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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 회원들이 장애등급제 폐지와 황교안 국무총리 면담 등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오는 21일로 광화문역 지하보도 안 농성 3년을 맞이한다.
 17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 회원들이 장애등급제 폐지와 황교안 국무총리 면담 등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오는 21일로 광화문역 지하보도 안 농성 3년을 맞이한다.
ⓒ 손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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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따가운 늦여름 햇볕을 피해 빠르게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사이로 꽹과리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징과 방울 소리도 보태져 일대에 '소음'이 일자 미간을 찌푸린 사람들의 시선이 모아졌다. 시선이 닿는 곳엔 전동휠체어를 탄 중증장애인 20여 명과 비장애인 활동가 50여 명이 있었다.

"낙인의 사슬, 장애인등급제 폐지하라."

마이크를 잡은 사회자가 구호를 선창했지만 휠체어에 탄 장애인 중 구호를 외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신 이들은 일명 '짝짝이'를 세게 흔들었다. 부채와 닮은 이 물건은 손에 쥐고 흔들면 플라스틱 손바닥 3개가 서로 부딪혀 짝짝 소리가 난다. 지나가는 이의 귀를 괴롭히는 소음은 이들에겐 일종의 언어였다.

이들은 앞서 5월 18일에도 광화문 일대에서 '소음'을 유발했었다. 그날도 형광 녹색 바탕에 위와 같은 문구가 쓰인 조끼를 맞춰 입은 이들은 광화문 네거리 횡단보도를 약 20분간 기습 점거했다. 이후 교통 체증이 극에 달하는 출퇴근 시간에 주요 도로도 종종 점거했다. 장애인에게도 녹색신호를 켜달라는 '그린라이트' 선전전이었지만, 유독 바쁜 출근길에는 신경질적인 경적 소리와 "XX, 집에 처박혀 있어" 같은 모욕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장애인들이 자꾸 소음을 내는 이유

 17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 회원들이 장애등급제 폐지와 황교안 국무총리 면담 등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오는 21일로 광화문역 지하보도 안 농성 3년을 맞이한다.
 17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 회원들이 장애등급제 폐지와 황교안 국무총리 면담 등을 요구하며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오는 21일로 광화문역 지하보도 안 농성 3년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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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소음 유발자인 이들은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 소속 회원들이다. 오는 21일로 광화문역 지하보도에서 노숙 농성을 벌인 지 3년째를 맞는다. 이들은 "장애등급제 폐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임기 절반이 넘어가도록 지켜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또한 이와 관련 지난 6월 취임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도 몇 차례 면담을 요구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감사원은 지난 7월 초 '복지사업 재정지원 실태보고서'를 내고, 일부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장애인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확대 제공하는 것을 과도한 복지서비스라고 지적했다.

공동행동이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을 신체적 기준에 따라 1~6급으로 나누고 활동보조서비스 등을 차등 지원하는 제도다. 이들은 등급에 따른 일괄 제공이 아닌 장애인 스스로가 원하는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개별 장애인이 처한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등급을 나누면 사각지대가 생기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역시 대선공약집에서 "현행 장애인복지법은 장애등급제와 의료적 기준에 의한 획일적 서비스 전달체계 등으로 장애인의 요구와 필요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대통령의 공약이 이행되지 않는 사이 복지 사각지대에선 장애인 11명이 사망했다. 광화문역 지하보도에 마련된 공동행동의 농성장 한켠에는 이들의 영정사진이 나란히 놓였다. 지난해 4월 서울 성동구 연립주택에서 화재로 전신화상을 입고 숨진 송국현(53)씨 등이다. 24세에 뇌출혈로 뇌병변장애 5급과 언어장애 3급 판정을 받은 그는 당시 불길 속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언어 장애로 주변에 도움도 요청할 수 없었다. 1·2등급 장애인에게만 지원되던 활동보조서비스만 받았어도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이었다.

 오는 21일로 농성 3주년을 맞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의 서울 광화문역 농성장. 이들이 요구하는 장애등급제 폐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지만, 임기 절반이 넘도록 지켜지지 않았다. 그 사이 복지 사각지대에서는 장애인 11명이 사망했고, 공동행동 농성장 한켠에는 이들의 영정사진이 놓였다.
 오는 21일로 농성 3주년을 맞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아래 공동행동)의 서울 광화문역 농성장. 이들이 요구하는 장애등급제 폐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지만, 임기 절반이 넘도록 지켜지지 않았다. 그 사이 복지 사각지대에서는 장애인 11명이 사망했고, 공동행동 농성장 한켠에는 이들의 영정사진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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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21일로 농성 3년을 맞이하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의 광화문역 지하보도 농성장. 사진 속 현수막에는 복지사각지대에서 숨진 장애인의 영정 사진이 9개라고 쓰여있지만, 현재는 그로부터 2개가 늘어 총 11개다.
 오는 21일로 농성 3년을 맞이하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공동행동'의 광화문역 지하보도 농성장. 사진 속 현수막에는 복지사각지대에서 숨진 장애인의 영정 사진이 9개라고 쓰여있지만, 현재는 그로부터 2개가 늘어 총 11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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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농성을 시작할 때만해도 없었던 영정이 하나둘 늘어나자, 이들은 지하보도 밖으로 나와 소음을 내기로 했다. 특히나 장애인들의 요구는 목숨과 직결되는 긴급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17일 농성장에서 만난 이형숙 공동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그동안 지하역사에서 농성을 이어왔지만 천일이 넘어서는 날부터는 밖에서 적극적으로 알리기로 했다"며 "불편함을 참지 못하는 한국사회에서 거센 항의를 받을 것을 알면서도 행동하는 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오는 21일까지 소음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출퇴근길 주요도로를 기습 점거하는 '그린라이트 선전전' 등으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면담을 요구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하고 개별 장애인의 사회적 상황과 욕구를 파악해 복지서비스를 제공받는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원한다.

이 집행위원장은 "시민들은 잠깐 불편을 겪지만 우리는 평생 불편을 겪어왔다"며 "우리에겐 해야 할 수밖에 없는 목표가 뚜렷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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