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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뒤 광화문광장 합동분향소로 향하던 시민들을 종로2가 YMCA앞에서 경찰이 차벽으로 막은 뒤 캡사이신을 뿌리고 있다.
▲ 분향소 향하는 시민들에 캡사이신 발사 4월 16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1주기 추모제에 참석한 뒤 광화문광장 합동분향소로 향하던 시민들을 종로2가 YMCA앞에서 경찰이 차벽으로 막은 뒤 캡사이신을 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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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집회 장소 주변에 차벽을 설치해도 시민의 통로를 확보한다면 적법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그러나 차벽이 통행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원천적으로 침해하는 만큼 이번 판결이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은 4월 16~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에서 폴리스라인을 뚫고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강아무개(47)씨에게 징역 2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특히 경찰의 차벽 설치는 적법한 공무집행이라며 강씨의 행동은 특수공무집행방해와 공용물건손상 등에 해당한다고 봤다.

법원이 경찰의 손을 들어준 이유

그동안 강씨와 변호인은 경찰이 법을 어기고 광화문 광장 일대를 경찰 버스 등 차벽으로 에워싼 채 물대포와 최루액, 캡사이신을 사용했으므로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11년 헌법재판소가 이미 차벽 설치는 위헌이라고 판단한 만큼 경찰의 행동은 위법하다는 얘기였다. 이들은 또 여기에 저항해 안전펜스를 뜯고 경찰과 몸싸움을 벌인 것은 정당방위라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경찰의 손을 들어줬다. '숨구멍' 때문이었다.

2011년 헌재는 경찰이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서울광장으로 이어진 모든 통로를 버스로 미리 막은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시민들이 서울광장에서 개최할 수 있는 모든 집회·시위를 금지한데다 일반 시민들의 통행마저 막은 극단적인 조치라는 이유였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 때 경찰은 ▲ 시위대 이동경로를 보고 차벽을 설치했고 ▲ 숨구멍을 만들어 일반 시민은 통행할 수 있도록 했다. 재판부는 또 ▲ 경찰이 차벽을 동서방향으로만 설치하고 ▲ 시위대가 이동하자 신속하게 차벽을 해체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경찰의 차벽 설치는 시위대의 진행을 제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 때 등장한 차벽은 시위대를 철저히 고립시켰다. 4월 21일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는 성명을 내 "집회 참가자와 시민을 의도적으로 분리하는 것은 집회 참가자들을 위축시켜 집회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경찰이 차량 470여 대와 1만 3700여 명을 미리 배치, 광화문 일대를 봉쇄한 것 자체가 위헌이라고도 덧붙였다.

"세월호 집회 차벽이 더 위험했는데..."

세월호참사 1주기를 맞아 4월 18일 오후 유가족과 시민들이 세월호특조위 시행령 폐지와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유가족들이 농성중인 광화문앞으로 행진을 시작한 가운데,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겹겹이 설치했다.
▲ 겹겹이 설치된 '근혜산성' 세월호참사 1주기를 맞아 4월 18일 오후 유가족과 시민들이 세월호특조위 시행령 폐지와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유가족들이 농성중인 광화문앞으로 행진을 시작한 가운데,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겹겹이 설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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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아래 민변)는 경찰을 상대로 국가배상금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이들은 경찰의 차벽 설치가 참가자들의 통행을 위법하게 제지한 것이라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차벽을 '급박하고 명백하며 중대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취할 수 있는 거의 마지막 수단'이라고 한 헌재 결정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당시 시민들이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광장의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로 이동하거나 유족들과 만나러 가는 것 자체를 경찰이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숨구멍이 있었다는 이유로 차벽 설치가 적법하다고 한 법원 판결을 두고 민변 김용민 변호사는 "재판부가 사안을 형식적으로만 봤다"고 비판했다.

그는 1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4월 집회 상황은 급박하거나 위험하지 않았다"며 "하지만 경찰은 통행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봉쇄했다"고 했다. 이어 "헌재의 위헌 결정은 시민들이 광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 것을 두고 나왔는데, 이번 일은 시민들을 가둬놓고 못 나가게 한 것"이라며 "더 위험하고 기본권 침해 정도가 심했다, 숨구멍이 있느냐 없느냐만 볼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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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차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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