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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노조 기자단은 방학을 앞두고 대학생 '3D알바' 혹은 '꿀알바'로 불리는 아르바이트에 대해서 취재했다. 경험이 있는 대학생들을 심층 인터뷰 해 학원, 술집, 보조출연 아르바이트의 허와 실에 대해서 알아봤다. - 기자 말

대학생들에게 한 번쯤 '해 보고 싶은 알바'를 물으면 항상 보조출연알바와 방청객알바가 손에 꼽힌다. 그러나 보조출연알바나 방청알바는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와 같은 곳이다. 가장 기본적인 근로계약서는 물론 5인 이상 사업장은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사회보험조차 가입되어 있지 않다.

방송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4명의 대학생을 만났다. 4명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한 것은 무엇일까? 촬영현장마다 다르겠지만, 공통된 부분들도 상당히 많았다.

방송 보조출연 알바의 급여는 얼마일까?

"보증금은 없고. 페이(pay)에서 좀 많이 떼가요. 얼마 떼가는지 말을 안 해요. 알 수가 없어요. 근데 제 생각에는 한 절반 정도 떼 간 것 같아요. 걔들이 떼어간 거죠. 용역회사가. 사장하고 좀 싸우니까 '일단 7만 원 받고 너는 나중에 남으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좀 뭐라고 하니깐 한 달 뒤에 또 오면 남는 부분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중에 가서 받았죠." - A(22, 남)

보조출연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모집된다. 보조출연자들은 방송사 인터넷 홈페이지에 뜬 모집공고나 중개업체의 전단지를 보고 지원하게 된다. 알바몬이나 알바천국같은 구인광고업체를 통해 구하기도 하고 지인의 요청으로 시작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중개업소를 통해 일을 구한다. 때문에 그 중개회사(용역회사)가 알바노동자의 급여에서 수수료를 떼어가기도 하고, 보증금이라는 명목으로 몇 만 원씩 가져가기도 한다. 중개수수료가 얼마인지 알려주지 않아서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떼이는지 모르는 채 원래 급여보다 훨씬 차감된 급여를 받고도 만족해야 한다.

"드라마를 제작하는 곳에서 중개업체로 돈을 넘겨주면 그 업체들이 사람들에게 다시 급여를 주는 방식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알바하고 돈을 받는 데까지 오래 걸린다고요. 촬영하면 그 달 말이 아니라 그 다음 달 말에 받는 식으로요. 그 기간조차 지났는데 아직 받지 못한 것도 있어요. 또 당일 지급하는 업체도 있는데 이 경우에 일당이 적어요. 수수료를 얼마 떼어 가는지는 자세하게 모르고요." - C(21, 남)

이러한 이유로 시간이 꽤 걸린다는 명목으로 급여를 두 달째 못 받고 있는 알바노동자도 있다. tvN에서 방영한 모 드라마에 출연한 C씨는 '담당자가 1~2주 내에 입금될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한 일한 당일 바로 급여를 지급하는 업체도 있는데 이 경우에 원래 급여보다 더 적은 액수로 받게 된다고 한다.

정해진 시간이 없는 방송 보조출연 알바

2012년 사극 보조 출연 체험 당시 사진. 보조출연자들의 일 중 팔 할은 '대기'다
 2012년 사극 보조 출연 체험 당시 사진. 보조출연자들의 일 중 팔 할은 '대기'다
ⓒ 이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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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처음 해본 거지만 중개업체와 소통이 많고 오래 한 친구들은 몇 시에 어디서 하는 걸 아니까 버스 타러 안 오고 바로 그곳으로 오기도 해요. 보통은 펑크 내면 안 되니깐 일찍 오게 하지만 여러 번 일해서 서로 신뢰가 있으면 촬영지로 곧장 오게 하기도 하는 거 같더라고요. 저는 촬영지가 어딘지 몰랐어요. 여의도역 앞에 봉고차랑 버스가 있는데 회사 이름도 잘 모르는 상태여서 처음에는 팔려가는 게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어요." - C

"사극같은 경우에는 거의 모이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어요. 새벽 여섯시 반인가 여섯시까지 여의도 MBC 앞으로 오라고 했었고. MBC 앞에 모여서 다같이 대형버스를 타서 출발을 해요. 보통 지방으로 가거든요. 저는 가장 멀리는 경북 문경까지 가봤어요. 한겨울이었는데 정말 고드름이 이만하게(30cm 정도) 얼었던 곳으로 생각나요. 가는 데에는 3~4시간 걸렸죠." - B(23, 여)

