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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낙태 여성 용서' 교서 발표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프란치스코 교황의 '낙태 여성 용서' 교서 발표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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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파격 선언이 또 나왔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1일(현지 시각) 프란치스코 교황은 진심으로 깊이 속죄하고 용서를 구한다면 낙태 여성이 앞으로 1년간 한시적으로 죄를 사면받을 수 있다는 교서를 발표했다.

교황은 오는 12월 8일부터 내년 11월 20일까지 '자비의 희년(Jubilee of Mercy)' 기간에 한하여 진심으로 뉘우치는 낙태 여성과 시술 의사를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을 모든 사제에게 부여한다고 밝혔다.

역대 교황과 달리 동성애, 이혼 등 가톨릭에서 엄격하게 금기하는 것을 이례적으로 포용하며 파격 행보를 이어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낙태를 공식적으로 용서한다고 밝히면서 종교계가 술렁이고 있다.

가톨릭은 낙태를 중죄로 간주하여 낙태를 선택한 여성과 낙태 시술을 한 사람은 파문하도록 다스리고 있다. 낙태는 교구의 최고 고해 신부만 용서할 수 있지만, 교황의 이번 선언으로 모든 사제가 낙태를 용서할 수 있는 권한을 한시적으로 받은 것이다.

2009년 브라질에서 의붓 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9세 소녀가 사산할 위험에 처하자 어머니와 의사의 권유로 낙태를 했다. 그러나 가톨릭은 교리에 따라 낙태를 결정한 어머니와 시술 의사를 파문하면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교황은 "그동안 낙태라는 고통스러운 결정을 내리면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많은 여성을 만났다"라며 "불행하게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실존적이고 도덕적인 비극"이라고 낙태를 표현했다.

지난 3월 교황이 특별 선포한 이번 자비의 희년은 25년마다 돌아오는 정기 희년과 다르다. '원죄 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인 올해 12월 8일부터 '그리스도 왕 대축일'인 내년 11월 20일까지 약 1년간 계속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파격 행보, 어디까지?

교황청은 이번 결정이 낙태에 대한 가톨릭의 입장 변화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했다.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은 "낙태가 지닌 죄의 무게를 축소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라며 "자비의 영역을 한시적으로 넓히는 것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교황은 동성애나 이혼에 대해서도 진보적인 입장을 나타내며 가톨릭의 인식 변화를 이끌고 있다. 교황은 동성애에 대해 "동성애자가 선한 의지로 주님을 찾는다면 내가 어떻게 그들을 막고 심판할 수 있겠는가"라고 한발 물러섰다.

또한 이혼이나 재혼한 신자에 대해서도 영성체(communion)를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낙태 여성을 한시적으로 용서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교리와 현실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교황의 진보적인 행보를 모두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한 예수회 성직자는 "교황의 급진적이면서 연민과 자비를 강조하는 정책은 가톨릭의 변화로 여겨진다"라며 "그러나 전통주의자들은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교황은 가톨릭에서 금기하는 피임에 대해서도 "어떤 사람들은 좋은 가톨릭 신자가 되려면 마치 토끼처럼 자녀를 많이 낳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라며 "하지만 그렇게 할 필요 없고, 안전하고 책임있게 낳고 키울 수 있는 범위에서 하면 된다"라고 밝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교황은 "가톨릭의 가르침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회개하는 사람에게 주님의 용서와 사면이 거절되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태그:#프란치스코 교황, #낙태, #가톨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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