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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의 저자이자 천체물리학자인 칼 세이건에 따르면 우리 모두는 별에서 온 물질로 만들어진 천문학자의 후손이다. 어스트랄러지(Astrology)에서는 우리가 어떤 별의 영향을 받고 태어났는가에 따라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방식이 다르다.

열두 별자리와 행성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우리에게 친근한 영화·드라마 속 캐릭터를 예로 들어 이야기하고자 한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나 자신과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은 그 혹은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기 위해서. - 기자 말

심리학자 칼 융은 별자리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특정한 순간 특정한 장소에서 태어난다.
마치 오래된 와인이, 와인이 빚어지던 그해 그 계절의 특질을 지니고 있듯이
태어난 때와 그 장소의 특징을 지니게 된다.

좋은 와인을 찾기 위해 떼루아와 빈티지를 공부하고 최고로 맛있게 마실 수 있는 방법을 찾듯 사람을 만날 때도 그의 바탕이 되는 성격과 특질을 안다면 더 잘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최근에 만난 책과 전시 등을 예로 들어 예술가들이 자신의 별자리에 따라 어떤 식으로 세상에 말을 걸고 표현하는가 이야기하고자 한다. 좋은 별자리, 나쁜 별자리는 없다. 다만 자기 별자리의 특질을 잘 숙성시켜 살아가는가가 중요하다.

파리 뒷골목을 달팽이처럼 느리게 걷기 <라비 드 파리>

 <라비 드 파리> 파리의 인생 그 온도를 찍다. 포토에세이 / 김진석 지음 / 큐리어스 펴냄 / 2015. 07
 <라비 드 파리> 파리의 인생 그 온도를 찍다. 포토에세이 / 김진석 지음 / 큐리어스 펴냄 / 2015. 07
ⓒ 큐리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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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 1순위는 단연 파리다. 파리는 영화 <아멜리에>에서 본 자갈 포석 거리와 에펠탑, 아름다운 프랑스 여성, 수준 높은 문화, 루브르박물관의 미술품 등 대단히 낭만적인 환상의 도시다.

<걷다 보면>을 통해 스페인의 까미노와 올레, 히말라야 트레킹 등 걷는 사진을 소개했던 사진작가 김진석. 그가 1구부터 20구까지 달팽이처럼 둥글게 뻗어나간 파리의 골목골목을 찍었다. 달팽이처럼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두 바퀴나 돌면서 10만 컷의 사진을 찍은 그는 그 중 300여 컷의 사진을 엄선해 <라비 드 파리> '파리의 인생' 그 온도를 찍다,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은근과 끈기로 인생을 조각하는 노력가 염소자리

제주 올레에서 히말라야, 산티아고를 거쳐 파리까지 길 위의 걷는 사진작가 김진석은 12월 31일에 태어난 염소자리다. 염소자리의 상징은 가축의 신 판(Pan)으로 인간 남자의 상반신에 산양의 다리와 뿔을 지닌 반인반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얌전한 염소가 아니라 동굴에 살면서 산이나 골짜기를 누비고, 사냥을 하는 야생의 염소다. 그런데 음악을 좋아해서 쉬링크스라는 양치기 피리를 발명해 잘 불었고 요정들에게 춤을 가르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12월 22일 동지(冬至,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부터 1월 20일까지 가장 추운 겨울에 태어난 염소자리는 은근과 끈기로 자신이 목표한 지점에 오르기 위해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일찌감치 자신의 목표를 정하고 그것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인생과 시간을 조각하며 꾸준히 노력한다. 그래서 염소자리 중에는 정상에 오르는 예술가들이 많다. 음악과 춤을 좋아했던 판의 영향도 있을 테다.

 "다시 태어난다면 걷는 사진작가는 하지 않겠다." 걷는 사진작가 김진석
 "다시 태어난다면 걷는 사진작가는 하지 않겠다." 걷는 사진작가 김진석
ⓒ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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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는 일은 걷는 일이다. 남들과 다른 곳, 보다 좋은 풍경과 앵글을 찍기 위해 사진작가는 두 발에 의지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충분히 다가서지 않아서"라는 로버트 카파(Robert Capa)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사진을 찍으려면 남들보다 더 많이 발품을 팔아야 한다. 게다가 사진작가의 카메라와 렌즈 등을 합치면 무게가 무려 20킬로그램 정도 된다.

스페인의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걸었던 나는 언젠가 물었다. 걷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죽겠는데 어떻게 걸으면서 찍느냐고. 그는 "걸으면서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두세 배는 걸어야 한다, 그냥 걸으면서 찍고, 그러다 멋진 대상을 발견하면 앞에서 찍고 다시 뛰어와 뒤에서도 찍어야 하니까. 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기다려서 한 번 더 앞뒤로 찍는다"고 했다. 그래도 걷는 사진작가라 행복하다던 그가 파리에서 돌아오더니 "다시 태어난다면 걷는 사진작가는 하지 않겠다"고 한다.

