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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6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기획상황실에서 메르스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6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기획상황실에서 메르스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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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예방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보내주시면 사실 확인을 거쳐 널리 공유해드리겠습니다. 공유만 해도 메르스를 이깁니다."

연일 늘어가는 환자에 전국이 메르스 공포에 빠져있던 지난 6월 15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만화로 쉽게 보는 메르스 감염 예방수칙'을 게시했다.

게시물에는 손씻기, 메르스 신고방법 등에 대한 설명 내용이 담겼다. 그는 "만화가 허영만 선생님이 보내주셨다"면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보내주시면 사실 확인을 거쳐 널리 공유해드리겠다"고 썼다. 이 글은 트위터에서 1000회 이상 리트윗됐으며 페이스북에서 3000여 개의 '좋아요'와 500여 건의 공유를 기록했다.

지난 5월 발생한 메르스 사태의 또다른 싸움터는 소셜미디어였다. 새로운 전염병의 출현과 정부에 대한 불신, 괴담 등으로 극대화된 공포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타고 빠르게 시민들 사이로 확산됐다.

뒤늦게 대응에 나선 지방 자치단체들은 시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비공개 방침으로 불신을 야기한 중앙정부와는 달리 메르스 관련 소식을 실시간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며 시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파하는 데 동참해줄 것을 호소한 것이다.

서울시는 가장 먼저 소셜미디어를 사태 해결의 핵심 창구로 이용했다. SNS 시대의 정부가 어떤 자세를 가질 때 시민과의 효율적인 협치가 가능한지 간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박원순식 소통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서울 메르스 대책본부장'을 자처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기간 동안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가 이같은 소통 방식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소셜미디어 활용에 부정적인 서울시 공무원들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캐나다 밴쿠버, 스마트시티 전략 시민에게 '백지위임'

소셜미디어의 가장 큰 특징은 관계망이 넒고 수평적이며 쌍방향 소통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트위터, 페이스북 등 '종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수의 인원이 온라인 공간에서 같은 주제를 놓고 실시간으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최근 세계 각국에서는 정부 정책을 만들면서 소셜미디어를 활용해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민주주의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만 실리적인 면에서 봤을 때도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의논할수록 집단지성이 발동하면서 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시각 때문이다.

아이슬란드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헌법개정 논의를 진행하면서 온라인 포럼과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피드백 과정을 거쳤다. 심의 과정은 실시간으로 국민들에게 전달됐으며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는 개헌안 내용을 놓고 뜨거운 토론이 벌어졌다.

캐나다 밴쿠버 시는 지난 2009년 스마트시티 전략을 아예 백지단계에서 시민들에게 맡겼다. 도시를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녹색도시로 만든다는 개념 이외에는 가장 기초적인 계획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워크숍 등을 통해 세계 각지에서 총 3만 5000여 명의 의견이 접수됐다. 그중 전문가와 시민 포함, 밴쿠버 거주민 9500명은 지속적으로 밴쿠버 시 공무원들과 계획 수립에 참여했다. 밴쿠버 시는 제시된 의견을 바탕으로 2020년까지 총 10개의 목표를 정했고 매년 진행 성과를 공개하고 있다.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는 "이같은 방식은 서울시에서도 시도해볼 만 하다"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 사용자 숫자나 시민의식 등 기반 조건은 충분한 상태라는 것이다. 한 대표는 "이제는 공무원만으로는 안 되는 시대"라고 덧붙였다.

"서울은 도시가 크고 사람이 많으니까 굉장히 다양한 문화와 활동이 존재하잖아요. 그걸 다 정책에 반영할 수 있는 공무원이 있을 수도 없고 그렇게 시킬 필요도 없는 거죠. 온라인이나 소셜미디어 등을 이용해서 그냥 그런 시민을 정책 짜는 과정에 처음부터 접근할 수 있게 해주면 됩니다."

"서울시 공무원들, 소셜미디어 사용을 업무 과중으로 생각"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2년 5월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가람홀에서 서강대·연세대·홍익대 총학생회 추최로 열린 '대학생주거문제 청책워크숍'에 참석해 학생들의 제안을 경청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2012년 5월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 가람홀에서 서강대·연세대·홍익대 총학생회 추최로 열린 '대학생주거문제 청책워크숍'에 참석해 학생들의 제안을 경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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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서도 다양한 시민 의견수렴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2011년부터 실시한 '청책토론회'다. 시민에게 무엇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정책 현안인지 물어서 정책을 만든다는 의미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까지 경제, 문화예술, 복지, 주거 등 8개 분야에 걸쳐 총 82회의 토론회를 열었다. 총 1만 1000여 명의 시민 및 전문가가 참여해 개진된 의견 1494건 중 실제 정책에는 76% 정도가 반영됐다. 오프라인 참여 위주이고 온라인으로도 제한적인 참여는 가능하다.

토론회에 참가한 시민단체 및 전문가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담당 공무원이 생각할 수 없는 현장의 지적들이 정책에 녹아들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한계점도 거론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전에 비해 의견 수렴을 더 거치긴 하지만 최종 결정은 관에서 내린다"면서 "더 활발한 시민 참여를 위해서는 정책 방향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토론회를 열고 소셜미디어 등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들이 정책 결정권을 더 내려놔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정책 결정권에 더 많이 관여하게 하는 것은 박원순 시장이 재선하며 강조해온 협치(거버넌스)의 핵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서울시 분위기는 이런 제안이 쉽게 현실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시 산하단체 관계자는 "만나서 얘기해보면 전체적으로 그쪽(소셜미디어)을 장려하니까 마지못해 하는데 업무 과중으로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서울시 수장인 박 시장은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의견 수렴이나 소통에 적극적이지만 정작 일선 공무원들은 강한 의욕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13년 서울시에서 자체 조사한 '직원 소셜미디어 인식 및 활용 현황보고' 자료에 따르면 대다수 공무원이 시정홍보 목적으로만 소셜미디어를 활용하려는 소극적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박원순 시장을 제외한 서울시 차원의 소셜미디어 활용은 단발성 민원처리와 시정 홍보 정도에 멈춰있는 수준이다. 지난해 3월,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31개 온라인 민원 채널을 통합해 출범한 '응답소'에 들어오는 접수내용 역시 단순 민원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시 공무원 및 유관기관 SNS 담당자, 전문가 등 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층인터뷰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진단이 나왔다. '업무상 SNS를 활용하는 비중이 높지 않고 사업부서의 경우 SNS에 대한 전담인력과 전문성 부족으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 설문조사의 총평이다. 공무원들은 특히 서울시가 도입을 고려중인 '1인 1SNS계정' 방침에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박원순, #소셜특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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