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그런 이야기는 잘 알려지지 않습니다. 주로 우리는 간접적으로, 대중매체를 통해 그들을 만납니다. 그러기에 오해도 많고 가끔은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임을 잊기 쉽습니다. 동시대 예인들이 직접 쓰는 자신의 이야기, '오마이 스토리'를 선보입니다. [편집자말]
누군가 "너는 어떤 업보가 있기에 무대 위에서 빛을 발하는 자들 뒤에 가려진 조력자가 되었느냐"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알아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던 짧은 기억입니다. 연재 제안을 받고 적지 않게 고민이 됐습니다. 보이는 직업이 아니고 스타는 더욱 아니니까요.

관객도 배우도 아닌 중간자의 입장에서 겪던 수많은 일들이 있습니다. 막연하게 이쪽 일을 꿈꾸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일련의 과정을 쉽게 전하고, 궁극적으론 함께 일하고 있는 동료들에게 지난 필름의 추억과 행복함을 나누고 싶습니다.

뭔지 모를 일에 야근하고 늘 바빠하는 동료들, 그리고 내 모자람을 채워주는 가족과 친구, 지인들에게 고마움과 함께 작은 사죄의 마음을 담고자 합니다. 잘 드러나진 않지만 담담한 흑백필름처럼 살아가는 작고 소박한 '야심녀'. 전 문화콘텐츠를 홍보하는 아담스페이스의 김은입니다. <김은 드림>

 오는 10월 23일 부터 열리는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포스터. 본래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였으나 올해부터 이와 같이 이름을 바꾸고 국제 행사로 커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오는 10월 23일 부터 열리는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포스터. 본래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였으나 올해부터 이와 같이 이름을 바꾸고 국제 행사로 커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찬바람이 불면 본격적인 영화제 시즌이 도래한다. 거의 매주 새 영화제들이 국내 곳곳에서 펼쳐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부산·부천·전주 등의 국제영화제들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동물영화제, 산악영화제, 음식영화제, 뮤지컬영화제, 스마트폰영화제, 건축영화제, 해양영화제 등 그 소재도 다양하다. 지역 영화제는 또 어떠한가. 정동진, 순천만, 무주 등 각 지역의 특징을 살린 영화 축제 또한 등장했다. 1년 동안 영화제만 찾아다녀도 우리나라 곳곳의 명소들을 다 가볼 수 있을 정도다.

그 뿐인가. 초단편영화제, 3D영화제, 다큐영화제, 실험영화제에 애니메이션페스티벌까지 장르도 무궁무진하고 여성영화제, 청소년영화제, 어린이영화제, 장애인영화제, 노인영화제, 다문화영화제 등 그 대상도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많게는 수십만에서 적게는 수만 명의 관객들이 해마다 국내 영화제를 찾고 있다. 이와 함께 관객 유치 및 홍보도 중요해지는 요즘이다. 아무래도 홍보 대행을 전문으로 하다 보니 영화제 관련 일을 맡을 때가 종종 있다. 특히 국제영화제가 아닌 자체 홍보팀을 꾸리지 못하는 작은 영화제나 축제를 주로 맡곤 했다.

감독들과 막걸리 파티하는 영화제...진정성 느꼈다

때문에 내 기억 속 작은 영화제들은 특별하고도 생생하다. 우선 올해로 벌써 14회를 맞은 미쟝센 단편영화제. 4회 때 장소를 CGV 용산으로 옮겨 대중화를 선언한 이 영화제에서 당시 젊은 감독과 배우들은 "단편영화를 사랑해 달라"고 목청껏 외치기도 했다. <황해>로 스타덤에 오른 나홍진 감독이 단편 <완벽한 도미 요리>를 출품했고, <백야행> 박신우 감독도 단편 <미성년자 관람불가>를 내놓은 행사였다.

회사 사무실이 홍대 인근이기에 근방에서 벌어지는 여러 페스티벌도 접하곤 한다. 그 중 올해로 15회를 맞은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은 국내 유일의 대안영상을 소개하는 페스티벌이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한국 작품 사상 처음으로 은사자상을 받은 <위로공단>의 임흥순 감독이 지난 12회 때 단편 <숭시>를 발표했었다. '똘기가 충만한' 백승기 감독의 <숫호구>도 바로 이곳에 있었다.

서울국제건축영화제는 또 어떠한가. 이 영화제 덕에 정재은 감독의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가 탄생하게 되었다는 것을 관객들은 알고 있을까?