"밤 11~12시쯤 출발했던 것 같아요. 관광버스에 태워가지고 전라도까지 보내요. 새벽 3시쯤에 도착한 거 같은데, 도착하자마자 깨워서 분장시키고…." - A

대부분의 보조출연자들은 여의도에 아침 6시까지 모여서 업체에서 준비한 관광버스를 타고 촬영지로 이동한다. 이동시간도 천차만별이었다. 현대극의 경우에는 도심에서 촬영이 가능하기 때문에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지만 사극의 경우에는 먼 지역까지 내려가기 때문에 5시간 이상을 버스를 타고 지역으로 내려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이동시간은 시급에 포함되지 않는다.

"촬영시간보다 당연히 대기시간이 길어요. 9대 1? 찍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이 안 걸려요. 그냥 무한정 대기하는 것이 일이라고 보면 돼요. 그러다가 나와서 찍어라 하면 또 찍고. 두 컷, 세 컷 안에 끝나거든요." - A

"보통 한 프로그램 녹화하는데 시간이 최소 2시간은 걸리는데, 그 2시간을 위해 3시간 심하다 싶을 때는 5시간 동안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습니다. 그 5시간이 어디를 다녀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시간 동안의 급여를 계산해 주는 것도 아니었죠. 요즘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그 대기시간이 상당히 불합리하다고 느껴졌습니다.' - D(25, 여)

촬영을 기다리는 대기시간도 실제 촬영시간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길었다. 주인공인 배우들은 촬영을 위해 9시에 오지만, 보조출연 알바노동자들은 6~7시에 와서 주연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화면에 나오는 시간은 단 3초. 3초를 위해 하루 온종일을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방청알바도 그저 버리는 시간일 뿐인 대기시간에 대한 부당함을 토로했다. 마찬가지로 언제 촬영을 하는지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대기하다가 갑작스럽게 촬영을 시작하는 것도 보조출연알바와 다를 바가 없었다.

보조출연 알바에게는 인권이 없다

"거의 밖에서 대기했어요. 그래서 따뜻하게 입고 오라고 공지를 하긴 해요. 근데 아무리 외투를 입어도 안 되는 추위거든요. 지방 촬영가면 스태프나 다른 연기자들은 차로 가서 대기하고 대형 난로를 따로 쓰지만, 엑스트라는 한 구석에 앉아서 그냥 덜덜 떨고 있는 수밖에 없어요. '간이화장실'이 있으면 그 안에서 대기하기도 해요. 추위를 피할 방법이 없으니까 화장실 안에 앉아서요. 잠깐 있다가 나오고. 계속 왔다갔다 하면서. 보온은 안 되죠." - B

가장 힘들 때는 언제였냐고 물으니 이구동성으로 추운데 밖에서 계속 대기해야 할 때라고 답했다. 하는 일이 없는데도 언제든지 부르면 나갈 수 있도록 촬영장 주변에 대기를 시키는 것이다.

"보조출연자들이 모이면 나이대가 굉장히 다양해요. 10대는 없고, 20살부터 많게는 60대까지 있어요. 그럼 인력관리 하는 매니저같은 경우는 나이대가 보통 30대 중반에서 40대 사이인데, 이 사람들은 나이를 막론하고 그냥 막말을 해요. 군대식이라 해야 하나? 무조건 군기를 잡아놔야 한다, 이 사람들이 풀어지면 안된다고 생각해서. 그냥 자기보다 웃어른인 사람한테도 반말을 하고 심하게는 욕설도 하고 저는 모습을 많이 봤어요." - B

"메가폰 잡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약간 군대식으로 말하죠. 말투도 험악하고. '여러분이 자꾸 빨리빨리 안 하면 제가 자꾸 험악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위협하면서 수련회 분위기로 가요.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고." - A

"좋게 말하면서 잘 해주는 사람도 있지만 호통치는 사람도 있어요. 비속어를 쓰면서 거칠게 대하는 사람들도 있죠. 매우 심한 욕을 하는 건 아니지만 언성을 높이는 것 자체가 위압감을 줍니다." - C

