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배구 월드컵 대표팀 Vs 남자배구 평촌고' 연습경기 (8.13, 진전천수촌)

'여자배구 월드컵 대표팀 Vs 남자배구 평촌고' 연습경기 (8.13, 진전천수촌) ⓒ 박진철


지난 13일 진천선수촌. 보기 드문 장면이 펼쳐졌다. 여자배구 월드컵 대표팀과 남자배구 평촌고 팀이 연습게임을 했다. 외부 팀과 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연습게임이다.

대표팀 주장인 김연경은 4세트에는 코트 밖에서 선수들의 뛰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내 코치로 변신했다. "소영아 11번 안쪽 봐." "다영아 나이스 토스." "옆에서 같이 봐줘."

연습게임이 종료된 직후 이정철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다가갔다. "어떻게 평가하느냐"고 물었다. 이 감독은 말없이 고개만 연신 끄덕였다. 만족스럽다는 의미였다.

이날 대표팀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경기력은 전반적으로 좋아 보였다. 지난 2일 입촌해 손발을 맞춘 기간이 짧고, 대부분 크고 작은 부상을 안고 있는 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김연경 "나이 어린 세터들과 호흡 잘 맞는다"

 '차세대 세터' 이다영과 조송화(오른쪽)

'차세대 세터' 이다영과 조송화(오른쪽) ⓒ 박진철


가장 걱정했던 부분은 주전 세터가 나이 어린 신예들이라는 점이었다. 다행히 기존 선수들과 호흡은 괜찮아 보였다. 김연경도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저도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었다"며 "송화나 다영이가 생각보다 잘 맞춰주고 있어서 크게 걱정은 안 한다"고 말했다.

조송화는 토스 구질이 연하고 공격수들이 편하게 때릴 수 있게 올려주는 스타일이다. 반면 이다영은 빠르다. 큰 신장으로 블로킹 능력까지 겸비했다. 이정철 감독은 조송화와 이다영을 반반씩 투입할 예정이다.

세터가 신예인 점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포지션은 국내 선수 중에서 최상의 멤버들이 모였다.

레프트에는 김연경(28, 192cm), 이재영(20, 179cm), 이소영(22, 176cm), 채선아(24, 175cm)가 포진했다. 라이트는 김희진(25, 186cm), 황연주(30, 177cm)가 맡는다. 센터는 양효진(27, 191cm), 김수지(29, 186cm), 박정아(23, 185cm)가 책임진다. 박정아는 상황에 따라 레프트나 라이트로도 뛴다. 세터는 조송화(23, 177cm)와 이다영(20, 179cm)이 발탁됐다. 리베로는 임명옥(30, 176cm)과 나현정(26, 163cm)이 전담한다.

김희진의 '시몬'화... 전천후 공격수로 변신 '더 위력적'

김연경의 뒤를 받쳐주고 부담을 덜어줄 제2 공격 옵션은 단연 김희진이다. KOVO컵 MVP를 수상했던 김희진은 대표팀에서 '여자 시몬'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김희진은 이날 연습게임에서 라이트 공격수를 맡았다. 그러나 경기 도중 중앙에 위치하면 속공과 이동공격을 하는 센터로 변신했다. 지난 시즌 V리그에서 OK저축은행을 챔피언에 올려놓은 쿠바 특급 시몬과 똑같은 패턴이었다.

센터는 양효진 붙박이에 김수지, 박정아가 상황에 따라 번갈아 투입됐다. 리베로는 임명옥의 가세로 한결 안정감이 생겼다. 나현정과 임명옥이 수시로 교대를 하며 수비를 책임졌다.

월드컵이 중요한 이유... 남자배구 '테헤란 악몽'이 증명

 '부동의 센터' 양효진... '여자 시몬' 김희진(오른쪽)

'부동의 센터' 양효진... '여자 시몬' 김희진(오른쪽) ⓒ 박진철


이정철 감독은 "이번 월드컵에서 6위 안에 드는 게 1차 목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기가 잘 풀리면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는 대형사고도 한번 노려보겠다"고 말했다.

