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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테러 조직처럼 금방 사라질 줄 알았다. 좀 시끄럽다 말겠지 싶었다. 그러나 이게 웬걸, 이슬람국가(Islamic State·아래 IS)는 오히려 야금야금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영향력은 광대해졌다. 올해 초 IS에 합류했다고 알려진 '김군' 사건은 충격이었다.

사실 우리에게 IS가 아직 '듣보잡'일 때, 미국은 이미 스스로 '승전보'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2010년 6월, 레이 오디에어노 미 육군 참모총장은 "IS 지도자 80% 이상이 이미 죽거나 체포됐고 나머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이 세력이 거의 소멸 직전이라고 보고했다.

그런데 지금은? IS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지배하고 있는 땅덩어리가 영국보다 넓다. IS는 왜 다른 무장 세력과 달리 쉽게 소멸되거나 약화되지 않는 걸까.

프랑스 저널리스트 사뮈엘 로랑은 IS 조직원들과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다. 그 덕에 'IS에 관한 고급정보'를 캐낼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IS 리포트>를 썼다.

그는 자신의 책 머리말을 통해 "서구의 지도자들은 이 조직이 어느 정도의 세력과 신념을 갖고 있는지, 또 전 세계 시민에게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 상상도 못할 것"이라며 경각심을 일깨웠다.

보병대는 분대 단위 작전... 보유 전차 400대 이상

지하드 심장부에서 밝혀낸 이슬람국가의 실체〈IS 리포트〉
▲ 책표지 지하드 심장부에서 밝혀낸 이슬람국가의 실체〈IS 리포트〉
ⓒ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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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책에서 소개한 IS의 특징은 '우수한 지휘관과 군 체계, 풍부한 재정, 완벽에 가까운 행정조직'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것들이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IS를 만들었다.

IS는 5만 명 정도의 병력(책이 집필된 2014년 10월 기준)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계도 잘 정비돼 있다. 포병대·저격부대·보병대·기갑부대·특수부대·공습부대·국경 수비대 등 어지간한 국가의 군대 조직처럼 효율적으로 편제돼 있다.

거기다 직접 무기 제조 공장도 운영하며, 상당한 전투 경험과 순교를 각오한 병사들로 넘쳐난다. 이 모두는 극단적 폭력성으로 유지된다.

IS 군대는 비난을 하거나 조금이라도 기강을 흔들리게 하는 행위를 한 사람들을 즉결 처형한다. 만약 그 대상이 외국인이라면 그들은 그저 "전쟁에서 전사하다"라고 발표할 뿐이다. 이는 새로운 지원병들이 미리부터 겁먹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 <IS 리포트>에서

각각의 부대는 저마다의 특징을 지닌다. 핵심인 보병대는 현지 전투에 임하는 개개의 분대가 스스로 작전을 결정한다. 하지만 기갑부대는 각 지방 주마다 중앙집권화된 명령 체계를 가지고 있다. 저자는 IS가 보유한 전차가 400대 이상 될 것이라 추측했다.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IS 전투병의 봉급이 출신 국가에 따라 다르단 점이다. 시리아와 이라크 출신은 250달러, 아프리카는 300달러, 유럽은 500달러, 가장 많이 받는 병사는 미국 출신으로 매월 700달러를 받는다. 외국 군인들의 합류가 주는 이미지나 상징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책은 IS의 풍부한 재정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IS는 부패와 낭비가 없다. 저자는 "재무관리가 상당히 모범적으로 시행된다"고 평가했다. 석유 판매와 밀매를 비롯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돈을 벌어들인다. 오로지 마약만이 허용되지 않는다. 책에 따르면 석유로만 매일 300만 달러(한화로 약 35억 원)를 번다고 한다. 거기다 석유 생산량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IS는 석유 외에도 다양한 수입원을 확보하고 있다. 시리아 곳곳에는 고대 유적지와 유물이 가득한데 이를 밀거래한다. 실제 가치에 한참 못 미치는 하찮은 가격에 팔려나간다. 대개 러시아 마피아와 연관돼 있다.

또한 인신매매도 서슴지 않는다. 시아파 여성들을 터키 인신매매상을 통해 이스탄불이나 앙카라의 매춘 소굴로 보낸다. 책에서 인용한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IS에게 잡혀온 여자들은 목에 가격표를 달고 꼭 노예처럼 팔려나간다고 한다.

거리의 재판관들과 비밀 경찰, 공포정치의 핵심

IS는 상당히 탄탄한 행정조직을 갖추고 있다. 영토를 넓히는 데만 집중하지 않고 이미 지배하고 있는 지역을 안정화시키는 일에도 공을 들인단 증거다. 저자는 IS를 '국무총리가 있는 무장단체'라 칭했다.