"물론 촬영하다보면 동선이 꼬이거나 그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나오지 않을 때가 있어요. 사람들이 움직여주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근데 처음하는 사람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고, 정신이 없어서 실수를 하거나 할 수도 있는데, 반복되는 실수를 하면 지적할 수 있잖아요. 근데 그냥 처음 실수를 해도 지적이 아니라 그냥 욕설과 폭언을 퍼부어버리거든요. 인격체로 취급을 안 해줘요." - B

가장 심각한 문제는 촬영장의 분위기다. 보조출연자가 촬영 중에 실수를 하면 제작진들이 언성을 높이면서 위압감을 조성하고, 업체의 매니저가 군대식으로 보조출연자들을 관리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에는 제작진으로부터 욕설까지 듣는 경우도 있었다.

"호응을 더 크게 해야 빨리 끝나고 빨리 집에 갈 수 있다고 말했어요. 방청 더빙 같은 경우 호응이 작으면 아예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다시 틀어주기도 했거든요." - D

D씨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현장 방청객 같이 웃음 소리를 녹음하는 일을 했고 음악프로그램과 토크쇼에서는 호응을 크게 하는 역할을 맡았다. 음악프로그램의 특성상 10대 알바노동자들이 많았는데, 촬영스태프들이 청소년들에게 '야 너네 줄 똑바로 서!' '야 너네 소리 크게 질러!' 등 반말을 하며 함부로 대하는 상황도 경험했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을 찾아 볼 수 없는 보조출연 아르바이트 현장

보조출연 아르바이트는 보통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고, 시급도 정확하게 모른다. 일급여도 받아봐야 얼마인지 안다. 때로는 일급여를 시간으로 나눴을 때는 최저임금(시급)도 되지 않는다.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눴던 것 같거든요. 오전반은 새벽 6시에 모여서 오후 5시쯤에 데려다줄 때도 있고, 해산 직전에 추가 근로자를 받아요. 그러면 밤 9시에서 10시, 더 늦으면 12시까지 추가촬영을 하게끔 하고요. 그러다보면 집에 돌아오면 또 새벽 3~4시 이렇게 되니깐 그 때는 대중교통도 없고 하잖아요. 그러니깐 여의도에 내려서 이도저도 안되니깐 24시간 카페에 가 있거나 그렇게 첫차 타고 퇴근하고. 그래서 막 시간 때웠던 기억이 있네요. 근데 뭐 우리가 시간을 때우는 거에 대한 수당이 없고 야간수당도 따로 없고요." - B

촬영이 끝나면 촬영장까지 타고 왔던 버스에 올라 다시 여의도로 돌아온다. 하지만 막차까지 끊긴 새벽시간에 여의도에 내려주니 돌아갈 차비가 없는 사람은 카페에서 밤을 새며 기다려야 한다. 집에 갈 수 있는 대책도 세워주지 않고 무작정 내려주며, 왔다갔다한 이동시간과 대기시간 정당한 임금도 받지 못한다.

"당연히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저희가 어디 항의할 데도 없어요, 알바 입장에서는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쉬운 건 아닌데, 보조출연 알바는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고. 여기는 기술보다는 사람을 필요로 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하기 싫으면 하지 마' 약간 이런 식이고 부당해도 누구하나 문제제기 하는 사람이 없어요. 고정적으로 하는 사람은 고정적으로 하는대로 그 쪽에 잘 보여야 되는 거고 또 하루 한 사람은 뭐 하루 하는데 하고." - B

TV에 나오는 화려한 장면의 이면에는 부당한 대우를 참고 견디는 알바노동자들이 있다. 공공의 영역을 담당하는 방송국에서 보조출연자에 대한 기본적인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덧붙이는 글 | * 이 기사를 쓴 이가현은 알바노조 대학생기자단 기자입니다. 알바노조 http://www.alba.or.kr , 02-3144-0935



태그:#알바, #방송출연, #보조출연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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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아르바이트 노동조합. 알바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2013년 7월 25일 설립신고를 내고 8월 6일 공식 출범했다. 최저임금을 생활임금 수준인 시급 10,000원으로 인상, 근로기준법의 수준을 높이고 인권이 살아 숨 쉬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알바인권선언 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http://www.alb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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