지금은 사라진 홍대 앞 문화예술상 시상식은 그야말로 인디 문화의 보고였다. 행위예술가는 물론이고 인디 시인, 인디 음악가들을 모두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고, 행사 후 진행되던 소박한 막걸리 파티도 일품이었다.

내게 작은 영화제와 페스티벌들은 숨겨진 보물창고 같은 곳이다. 그럴싸한 아이디카드가 없어도, 화려한 레드카펫과 연예인 홍보대사가 없어도, 양질의 콘텐츠와 진정성이 듬뿍 담긴 작품을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작은 영화제로 나만의 보물창고 만들기

 각 영화제마다 출입 및 영화 관람을 위한 아이디카드(ID Card)가 발급되곤 합니다. 서로 다른 형태의 카드를 모으는 재미도 크죠.

각 영화제마다 출입 및 영화 관람을 위한 아이디카드(ID Card)가 발급되곤 합니다. 서로 다른 형태의 카드를 모으는 재미도 크죠. ⓒ 김은 제공


너무 많은 영화제나 페스티벌들이 열리다 보니 문제점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서로 간 관계망이 헐거운 탓인지 영화제 기간이 겹치기도 한다. 영화제의 얼굴인 홍보대사 선정 역시 해마다 숙제처럼 담당자들을 괴롭히는 일 중 하나다. 공기관이 함께 하는 영화제일수록 행사의 내실을 기하기보다는 보이기식 진행과 숫자놀음에 빠지기 쉽다는 것도 문제다. 애정을 갖고 영화제에 매달리는 스태프들의 사기를 꺾는 일이다.

한국 사람들처럼 축제를 좋아하는 국민들이 또 있을까. 매년 개봉하는 영화들이 늘어나듯 이런 행사들도 꾸준히 늘 것이다. 언젠간 이들 축제 역시 각 지자체 관할이 아닌 축제 전반을 관장하는 새로운 주체가 생겨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것이 변해도 숨은 보석들은 어디서든 빛을 발하기 마련이다. 국제적 규모의 영화제도 좋지만, 이번 기회에 집 근처에서 열리는 행사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사람사는세상영화축제, 대단한단편영화제,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등 아직 대중들에게는 낯설고, 규모도 작지만 탄탄한 내공을 가졌거나 재밌는 아이템이 가득한 행사들이 꽤 있다.

그곳에서 진짜 나만의 보물을 하나씩 찾아보자. 올 가을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31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제1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공식 기자회견에서 순천시장인 조충훈 조직위원장과 마음이, 홍보대사 '애니멀 프렌즈' 김민준, 유기견 수리, 갈소원, 오연서가 아자를 외치고 있다.

영화제마다 홍보대사 모시기는 매년 큰 숙제 중 하나입니다.사진은 2013년 제1회 순천만세계동물영화제 공식 기자회견 현장. 순천시장인 조충훈 조직위원장과 마음이, 홍보대사 '애니멀 프렌즈' 김민준, 유기견 수리, 갈소원, 오연서의 모습(좌측부터). ⓒ 이정민


'오마이스타'들이 직접 쓰는 나의 이야기 - 오마이스토리

[김은의 '컬러풀 흑백필름' 3편] "영화 보게 초대권 좀!" 비현실이 돼버린 이 말
[김은의 '컬러풀 흑백필름' 2편] 참 무서웠던 매표소 언니, 빨간 립스틱의 추억
[김은의 '컬러풀 흑백필름' 1편] "네가 하는 일이 뭐?" 영화 홍보하는 김은이라고!


덧붙이는 글 김은 대표는 한 광고대행사 AE(Account Executive)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나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상품 광고가 재미없다며 박차고 나왔다. 이후 1997년 단성사를 운영하던 영화사 (주)신도필름 기획실에 입사해 영화홍보마케팅을 시작했다. 지난 2009년 문화콘텐츠전문 홍보대행사 아담스페이스를 설립했다. 홍보하면서 야근 안 할 궁리, 여직원이 다수인 업계에서 연애하고 결혼할 궁리, 상업영화 말고 재밌는 걸 할 궁리 등을 해왔다. 지금까지 다른 회사가 안 해 본 것들을 직접 또는 소수 정예 직원들과 함께 실험 중이다.
영화제 홍보대사 김은 오마이스토리 부산국제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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