파리의 1구부터 20구까지 골목골목을 걸으며 파리를 찍는다고 했을 때 멋진 작업이라 응원하면서도 한편으로 걱정이 됐다. 도시를 걷는 것은 산길이나 트레킹 코스보다 몇 배 힘들다. 어쨌든 그는 검소하고 철두철미한 염소자리 성격 그대로 약 50일의 시간 동안 하루 8~10시간, 25~35킬로미터 거리를 걸어 파리를 두 번이나 돌았다.

이제 그보다 많은 파리의 골목길을 걸어본 사람은 파리지앵 중에서도 드물지 않을까? 성격 급한 양자리가 단거리선수라면 느릿느릿 황소자리는 마라톤을 택한다. 염소자리는 달리기를 할 때도 꼭 쉽지 않은 장애물달리기를 좋아한다. 그러니 사진을 찍어도 힘들게 걷는 사진작가를 택하는 것이 염소자리 김진석에게 딱 맞는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파리 4구, 마레지구에서 만난 빵 배달원.
 파리 4구, 마레지구에서 만난 빵 배달원.
ⓒ 사진작가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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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천천히 걸었다고 했고 멋진 사진집 <라비 드 파리>를 들고 돌아왔지만 얼마 전 오른 손에 탈이 나 6개의 인공관절을 박는 수술을 받았다. 그러게 하나의 원대한 목표를 향해 인내와 끈기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염소자리는 제발 목표를 좀 낮추어 잡고 뻣뻣한 관절 건강을 조심해야 한다고 아무리 말해도 듣지를 않는다.

다행인 것은 염소자리의 진짜 인생은 마흔부터 시작된다. 양자리나 쌍둥이자리가 나이 들어서도 절대 동안을 자랑하며 밝고 유쾌하다면, 염소자리는 어려서부터 노안에 사고방식과 행동도 꼬장꼬장한 노인네 스타일이다. 하지만 인생은 기니까 이제 마흔이 넘어 로맨스 그레이 같은 멋진 모습을 보여줄 그의 사진을 더욱 기대한다.

파리지앵의 일상이 담긴 파리... 현실과 안정 중시하는 염소자리

"걷는 사진 작가"로 자리매김한 김진석은 걷기 위한 트레킹 코스가 아닌 도시의 사진 작업을 시작하면서 왜 첫 번째로 파리를 택했을까? 그 이유에 대해 그는 "프랑스 사람들의 몸에 배인 톨레랑스를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16세기 종교개혁 시기에 등장한 톨레랑스는 흔히 "관용"이라는 말로 번역된다. 나의 생각과 믿음이 중요한 만큼 타인의 것도 중요하므로 그것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백인과 흑인, 동양인이 섞여 살고 있는 세계의 축소판, 파리에서 그는 톨레랑스를 보았을까?

 "에펠탑이 있지만 일상적인 모습의 파리를 담고 싶었다." <라비 드 파리> 중에서
 "에펠탑이 있지만 일상적인 모습의 파리를 담고 싶었다." <라비 드 파리> 중에서
ⓒ 사진작가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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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 드 파리>는 지금껏 내가 봐왔던 파리, 파리의 사진들과 다른 풍경들이 담겨 있다. 에펠탑과 루브르가 있긴 하지만 사진의 주인공은 파리가 아니라 사람이다. 환상의 파리가 아니라 일상속의 파리 골목길과 그 길 위에서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의 사진이다.

염소자리는 시간의 신 토성의 지배를 받는다. 토성의 키워드는 현실과 안정이다. 또한 염소자리는 황소자리, 처녀자리와 함께 흙의 별자리로 그중에서 가장 현실적이고 규칙을 준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랑보다 꿈(현실적인 목표로서의 꿈)이 꿈보다 당장의 의식주가 중요한 염소자리에게 일상이란 자신의 의식주를 책임지고, 자신의 꿈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바탕이다.

그래서 <라비 드 파리>는 꿈과 낭만의 대명사 파리에서도 관광객이 아닌 거주민의 시선으로 파리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라비 드 파리>에 담긴 사람들의 사진을 보고 있자면 2003년 <오마이뉴스>에 연재된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내가 사진작가 김진석을 알게 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환경미화원부터 찹쌀떡장수, 우유배달부, 동대문 옷가게까지 새벽을 활기차게 열며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이 연출되거나 포장되지 않고 그대로 보였다. 사진 한 장에 담긴 다큐멘터리의 감동에 울컥해서 방송 섭외를 부탁했다가 거절당했다.