질서와 평화를 유지하는 역할은 '사법부'가 담당한다. 책에서는 '질서와 평화'라 표현했지만, 이는 번역에 따른 단어 선택일 뿐 흔히 우리가 아는 '질서와 평화'가 갖는 어감과는 괴리가 있다.

실제 사법부가 하는 일은 IS의 권위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도록 감시하는 것이다. '카디 히스바(Qadi Hisbah·거리의 재판관들)'는 현장에서 형벌을 집행한다. 가혹한 육체적 징벌이 포함된다. 시민 억압의 앞잡이로 주민들 사이에 긴장감을 끊임없이 조성한다.

IS에는 '정보부'도 있다.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로 이웃을 비판하거나 고발하면 고발자들은 오히려 '훌륭한' 무슬림으로 더 좋은 대우를 받는다. '암니'라 불리는 정보부 비밀경찰은 사회 구석구석 침투해 공포정치를 지원한다. 표면에 드러나기 전에 미리 찾아 없애버린다. 체제 비판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덫'을 놓기도 한다.

이렇게 촘촘히 짜인 조직은 외부로의 이탈을 허용하지 않는다. IS에 가담한 사람만 있고 정작 당당히 나온 이가 없는 이유다.

"모든 무슬림은 아무 문제없이 IS로 이민 갈 수 있고 그곳에 정착할 수도 있지만 IS를 떠나려 한다면 '출국 비자'를 받아야만 해요. 하지만 지금까지 출국 비자를 받아서 돌아간 유럽인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 안젬, 살리피즘(급진적 이슬람 근본주의) 영국 지부

"만약 당신이 IS를 떠나겠다고 요구하면 그건 곧 당신이 직접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당신은 바로 사라질 겁니다." - 무스타파, 전 IS 고위간부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IS 배후 세력에 대한 일화를 소개하며 여운을 남겼다. 저자는 먼저 '음모론'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지만, 증언한 이가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건 사실이라고 했다. 알바그다디의 첫 번째 제거 대상에 올라있고, IS 시리아 책임자의 절친한 친구이기에 무시할 수만은 없다고 덧붙였다.

시리아 책임자에게 지시하던 노인... "넌 모르는 게 좋아"

증언을 한 무스타파는 IS에서 탈영한 전직 고위간부다. 그는 IS 사령관들의 비밀모임에 과묵하게 앉아있던 한 이라크 노인을 기억했다. 그 이라크 노인이 회의 중에 IS 시리아 책임자에게 조용히 귓속말을 건넸다. 그러자 그 책임자는 모든 토론을 즉시 중단시키고 후퇴 결정을 내렸다. 다음날 친구에게 그 노인에 대해 묻자 "네가 모르는 게 좋아,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야"란 답변이 돌아왔다.

"모르죠. 제가 아는 사실은 우리가 모르는 누군가가 칼리프와 IS 정부를 멀리서 조종하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아부 마리아(전 IS 사령관 - 기자 말)가 말한 것처럼 그 미지의 사람들이 과연 미국인일까요? 아니면 살라피스트들을 이용해서 권력을 다시 얻으려는 사담 후세인의 사령관들일까요? 아니면 주변국들의 소행일까요? 확실하게는 대답할 수 없어요. 하여간 IS를 통치하고 있는 사람은 알바그다디가 아닌 거예요!" - <IS 리포트>에서

또한 저자는 IS의 지도자로 알려진 알바그다디가 2004년 미국에게 체포됐다가 몇 달 만에 풀려난 일에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당시 그의 죄목은 납치·고문·살인이었다.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왜 그를 석방했을까?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역사상 불가사의에 미국의 저의가 숨어 있다." - <IS 리포트>에서

지금의 IS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저자의 예측대로 "혼란의 시작일 뿐"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덧붙이는 글 | 책은 "잔인무도한 이 살인자들과 끝까지 싸워야 한다"면서도 동시에 한 가지를 당부했다. 바로 IS에 대한 증오가 이슬람교 자체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것이다. 책에서도 지적하지만 이슬람 무장단체들은 이슬람을 종교로써가 아니라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IS를 비롯한 다른 무장단체들이 부르짖고 있는 근본주의 무장 투쟁인 지하디즘은 이슬람 종교 자체와 분명히 구별돼야 한다.

〈IS 리포트〉 (사뮈엘 로랑 지음 / 은정 펠스너 옮김 / 한울 펴냄 / 2015.07 / 2만4000원)



IS 리포트 - 지하드 심장부에서 밝혀낸 이슬람국가의 실체

사뮈엘 로랑 지음, 은정 펠스너 옮김, 한울(한울아카데미)(2015)


태그:#IS리포트, #IS, #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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