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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6월 25일자 <동아일보> 5면.
 1973년 6월 25일자 <동아일보>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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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역사 교과를 대입 필수로 만들면서 우리 역사에서 두 번째로 추진하고 있는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41년 전인 1973년, 박정희 정부는 대입 필수로 적용된 역사교과에 대한 국정제를 처음 추진했다.

41년 전 반대 목소리... "다양성 말살, 획일성 찾는 건 위험"

살벌한 유신독재 속에서도 당시 학자들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에 용기 있는 '쓴소리'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그 내용은 올해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학자와 교사들의 목소리와 거의 일치한다. <동아일보>가 1973년 6월 25일 5면에 보도한 '국사교과서 국정에 대한 각계 의견'이란 지면을 2일 분석한 결과다.

박정희 정부는 역사교과서에 대한 국정제를 1974년부터 일제히 적용했다. 중·고교 각각 11종씩 나오던 검정 교과서를 각각 하나의 교과서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김정배 당시 고려대 교수는 '다양성 떠난 소수 저자의 독단 우려'란 글에서 "나는 국사가 획일적으로 되는 것에 반대한다, 획일적인 역사란 있을 수 없다"라면서 "사료의 개발에 따라 역사 내용 자체도 달라질 수 있는 마당에 다양성을 말살하고 획일성만을 찾으려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국사학자들 누구나가 약점이 있다고 할 경우, 소수 저자 만에 의한 교과서는 독단에 빠질 위험이 있다"라고 경고했다.

"41년 전 목소리 다시 내야 하는 상황, 기가 막혀"

5.16 혁명공약을 허위 기술한 국정교과서인 1979년 <고교 국사> 329쪽.
 5.16 혁명공약을 허위 기술한 국정교과서인 1979년 <고교 국사> 329쪽.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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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1979년에 국정제로 나온 <고교 국사> 교과서 329쪽을 보면, '소수의 저자들'은 '5·16 혁명 공약'(5.16 쿠데타 공약)을 조작하기도 했다. 제6조의 내용인 "양심적인 정치인들에게 정권 이양"을 "민주 공화국을 위한 최선의 노력 경주"로 슬쩍 바꿔치기해놨다.

박상환 당시 이화여고 교사도 '교과서 중심 암기교육의 폐단 초래'란 글을 통해 "역사적 사실에 대한 획일적인 해석이 강요되는 국정교과서는 큰 약점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국정에 반대한다"라면서 "국정의 근본 동기가 입시의 부작용이나 부교재를 못 쓰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 졸렬하기 짝이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교사는 "국사교과서의 국정은 교과서 중심의 암기교육을 더욱 강조하게 되는 폐단도 초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기백 당시 서강대 교수도 '국정이 가장 좋은 책이란 보장 없어'란 글에서 "대학 입학시험에 혼란을 방지하는 면에서는 국사 교과서를 검인정에서 국정으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면서도 "가장 좋은 방법은 여러 개의 교과서가 나와서 자유로운 경쟁 속에서 적자생존을 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신세호 당시 한국교육개발원 개발지도국장은 '제작비 싸고 편견에 빠질 우려 적어'란 글에서 "국정으로 해야만 제작비가 싸질 수 있다"라면서 "검인정 교과서를 쓴 학자들은 자기들의 견해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다른 입장을 이해하는 융통성이 적다"라고 '국정제 거들기'에 나섰다.

이에 대해 김육훈 역사교육연구소장은 "41년 전에 국정제에 반대하는 학자들의 목소리를 지금 다시 내야 하는 상황이 기가 막히다"라면서 "41년 전 학자들의 예상대로 문제가 너무 많은 국정제는 이미 국민적 합의 속에 2000년대 초반부터 검인정제가 됐는데, 현 정부가 이런 잘못을 다시 반복하려 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국정 교과서는 독재국가에서 사용된다"더니...

 1970년대에 국정으로 나온 중고교 <국사> 교과서.
 1970년대에 국정으로 나온 중고교 <국사> 교과서.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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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교육비서관을 지낸 김재춘 현 교육부차관은 2009년 6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정책연구인 '교과서 검정체제 개선방안 연구' 논문에서 다음처럼 강조한 바 있다. 

"국정교과서는 독재 국가나 후진국에서만 주로 사용되는 제도다."

김 차관은 또 2005년 6월 16일 발표한 논문 '교과서 인정제 발전방향(자유발행제)'에서는 "국정제는 정치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통제 목적에서 유지돼 왔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 국정제 추진 업무를 총괄하는 것으로 보이는 김 차관은 41년 전 박정희 정부의 '독재국가에 걸맞은 이데올로기적인 통제'를 다시 꿈꾸는 것일까?

○ 편집ㅣ김지현 기자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국정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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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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