 바게트를 안고 뛰어가는 소녀.
 바게트를 안고 뛰어가는 소녀.
ⓒ 사진작가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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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이 파리에서 만난 톨레랑스란 사진을 찍는 사람, 청소를 하는 사람, 눈이 보이지 않는 장님, 장님을 돕는 행인, 심부름으로 바게트를 사가는 아이, 에펠탑을 배경으로 개와 산책하는 신사, 그림을 그리고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하는 예술가들... 이 모든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그만큼 서로를 존중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아니었을까? 파리에서든 서울이나 제주 올레, 히말라야에서든 그가 언제나 땀 냄새 폴폴 나는 정감 어린 사람들의 사진을 담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톨레랑스에 기초한 것이 아니었는가 말이다.

우리는 서로에게 엄지를 치켜세웠다.
나는 그의 노동에, 그는 나의 사진 작업에 경의를 표한다.
처음 보는 사이지만 서로에게 응원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길을 통해 얻는 소중한 힘이다.
- 김진석, <라비 드 파리> 중에서

인간 최고의 예술 '사랑'을 사랑하는 사자자리

 김진석. 사람들이 무서워 피할 것 같지만 사진을 찍을 때 그의 표정은 해맑은 어린아이 같다.
 김진석. 사람들이 무서워 피할 것 같지만 사진을 찍을 때 그의 표정은 해맑은 어린아이 같다.
ⓒ 김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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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만나러 가는 길에 지하철 신촌역에서 먼저 마주친 그는 영락없는 국제 노숙인이었다.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이 큰 바위 얼굴을 뒤덮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180이 넘는 큰 키에 시력은 2.0이 넘고 한 뼘이 30센티미터는 될 듯한 커다랗고 긴 손가락. 사진을 찍는 데는 최적화된 외형이지만 말을 걸기는 쉽지 않다.

그의 기본 성격을 말해주는 태양별자리(☼)는 염소자리지만 그의 내면과 무의식, 정서에 깊은 영향을 미치는 달별자리는(☽) 사자자리다. 그의 외모는 전형적인 사자자리의 모습이다. 위풍당당한 백수의 제왕답게 덩치가 크고 머리는 사자갈기처럼 풍성한 곱슬머리인데다 첫 인상과 다르게 해맑은 아이 같은 표정을 가지고 있다.

 몽마르트 언덕 위의 키스.
 몽마르트 언덕 위의 키스.
ⓒ 사진작가 김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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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휴일처럼 즐기고 인간 최고의 예술인 '사랑'을 사랑하며 연애를 할 때도 그 자체로 아름다운 로맨스와 무드를 즐기는 사자자리답게 <라비 드 파리>에도 연인들의 사진이 빠지지 않았다. <소울 키스> 파리 편을 다시 엮어도 좋을 만큼 에펠탑을 배경으로 키스하는 연인,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한껏 사랑하는 파리의 연인들 사진을 보고 있으면 나도 당장 짐을 싸들고 여권을 챙겨 파리에 가고 싶다. 파리의 골목골목을 걷고 멋진 남자를 만나 사랑하고 싶다. 당장 그럴 수 없으니 대신 <라비 드 파리> 속을 산책하듯 천천히 보는 수밖에.

김진석은 길 위의 사진가. 오롯이 두 발로 걸으며 사진을 찍는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있다면 나에게 맞는 스타일은 몸으로 느끼는 것이다, 몸으로 느끼는 것 중에 가장 좋은 건 걷기"라고 말하는 김진석은 카미노 데 산티아고, 투르 드 몽블랑, 히말라야, 프랑스, 규슈 올레, 아프리카, 제주 올레길 등을 걸으며 '사람들의 아름다운 순간'을 카메라에 담고 있으며 그 순간을 페이스북을 통해 수많은 이들과 소통 중이다.

사진기자로 10여 년간 일했고, 사진을 강의하며 많은 수강생을 배출했다. 2015년에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걷고 부다페스트 카르톤 갤러리에서 한 달간 개인전을 열었다. 지은 책으로 <걷다 보면> <찍고 또 찍고> <소울 키스> <폴링 인 바르셀로나> 등이 있다.

* 김진석 페이스북

염소자리의 예술가들

마티스(Matisse, 1869년 12월 31일 생) 격렬한 원색과 보색의 대비를 통한 개성적 표현으로 야수파를 주도하며 20세기 회화의 일대 혁명을 일으켰던 프랑스 화가
데이비드 린치 (David Lynch 1946년 1월 20일 생) <이레이저 헤드> < 멀홀랜드 드라이브> <광란의 사랑> 등을 만든 컬트영화의 대부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 1876년 12월 29일)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으로 유명한 20세기 첼로의 거장

○ 편집ㅣ박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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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10월 4일 생 태양과 달별자리 뼛속까지 천칭자리. 2000년부터 KBS, SBS, MBC 등에서 방송작가로 먹고 살다 엘 까미노 별들의 들판 산티아고를 걷고 내 삶의 지도 어스트랄러지와 만나 일하며 놀고, 놀며 일하는 프리랜서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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