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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는 사람은 안 오고, 계획에 없던 사람이 오고, 어쩌다보니 축구 스타팅 멤버(11명)가 되어버린 안성사람들. 거기엔 고3 소녀 박아름양(안성여고)부터 주부들과 현직교사 3명까지 합세 했다. 물론 나도 여기에 꼽사리 끼었다.

지난 10일, 그들이 찾아 간 곳은 시흥 장곡마을학교다. 그랬다. 그들은 안성마을교육공동체를 꿈꾸는 '교육수다'와 함께 하는 사람들이다. 이름 그대로 수다 떨다가 경기도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  동아리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진행하는 사업이다.

이날 시흥 장곡마을학교에 방문한 안성 교육수다 멤버들이 한자리를 했다. 장곡마을학교 교장 주영경씨도 함께 했다. 사진 찍는 사람이 스타팅 멤버 중 한 사람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안성지역탐방, 벼베기 행사를 할 계획이 있다.
▲ 단체사진 이날 시흥 장곡마을학교에 방문한 안성 교육수다 멤버들이 한자리를 했다. 장곡마을학교 교장 주영경씨도 함께 했다. 사진 찍는 사람이 스타팅 멤버 중 한 사람이다. 이들은 앞으로도 안성지역탐방, 벼베기 행사를 할 계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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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곡 타임즈'에서 길어 올린 '골목 민주주의'

장곡마을학교 주영경 교장의 깨알 같은 마을학교 소개. 책을 읽으면 밑줄 치며 읽듯, 그의 말에 밑줄 치고 싶은 곳이 여러 군데 있다.

"우리의 자랑은 장곡타임즈"라는 주 교장의 첫 소개는 허풍이 아니었다. 장곡마을 주민 2만 명을 상대로 신문이 6천부가 발행된다. 거기에다 '세상에서 제일 작은 상업신문'을 표방한다. 인근 상가와 사업체의 광고와 후원을 받아 이 신문이 유지된다는 이야기다.

마을신문이라 해서 흔히들 있는 마을소식지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마을 소식지는 단순한 마을 소식만 전하지만, 이 '마을신문'은 사회비판 기능과 여론형성 기능을 하는 여론지다.

"(수도권이라고) 서울만 쳐다보는 우리 마을의 눈을 돌려 우리가 사는 마을 안을 보게 하고 싶었다. 국가를 바꾸려면, 마을(특히 내가 사는 마을)을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 했다"는 주 교장은 그 도구로 '장곡타임즈'를 선택했다.

"우리 신문은 90%가 특종이다"라며 웃는 주 교장. 그렇다. 90% 이상이 장곡마을만의 이야기이며, 다른 신문에선 찾아볼 수 없으니, 특종이 맞긴 하다. 주 교장의 이런 너스레에 순간 안성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린다.

장곡마을학교의 자랑 장곡타임즈는 마을과 주민들, 주민과 주민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다리이며, 마을의 여론을 형성해가는 골목민주주의의 중심이기도 하다.
▲ 장곡타임즈 장곡마을학교의 자랑 장곡타임즈는 마을과 주민들, 주민과 주민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다리이며, 마을의 여론을 형성해가는 골목민주주의의 중심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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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신문을 통해 주 교장이 구가하고 싶었던 가치는 무얼까. 바로 '골목민주주의'란다. "마을엔 뒷담화만 있지, 제대로 된 여론형성도 안되고, 주민들의 목소리 내기와 참여공간이 적어서 안타까웠다"는 주 교장은 '장곡타임즈'가 '골목민주주의'를 만들어간다고 역설했다. 기자출신인 그가 거대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맞서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마을신문이었던 거다.

"골치 아프게 의견 내라하지 말고, 분담해서 시켜 달라"

장곡마을학교의 또 다른 하나의 축은 '마을 축제'다. 학교와 마을이 함께 하는 마당이다. 이런 마당을 열면, 학교교사는 물론 학부모와 학생과 주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된다.

평소 안하던 짓(?)하면, 수월하지 않은 건 당연지사. 축제추진위원회를 꾸리고, 주민들에게 의견을 내라고 하면, "그냥 지도부에서 분담해서 맡겨 달라. 골치 아프게 자꾸 의견 내놓으라 하지 말고"라 하기 일쑤였단다. '주민참여가 곧 민주주의라'는 건 아직 우리 사회에선 책상에서 현장으로 내려오지 못한 의제에 불과한가 싶다.

이 축제는 몇 가지 소신과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다. ▲절대 전문가는 부르지 않는다 ▲축제 대행업체에는 맡기지 않는다 ▲예산 먼저 확보하고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 등이다.

마을마다 경로당이 있고, 그 마을에 풍물을 배우는 어르신들이 있다. 이 축제는 그걸 활용했다. 거기다가 학교 학생들도 참여시켰다. 풍물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들의 잔치를 그들은 꿈꾸었고, 실현했다. 잘했다는 성과보다 함께했다는 과정을 그들은 선택했던 거다.

