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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박창근은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이풍세 역할을 맡으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 싱어송라이터 박창근 싱어송라이터 박창근은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이풍세 역할을 맡으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안겨줬다.
ⓒ http://feelan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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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싱어송라이터 박창근이 '바람의 기억'이란 제목으로 오는 28일 서울 마포구 홍대 베짱이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연다. 그는 지난 6월 '바람의 기억' 앨범을 발표하고 대구에서 이미 팬미팅 겸 공연을 펼친 바 있다.

싱어송라이터 박창근이 발표한 2집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기회'(2005)는 한국대중음악상 평론가들이 주목한 올해의 음반에 선정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3집 '무지개 내린 날개위의 순간'(2011)과 미니 앨범 'None Grunge'(기존의 그런지 록과는 다른 독특한 색깔을 선보인다는 의미, 2013)을 선보였다. 미니 앨범은 박창근씨가 전곡을 모두 작사·작곡·프로듀싱 했다.

김광석, 이풍세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김광석은 한대수, 김민기로 이어지는 포크음악의 마지막 계승자로 평가된다. 이풍세는 김광석과 연관된 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주인공 이름이다. 뮤지컬은 2012년 11월 대구에서 초연해 올해 초 <비긴 어게인>까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횟수로 4년이다.

싱어송라이터는 박창근은 처음부터 이풍세 역을 맡으며 김광석이 마치 살아난 것 같다는 입소문을 불러왔다. 뮤지컬을 보지 않은 사람들은 김광석을 노래한 뮤지컬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 뮤지컬은 김광석 음악을 추종하는 공연이 아니라 김광석의 음악여정을 닮고 싶었던 이풍세의 삶의 여정이다. 박창근의 노래도 4곡이나 사용됐다.

한 네티즌은 뮤지컬을 보며 "나이 50대 중반인 내가 공연보며 뭉클한 감동을 느껴보긴 정말 오랜만이다"라며 "음악을 좋아해 젊은 시절부터 이런저런 동아리 활동을 하며 많은 공연을 보아왔지만 공연내내 눈과 귀를 닫을 수가 없었다"고 감상평을 올렸다. 덧붙여 그는 "고 김광석을 좋아해 대학로를 전전했었고 그가 떠난 후 많은 날들을 아파했었는데 마치 옛 시절로 돌아가 그의 무대를 마주하며 빠져들었던 그 느낌들"이 좋았다고 적었다. 특히 박창근에 대해선 김광석보다 노래를 더 잘하는 것 같다는 농담도 지인들과 주고 받았다고 한다.

음악평론가 구자형씨는 <김광석 포에버>(박하, 2015) '법정 스님의 선물' 장에서 박창근을 "환경운동 가수"라고 칭했다. 동물윤리와 채식문화 활동을 한 박창근의 이력을 보면 적합한 표현이다.

박창근은 지난 19일 인터뷰에서 본인에 대한 이런 표현에 대해 "음악 안에서 그러한 주제, 화두들을 풀어놓고 싶어 했던 창작자였던 것 같다"면서 "예전엔 사회 안에서 진심으로 뭔가를 행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더라. '영향력'이 있어야 하더라"라고 말했다. 아무리 노래로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해도 '이효리'가 갖고 있는 영향력보다 못하다는 자괴감이다.

그는 "의미 있고 뜻있는 어떤 공연을 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모이지 않고 알아주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 취지와 내용을 전달할 수 있겠나, 슬프지만 현실이더라"고 덧붙였다. 박창근의 '귀 기울여 보게'나 '저주', '운명', '이런 생각 한번 어때요?' 등은 육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직설적으로 드러낸 노래이다.

1990년대, 한 '점'이 된 가객 김광석

2016년 1월 6일은 김광석이 죽은 지 20년이 되는 날이다. 가객 김광석은 자택에서 자살해 충격을 안겨줬다. 그가 살아 있다면 50살을 넘긴 나이다. 지금 그를 만날 순 없지만 드라마와 영화 속 OST나, 뮤지컬 등을 통해 그와의 옛 추억에 빠져들 수 있다.

김광석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가객이다. 그는 사회적 의식과 일상의 슬픔을 포크로 승화해 대중과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김광석은 2집부터 그의 생애 마지막 앨범인 <다시 부르기 2집>까지 모두 1990년대 초부터 중반까지 발표한다. 그가 1990년대를 대표하는 노래꾼인 이유이다.

그 정점에 있는 <다시 부르기 2집>은 "아주 오랜 후에 이 시절(1990년대)의 모든 음악들이 다 잊히는 날이 올지라도 김광석의 노래는 기억될 것"고 평가된다.(<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1>,(선, 2008. 참조) 다만 '김광석 5집'과 '다시 부르기 3집'을 그의 목소리로 들을 수 없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김광석의 삶과 노래는 문화적 특성의 차원에서 본질에 근접하여 정통성을 지녔다는 점과, 민중가요가 지닌 사회적 의식에서부터 대중가요의 감성과 통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관통하여 공감의 차원이 넓다는 점, 마지막으로 문화적 소비코드의 차원에서 베이비 붐 세대와 베이비 붐 에코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뮤지션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김광석의 노래들이 좋은 이유이다.

1995년 8월 김광석은 대중가요사에 영원히 기록될 라이브 공연 1천회를 펼친다. 대학로 학전소극장에서 시작한 김광석의 공연 인생이 꽃을 피운 것이다. 김광석은 정식 앨범에 녹음된 목소리와 흡사할 정도로 라이브 공연을 제일 잘하는 가수로 손꼽혔다.

