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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작가의 <파인>
 윤태호 작가의 <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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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호 작가의 <파인>이  지난 14일에 연재를 종료했다. 파인(巴人)은 '촌뜨기'라는 의미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는 중국 삼국시대의 유비가 나라를 세웠던 파촉지방에서의 그 '파'에 사는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그 파는 중원에서 볼 때, 서쪽에서 험준한 산지에 둘러싸인 벽지다. 그래서 촌뜨기를 상징하는 비유적 표현이 된 것이다.

<파인>은 전남 신안의 바다 일대에서 좌초된 배의 해저 유물을 둘러싼 도굴단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재 자체는 영화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된, 하나의 목적을 위해 이리저리 모인 범죄꾼들의 이야기라 전형적이다. 하지만 윤태호 작가는 <미생>에서 평범한 이야기를 평범하면서도 긴장감 있고 공감할 수 있게 묘사해 큰 인기를 끈 적이 있다. 그래서 전형성이라는 말을 우습게 보지 못하게끔 하는 것이 그의 매력이다.

그런데 왜 제목이 촌뜨기일까? <파인>은 촌뜨기들이 '그릇'에 미쳐 날뛰는 바다를 그린다.

현실성으로부터 비롯되는 긴장감

<미생>은 평범한 직장생활도 지켜보는 이들로 하여금 긴장감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많은 사람들이 원작 만화와 드라마를 통해 시대의 약자 장그래에게 스스로를 투영시켰다. 그러다 보니, "바닥부터 시작하는 장그래의 몸부림"은 울림이 컸다. 영업3팀에 잠시 몸 담았던 박종식 과장의 비리 색출, 요르단 중고차 수출 사업 등 그가 거쳐가는 하나하나의 장애물을 스스로의 게임으로 받아들였다.

그에 비하면 <파인>은 범죄꾼들의 이야기다. 작품 등장인물 전원이 악인인 피카레스크 장르이다. 주인공 같지 않은 주인공 오희동만이 늘 일말의 심약함 때문에 고민하다가 일이 결국 꼬이는 모습을 보일 뿐이다. 이조차도 피카레스크 장르의 전형인 것. 정상적 삶을 살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삼촌 오관석처럼 완전한 악당도 되지 못한 경계인이다.

하지만 그외의 등장인물들은 그야말로 '꿍꿍이'라는 말이 무엇인지 절로 보여주는 인물들이다. '그릇(해저유물)'을 퍼올려 일확천금하자는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든지 뒤통수를 칠 수 있고 약점이 드러나면 언제든지 사람을 바다로 밀어버릴 수 있는 늑대들이 보인다. 그들이 활용하는 무대는 목포의 한적한 시골마을과 바다 한가운데이지만, 작품의 분위기는 초원에서 서로를 물어뜯는 삭막한 늑대들이다.

그들이 왜 '파인'이냐면, 그 바다에 모인 사람들이 저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 다양한 지역의 걸쭉한 사투리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전라도, 경상도, 황해도 등 1970년대 경제개발 시기, 일확천금의 꿈을 위해 각지에서 초원을 헤집고 다니는 가차없는 늑대들의 이야기다. 바다는 파도가 잔잔해도 그 수면은 유속 때문에 거칠다. 그들이 그릇을 퍼올리는 배는 조용히 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다. 하지만 그 작은 배는 서로를 뒤통수치기 위해 살기가 곤두서 있다.

이 작품의 고정 여성 캐릭터는 2명이다. 다만, 이 2명의 여성도 외모의 묘사가 보통의 여성 묘사와 거리가 멀다. "여성 캐릭터 묘사에 서투르다"고 고백한 윤태호 작가의 개인적 성향도 작용했겠지만, 여성이고 남성이고 예외없이 욕망을 위해 바다로 뛰어든 작품의 내용과 걸맞은 현실적인 묘사로 보인다. 여성도 사람이다. 금전욕, 출세욕, 성욕, 다 가지고 있다.

창조하고 징벌하다, 그저 허당인 범죄꾼들

스토리가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그들의 파멸이 시작된다. 윤태호 작가는 <파인>의 세계를 창조했지만, 거침없이 파멸시켜나간다.

파멸의 이유는 제각각 가지고 있던 결함 때문이었다는 것도 흥미롭다. 이것도 <미생>을 연상시킨다. <미생>과 전혀 다른 세계에서 비슷한 방식의 인물 묘사가 나온 것. <미생>의 인물은 말 그대로 미생이다. 완전체가 아니라는 것. 장그래는 통찰력은 뛰어나지만 지식이 부족하며, 오상식은 업무능력은 완벽하지만 정치력이 부족하다는 식의 묘사가 이어진다.

마찬가지다. <파인>의 등장인물들은 처음에는 범죄꾼들 특유의 공포 분위기와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기싸움에서도 쉽게 지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누구보다 약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 때문에 자신과의 약속, 내지는 스스로 유지했던 이미지를 무너뜨리며 파멸하고 만다. 강자에게 약하지만 약자에게 강한 것은 범죄꾼들의 공통 속성이다. 그들이 신안 앞바다에 모인 이유는 제각각 다르지만, 결국 똑같은 허당들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파인'이다.

윤태호 작가는 <미생>에서 부정 비리를 저지르고 약자인 장그래를 괴롭힌 박종식 과장을 징벌했듯이, 이들을 철저하게 징벌한다.

영화화될 파인이 궁금하다

<이끼>는 영화화됐지만, 배우들의 연기를 제외하면 평가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미생>은 러브라인에 매몰된 공중파의 손을 떠나 케이블에서 방영되면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어 <파인>이 다시 영화화된다.

그래서 영화화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저마다 예상이 분분하다. 중요한 것은, <파인>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등장인물들이 제각각 살기를 드러내면서도 결정적인 순간 허당에 머무르고 마는 이중성을 어떻게 연출하느냐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대한민국 뉴스의 새로운 플랫폼을 마련하기 위한 출발 '샤브샤브뉴스(http://www.sharpsharpnews.com)입니다.



태그:#윤태호, #파인, #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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