장곡타임즈의 편집장이자 장곡마을학교의 교장인 주영경 씨는 전직 기자로써 골목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싶어서 이렇게 장곡마을과 함께 가고 있다고 말했다.
▲ 주영경 교장 장곡타임즈의 편집장이자 장곡마을학교의 교장인 주영경 씨는 전직 기자로써 골목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싶어서 이렇게 장곡마을과 함께 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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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를 하다보면, '예산문제와 축제의 질 문제'를 이유로 축제 대행업체를 부르자는 의견이 많이 나오지만, 결코 굴복할 수 없었다"는 주 교장. 이 축제의 생명을 손상시키고 싶지 않았던 거다.

"예산이 확보되고 그에 맞춰 일을 하다보면, 동력도 떨어지고, 생명력도 약화되더라"는 주 교장은 "축제예산 0원에서 출발해도, 가다보면 돈도 모이고 사람도 모이더라. 그런 재미가 있더라"며 웃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주민들의 의지가 문제라는 걸 그는 말하고 싶었던 게다.

학부형들의 탈지역화와 마을학교의 탈중앙화, 어떻게 하지?

마지막으로 장곡마을학교의 중요한 축인 '장곡마을 학교 너도'에 대해 풀어놓는 주 교장. 이 학교는 크게 3가지를 기치로 내세웠다. '탈중앙화, 작은 단위 지향, 골목민주주의 세우기' 등이다.

올해 5월 16일에 개교한 장곡마을학교는 '마을조사반, 연극반, 영상반, 철학반, 어린이반'등으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마을과 연관 지어 운영되며, 어떤 수업도 종국엔 마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자는 목표를 지향한다.

다행히 올해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하는 꿈의 학교로 지정받았고, 올 7월 4일에 개교식을 했다.

장곡마을학교 너도 간판이다. 나 밖에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게 너도 귀하다는 걸 가르치려 붙인 이름인 듯하다. 이 학교엔 모든 배움이 마을과 연결되어 있고, 마을에 이바지 하도록 되어 있다.
▲ 장곡마을 학교 너도 장곡마을학교 너도 간판이다. 나 밖에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게 너도 귀하다는 걸 가르치려 붙인 이름인 듯하다. 이 학교엔 모든 배움이 마을과 연결되어 있고, 마을에 이바지 하도록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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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서 길러낸 인재를 서울이나 다른 데로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마을에 살면서 기여하도록 만드는 것"이 이상적이라는 주 대표의 바람과는 달리 "주민 학부형들의 욕구(여기서 공부 시켜서 얼른 더 좋은 데로 자녀를 보내고 말겠다)는 달랐다"며 웃는 주 교장은 '학부형들의 탈지역화와 마을학교의 탈중앙화'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했다.

"절충점, 그게 바로 '아이들의 입학사정관제 도전'을 염두에 둔 활동"이라며 또 한 번 그는 웃는다. 그의 웃음의 의미는 '3가지 기치를 걸고 학교를 열었지만, 현실의 벽은 만만치 않더라'는 것일 게다.

"더 많은 숙제를 안고 간다"는 안성사람들, 하지만

그는 끝으로 "신자자유주의 세상 속에서, 서민으로 살면서 신자유주의를 이기는 길은, 적은 수입으로도 더 재밌게 사는 길"이라며, 자신이 가고 있는 지금의 길을 '재밌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그의 연설 아닌 연설이 끝나자 안성사람들은 박수로 화답을 했다.

일어서는 자리에서 주부 권신란(안성 공도읍)씨는 "숙제를 풀려고 왔다가 더 많은 숙제를 잔뜩 지고 가는 기분"이라며 소감을 말했고, 그 부분에 대해선 10명의 멤버들이 동의하는 듯했다.

물론 한 번의 여행으로 모든 숙제가 풀리진 않겠지만, 안성사람들이 꿈꾸는 세상, 즉 '마을과 학교가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공동체'의 첫 발을 내디딘 건 분명한 듯 보인다.

경기도 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 동아리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안성 교육수다와 함께 시흥 장곡마을학교로 가보자는 홍보포스터다. 이 포스터를 보고, 고등학교 3학년 박아름 양도 참가했다.
▲ 포스터 경기도 교육청 마을교육공동체 동아리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안성 교육수다와 함께 시흥 장곡마을학교로 가보자는 홍보포스터다. 이 포스터를 보고, 고등학교 3학년 박아름 양도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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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마을교육공동체 동아리지원사업'은 올해 내내 진행될 예정이며, 안성지역 탐방(8월 29일)과 벼베기 체험(9월 12일) 등의 일정이 남아있다. 교육수다와 함께 하려면 위경이 간사(010-2636-4415)에게 연락하면 된다.


태그:#마을학교, #교육공동체, #교육, #교육수다, #안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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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목사질 하다가 재미없어 교회를 접고, 이젠 세상과 우주를 상대로 목회하는 목사로 산다. 안성 더아모의집 목사인 나는 삶과 책을 통해 목회를 한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는 [문명패러독스],[모든 종교는 구라다], [학교시대는 끝났다],[우리아이절대교회보내지마라],[예수의 콤플렉스],[욕도 못하는 세상 무슨 재민겨],[자녀독립만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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