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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택 대법관 후보자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병역기피 의혹과 주식투자 논란 등에 관한 질의에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병역기피 의혹과 주식투자 논란 등에 관한 질의에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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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대법관 후보자로 추천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앞서 모두 발언에서 대법관 다양성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셨죠? 물어보겠습니다. 후보자님, 어디 사시나요?"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 : "강남구 도곡동에 타워팰리스에 삽니다."
서영교 의원 : "대학교는 어디 나오셨죠?"
이 후보자 : "서울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서영교 의원 : "재산은 19억이네요. 병역은 어떻게 했나요?"
이 후보자 : "고도근시로 면제를 받았습니다."

27일 국회 인사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의 배려"를 강조했던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 서영교 의원이 사는 곳, 학력, 재산, 병역 여부를 묻자 이 후보자의 얼굴이 굳어졌다. "병역 면제, 서울대 졸업, 강남 초고층 주상복합 거주"라는 답변이 자신의 포부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일까.

"소수자 배려 노력하겠다"지만... 새누리당도 우려

대법원 획일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이기택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대법관 다양성에 대한 질의에 많은 시간이 할애됐다. 이기택 후보자가 대법관으로 임명되면, 대법관 14명 중, 서울대 출신 12명, 고위 법관 출신 13명, 남자 12명으로 구성된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지난 6일, 다음 달 퇴임하는 민일영 대법관 후임으로 서울서부지방법원장이던 이 후보자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 바 있다.

이 후보자는 모두 발언에서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법원은 본질적으로 소수자와 약자 배려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하는 기관"이라며 "소수자의 목소리, 낮은 목소리에도 귀기울이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해왔다, 그 점에 대한 노력과 배려를 종전 이상으로 해야한다고 명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포부를 '궤변'이라고 질책했다. 전해철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 후보자의 다양성 언급은 궤변"이라며 "이 후보자는 과연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는 삶을 살아왔냐"고 물었다. 이어 그는 "한 개인의 가치관을 확인할 방법은 형식적인 외형으로 추론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후보자의 재산 증식 방식과 병역 면제, 거주지 등을 살펴보면 소수자 보호와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다"고 말했다.

이언주 새정치연합 의원도 "대법관들의 판결이 사회 전반적인 인식과 괴리가 생기고 있다"면서 "최근 대법원의 판결이 사회 변화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대법관 구성이 다양하지 않으면 대법원 존재 이유에 대해 회의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병역기피 의혹과 '학자금 대출 재테크' 논란 등에 관해 질의하고 있다.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의 병역기피 의혹과 '학자금 대출 재테크' 논란 등에 관해 질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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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교 의원은 "국민 인권의 최후 보루가 대법원"이라면서 "사회 소수자와 약자를 보호하겠다면 과거에 조금 더 청렴하게 살아야했던 것 아닌가,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도 야당 의원들의 우려에 동의했다. 김도읍 의원은 "학력, 출신 등 외형적인 부분에서 대법관의 실제적인 경험과 가치관이 투영되지 않겠냐"며 "지금 대법관 구성으로서는 다양성이 보장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용남 의원도 "대법원의 판결 중에 사회 현상을 제대로 이해 못하고 여러 가지 면에서 다소 엉뚱한 판결이 연이어서 나오고 있다"면서 "그런 면에서 법원의 순혈주의가 최고 법원으로서 직무역량을 약화시킨다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홍일표 의원은 대법관 출신의 이회창 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를 언급하며 "이회창 대법관은 재직시 출신 배경은 다른 대법관과 비슷했지만 예리한 지적과 소수의견으로 일화를 많이 남겼다"며 "지금 우리 대법원에 필요한 게 가치관의 다양성이라면 과거 이회창 대법관과 같은 역할을 본인 스스로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식 거래는 근무 시간 전... 후회한다"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가 2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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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2012년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4000여만 원의 학자금을 무이자로 대출받은 것과 관련 이 후보자는 고액 연봉을 받는 고위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서울 지하철 9호선 등 특혜 시비가 일었던 외국계 펀드 맥쿼리인프라 주식을 거래해 2억5000여만 원의 시세차익과 배당금을 얻은 점도 논란이 됐다(관련 기사: 19억 자산가 대법관 후보자의 '학자금 대출 재테크', 이기택 후보, 맥쿼리 주식 팔아 1억5000만 시세차익).

이 후보자는 앞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서는 "적절치 않았다", "깊이 생각하지 못한 점은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특히 주식 거래 시간 여부에 대해 그는 "근무 시간 이전인 오전 8시경에 ARS(자동응답시스템)를 통해 전화 주문을 완료했다"면서 "근무 시간 전이라도 (주식 투자에 대해) 신중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후회한다"고 답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이기택 대법관 후보자, #대법원 다양성,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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