만하다. 물론 모건 프리먼의 화면을 장악하는 존재감 덕이 팔 할 이상이다.

마찬가지로, 안성기의 관록 있는 연기는 어색한 영어 발음을 감내하게 해준다. 기자모트의 횡포에 저항하고 싶지만 딸 한나(박시연 분)가 그의 아내라서 참을 수밖에 없는 귀족 어거스트의 복잡한 감정을 오로지 표정만으로 전달하는 내공을 보여준다. 안성기와 박시연의 '할리우드 진출작'이라고 하기에 출연 분량이 섭섭하지만, 두 사람은 레이든이 이끄는 제7기사단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영화 <제7기사단>에서 귀족 어거스트를 연기한 배우 안성기.

영화 <제7기사단>에서 귀족 어거스트를 연기한 배우 안성기. ⓒ (주)미디어로그


두 배우 외에도 익숙한 것은 정두홍 무술감독이 연출에 참여한 액션 장면이다. 비록 중세시대 기사들의 전투를 그려내야 했기에 정두홍 감독 특유의 주변 사물을 이용한 격투신 같은 찰진 느낌을 받기는 어려웠지만, 속도감과 리듬감은 살아있다. 정 감독은 펜싱을 기초로 하는 체코의 무술팀과 함께 액션신을 만들기 위해 연구를 거듭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백인 귀족들만 우르르 나오던 중세시대 느낌의 작품에서 다양한 인종을 볼 수 있다는 건 색달랐다. 가상의 세상과 근본적인 가치를 묻는 메시지의 합. 독특한 세계관이 눈에 들어올 수도, 정체불명의 모양새가 생경할 수도 있다. 9월 10일 개봉.

제7기사단 박시연 정두홍 모건 프리먼 클라이브 오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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