특히 김광석은 기획, 프로듀서, 작사·작곡 등 다방면에 걸쳐 실력을 갖춰갔다. 노래마을의 백창우가 작곡한 <부치지 않은 편지>는 시를 대중가요로 만들기 위한 앨범 준비 중에 녹음한 곡이다. 또한 김광석은 창작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내기 위해 발군의 노력을 했다. 김광석이 여전히 우리에게 살아 있는 가객으로 남아 있는 이유는 노래에 대한 진정성과 공감 때문이다. 보잘것없지만, 소중한 우리들의 일상을 보듬어 준 그였기에 김광석은 끊임없이 부활하고 소환된다.

'박창근' 이름만으론 외면 받을까 불안

싱어송라이터 박창근이 단독 콘서트를 연다. 김광석 닮은 목소리에서 이제 본인의 음성을 들려줄 차례이다.
▲ 콘서트 포스터 싱어송라이터 박창근이 단독 콘서트를 연다. 김광석 닮은 목소리에서 이제 본인의 음성을 들려줄 차례이다.
ⓒ 박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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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김광석과 박창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그래서 '바람의 기억' 단독콘서트에서 김광석이라는 이름을 떼어내고 혼자 나서는 게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에 대해 박창근은 "하지만 주변 우려처럼 개인 박창근으로 공연할 때 사람들이 외면할지 모른다는 불안함은 사실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의 동료 가수 중 한 명은 "그렇게 열심히 해왔는데 왜 박창근은 없고 김광석과 이풍세만 남았느냐"고 나무랬다고 한다. 박창근은 "그런데 .사실 뮤지컬이 그렇지 않은가 싶다. 극중 인물이 살아있었던 것으로 만족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3년 12월 28일 방송된 <JTBC>의 '히든싱어2' 12회 편은 김광석을 다뤘다. 제작진은 박창근을 섭외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박창근이 출연 고사를 한 것이다. 같은 뮤지컬에서 활동했던 최승열씨는 준우승(김광석이 우승)하며 주목을 받고 성공 가도에 올랐다.

왜 그랬을까? 그는 "한마디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면서 "김광석을 팬으로서 좋아하는 것과 그분의 모창을 하기 위해 방송을 나가는 것과는 별개였다"고 답했다. 주변에선 이에 대해 매우 아쉬움을 느꼈다. 왜냐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박창근을 알아보길 원하기 때문이다.

최근 <복면가왕> 등 서바이벌 가요프로그램이 대세다. 목소리만으로 가수들을 평가 아닌 평가를 하고 있다. 뛰어난 미성을 지닌 박창근은 가수이자 관객으로서 "쇼로 보면 참 재밌다"며 "단지 나는 음악을 쇼로 하고 싶지 않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본인은 쇼에 어울리지 않을 뿐이라는 것이다.

프로그램에 나선 가수들이나 연주자들의 실력을 폄하하는 건 아니다. '쇼'는 즐겁고 재미를 추구한다는 의미다. 박창근은 "나도 관객이다. 나 같은 대중도 존재한다"면서 "나에게 있어 노래를 잘하고 음악 잘하는 뮤지션들은 밥 딜런, 닐 영 같은 사람들이다.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박창근은 뮤지컬으로 관객들을 만났다.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며 활동 영역이 넓어진 것이다. 뮤지컬 관객, 배우, 기획자 등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박창근은 "무대 난간에서 노래하다 보면 객석 군데군데에서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때 함께 느꼈던 감정을 잊지 못한다"며 "이풍세를 바라보던 그들의 진심된 눈빛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우여곡절로 매년 시즌이 바뀌게 되고 늘 힘겹게 공연을 올렸다"면서 "많은 관객들이 입소문으로 찾아주고 나름 대학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나의 마음엔 아직도 많이 부족한 공연이라는 자괴감이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활동 영역은 넓어진 데 반해 개인 공연 활동 부문은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라고 밝혔다. 이런 부분 때문에 정서적으로 불안하기까지 했다. 뮤지컬을 오래하다 보니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계속됐다.

불행한 창작자지만 다른 이들 행복하다면

지난 6월 출시된 '바람의 기억' 앨범은 한마디로 추억과 또다른 여행을 준비하는 '풍경' 같다. '그대 내사랑을 받아주오'부터 '친구야'까지 9곡이 앨범에 담겼다. 박창근은 "뮤지컬 공연에서도 소개된 '엄마', '바람의 기억' 같은 노래를 좋아하시는 것 같다"면서 "'그대 내 사랑을 받아주오'는 대구 복현동쪽 낡은 길을 오랫동안 걸으면서 썼던 노래"라고 말했다.

진지한 노래들이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뛰어난 목소리로 아픈 고민들을 담아내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박창근이다. 그래서 계속 그의 새앨범과 공연들이 기다려진다. 그 시작은 '바람이 불어오는 곳' 이풍세에서 '바람의 기억' 박창근으로 여는 콘서트가 될 것이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일까. 혹은 어떤 꿈과 바람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창작자는 스스로 불행해도 된다. 그리고 슬퍼도 된다. 다른 이들을 행복하게 해준다면 그것이 보상이다. 나에게 무대와 창작되는 노래들은 그렇게 절박하고 고통이다. 그것이 기쁨으로 몸에서 숨을 쉬더라. 알아주고 못 알아주는 것에 대해, 변방의 음악인 것에 아직은 좌절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는 데 있어 게으르진 않겠다. 분명 내 음악으로 소통될 이들은 지금보다 더 많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우선 올해 음반을 또 만들 것이다. '바람의 기억' 이전에 나와야 되었을 노래들이 있다. 그리고 나의 노래와 극이 함께 어우러지는 '극 컬'을 만들어 보고 싶다. 함께 작품을 구상할 정서가 통할 수 있을 작가나 연출을 찾아보고자 한다. 새롭게 생긴 욕심이다."


태그:#박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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