월드컵 대회가 중요한 이유는 1~2위는 세계 예선전을 거치지 않고 올림픽 본선에 직행하기 때문이다. 또한, 월드컵 우승팀은 세계랭킹 포인트가 올림픽·세계선수권과 똑같이 100점이 주어진다. 6위만 해도 40점이 주어진다.

한번 획득한 월드컵 랭킹 점수는 4년 동안 유지되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점수를 따내야 한다. 그래야 세계랭킹에서 높은 순위를 유지할 수 있다. 올림픽 세계 예선전과 월드컵 출전 자격도 모두 세계랭킹으로 따져 주어진다.

세계랭킹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는 최근 남자배구가 여실히 보여주었다. 랭킹 점수 관리를 잘 못해서 아시아선수권에서 한 번의 실패로 올림픽 세계 예선전 출전이 사실상 좌절됐다.

반면, 여자배구는 이번 월드컵에서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내지 못하더라도, 내년 5월 열릴 올림픽 세계 예선전 출전은 사실상 확정된 상태다. 세계랭킹에서 아시아 4~5위 국가보다 크게 앞서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여자배구 아시아 국가의 세계랭킹은 중국(276점), 일본(271점), 한국(137점)이 각각 3위, 4위, 10위다. 이어 태국(87점)이 12위, 카자흐스탄(53점)이 19위다. 여자배구는 아시아권이 세계적으로도 초강세다.

또 하나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있다. 중국의 최종 순위다. 현재 중국은 세계 최정상급 전력을 갖추고 있다. 중국이 월드컵 2위 안에 들 경우 올림픽 세계 예선전에 출전하지 않는다. 대신 카자흐스탄이 참여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한국 여자배구가 올림픽으로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진다. 세계 예선전에서 일본, 태국, 카자흐스탄과의 순위 경쟁에서 앞서면 본선 진출권을 획득하기 때문이다. 전체 8개 참가국가 중 4위를 해도 본선 진출권을 획득한다.

tvN, StoryON에서 여자배구 월드컵 전 경기 생중계

 '놀라운 점프력'... 이재영의 중앙후위속공

'놀라운 점프력'... 이재영의 중앙후위속공 ⓒ 박진철


이번 여자배구 월드컵 대회는 CJ E&M 계열 케이블TV에서 생중계한다. CJ E&M은 한국 대표팀이 출전하는 전 경기를 소속 채널인 tvN, StoryON을 통해 생중계한다.

최고의 관심사인 한국-일본전 등 1~2경기는 tvN에서 생중계한다. StoryOn은 11경기 전 경기를 생중계한다.

중계진도 새 인물이 나선다. 캐스터는 김수환 전 XTM 프로야구 캐스터, 해설은 유애자 KOVO 유소년 위원이 맡는다. 유 위원은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과 함께 80년대 여자배구 국가대표 센터 공격수로 활약했다. 90년대에는 KBS 배구 리포터로도 활동했다.

 '작전 타임'... 올림픽 티켓을 향하여

'작전 타임'... 올림픽 티켓을 향하여 ⓒ 박진철


여자배구가 스포츠 전문 채널이 아닌, 드라마·예능 채널에서 생중계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CJ E&M의 구교은 스포츠콘텐츠팀 팀장은 "오는 9월 O tvN으로 이름이 바뀌게 되는 StoryOn 채널은 30~50대의 시니어를 주 대상으로 삼는데, 배구가 시니어층에서 인기가 높고 월드컵이 비중이 높은 대회여서 여러모로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월드컵은 오는 22일부터 9월 6일까지 각 대륙을 대표하는 12개 팀이 출전해 풀리그로 경기를 치른다.

한국 대표팀은 미국(22일 12:00), 페루(23일 12:00), 알제리(24일 12:00), 중국(26일 18:30), 세르비아(27일 18:30), 러시아(30일 15:00), 일본(31일 19:10), 도미니카(9.1 15:00), 케냐(9.4 18:30), 아르헨티나(9.5 18:30), 쿠바(9.6 17:00) 순으로 대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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