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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평생 만나지 않을 온라인 지인들에게 보낼 메세지를 작성하며 학교 복도를 걸어가는 학생들을 보아왔다. 그들은 휴대폰이나 인터넷에 접속되어 있을 때 더 살아 있다는 걸 느끼며, 스크린을 떠나면 방향 감각을 잃거나 혼자라는 느낌이 든다. 어떤 젊은이들은 가상공간에서 깨어 있는 시간의 절반 이상을 보낸다." - 셰리 터클, <외로워지는 사람들>


6월 17일자로 발행된 <이티뉴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SNS를 사용하는 인구가 54.4%로 전 세계 4위를 차지할 정도로 삶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네이트온, 싸이월드와 같은 가족, 친구 등 특정 지인들과만 소통할 수 있는 폐쇄형 SNS가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페이스북, 트위터, 최근에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개방형 SNS가 대세다. 스마트폰 사용과 함께 개방형 SNS가 발전함에 따라 쉽고 간편한 소통이 가능해졌지만, 개방형 SNS에 대한 부정적 의견과 경험들도 속출하고 있다.

페이스북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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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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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가상 아바타를 만드는 공간

페이스북에서, 개인별 페이지는 다른 사람과의 소통 매개체이자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가상 아바타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좋아요 개수, 댓글, 게시글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만들기도, 만들어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관심의 척도인 '좋아요'나 '댓글'이 큰 역할을 한다.

"저는 좀 친구를 적게 깊이 사귀는 편인데, '좋아요 수' 보면 '얘는 친구가 많다', '얘는 친구가 적다' 이런 게 눈에 확 보이잖아요. 그런 거 보면 좀 뭔가 초라해지는 느낌이 들어요. 사실 그런 게 무서워서 (페이스북에 글을) 잘 안 올리는 것도 있어요. 아무도 반응 안 해 줄 것 같아서."


스스로를 '페이스북 눈팅족'이라고 지칭하는 대학교 3학년 이정현(22, 가명)씨는 페이스북은 인기 있는 사람들, 외향적인 사람들을 위한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생일을 맞은 친구의 페이스북 담벼락이다.

인기가 많거나 인맥이 넓은 친구의 담벼락에는 지인들이 남긴 생일 축하 게시글로 넘쳐난다. 개인의 인기가 이렇게 가시적으로 나타날 때에 내향적인 사람들은 남모를 소외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비공개 메시지나 전화, 카카오톡 등을 이용하여 연락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이라는 공개적 공간에 메시지를 남기는 사람들의 행동은 페이스북이 '보이기 위한' 공간임을 방증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다수의 기업에서 '페이스북 팔로어 수'를 대외활동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기업 홍보를 위해 대외활동하는 대학생들의 '인맥'을 써먹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대외활동이나 취업에 있어 SNS 비사용자나 SNS 이용이 활발하지 않은 사용자에게 차별 요인으로 작용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구직자 664명을 대상으로 '취업 준비생 SNS 이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5%가 "취업을 위해 SNS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카카오톡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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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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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인간관계를 반영하는 공간

"그걸 말로 기분 나쁘다고 표현하면 제가 지나치게 사소한 걸로 화내는 것 같기도 하고, 저도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 자주 보게 되는데 (그걸 기분 나쁘다고 말하면) 너무 제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거 같아서 그냥 넘어가게 되더라고요."

'틈나는 대로' 확인 가능하고 '멀티태스킹'에도 무리가 없다는 카카오톡의 장점은 오히려 단점이 되기도 한다. 대학교 3학년 김주영(22, 가명)씨는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친구들이 각자 남자친구와 카카오톡을 하거나 SNS에만 집중하면 기분이 상한다. 자신과 있는 시간을 친구가 지루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는 친구, 연인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대학교 수업 시간이나 가족들과 함께 둘러앉은 자리에서도 발생하는 상황이다. 자신의 곁에 누군가 있더라도 카카오톡 확인쯤은 무례한 일이 아닌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덕분에 빠르고 간편한 연락이 가능해짐과 동시에, 직접 만나지 않아도 관계 유지가 어렵지 않게 되었다. 카카오톡에 등록된 친구는 몇백 명이지만 실제로 만나면서 꾸준한 관계를 이어가는 친구는 많지 않다.

대학교 4학년 정지민(24, 가명)씨는 최근 카카오톡 친구 수를 절반으로 줄여봤다. 실제로 연락할 사람은 몇 명 안 되는데, 효용도 없이 길게 몇백 명이 나열된 카카오톡 친구명단에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친구 수를 임의로 줄이기가 무섭게, 다시 원래 친구 수만큼 숫자가 늘어났다며, "평생 나랑 연락할 사람도 아닌데 많은 사람들이 내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SNS는 많은 것을 말해주지 못한다

거리의 CCTV와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과 같은 SNS는 닮은 점이 있다. 가장 사적인 일상을 감시 가능한 것으로 바꾸어 놓는다는 점이다. SNS를 통해 서로가 항상 연결되는 일은 때로는 피로함을 가져오기도 한다. 페이스북에 접속하면 들어오는 초록색 불을 통해 자신의 접속 여부가 지인들에게 공개된다. 카카오톡에서는 수신자가 메시지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확인 가능하다.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서로에게 너무 많은 정보들이 공개되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를 확인하고 서로에게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스스로 '외롭다'고 말한다. SNS상에서 '인맥'을 형성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마음 터놓을 이가 몇 없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될 때가 많다. 결국 SNS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해주지 못한다. 당신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 모두 말해주지 못한다. 그러니 거기에 크게 마음 둘 필요도 없다. 페이스북 좋아요 수와 댓글 수, 그리고 카카오톡 메시지들은 당신을 설명하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당신은 가상의 존재가 아닌 실재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박지원 시민기자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http://seoulyg.net) 대학생기자단입니다. 청정넷은 7월 13일부터 7월 19일까지 서울청년주간(http://youthweek.kr/)을 열었습니다.



태그:#페이스북, #카카오톡, #SNS,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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