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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의 참깻단을 말리는 풍경
 농촌의 참깻단을 말리는 풍경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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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만 해도 하얀 꽃을 피우던 참깨가 8월의 더위에 알알이 영글어 농부의 손에 눕혀지고 있다. 지금 농부는 뙤약볕에 흐르는 굵은 땀방울을 뒤로하고 한 움큼씩 깻다발을 만들어 더러는 집 담벼락에 총총히 기대 세우고 참깨알 쏟아질 날을 고대하고 있다.

참깨는 푸른색일 때 베어서 비닐을 깔고 말려야 손실을 막을 수가 있다. 특히 참깨 말릴 동안은 비를 맞으면 곰팡이가 슬게 되면 다 버리게 된다. 예로부터 농부는 살갗에 스치는 바람과 하늘만 봐도 일기예보를 점치고 살았다.

참깻단을 세워서 말리는 농가
 참깻단을 세워서 말리는 농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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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시골동네 한 바퀴를 돌아다니는데 집집이 참깨 수확에 한창이다. 비가 오기 전에 부지런히 참깨를 베어서 말리고 털고 키질하여 검불을 날리고 작돌은 체로 쳐낸다

참깨를 털은 빈껍질 단을 묶는 할머니
 참깨를 털은 빈껍질 단을 묶는 할머니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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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이 되신 할머니가 참깨를 다 털어낸 빈 깻단을 겨을에 메주 쑬 때 불쏘시개로 사용할 요량으로 빈깻단을 묶고 있다. 쏟아진 참깨 알은 다시 햇볕에 잘 말린 다음에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하고 도시에 사는 자녀들에게 양념으로 보낸다. 농촌에 수확 철이 다가오면 택배 회사가 덩달아 바빠지는 이유다.

추석 앞둔 농가의 풍경, 그리운 추억

농부의 땀방울이 알알이 맺힌 빨간 고추들입니다.
 농부의 땀방울이 알알이 맺힌 빨간 고추들입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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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내 약통을 짊어지고 다니던 농부의 고추밭에도 고추가 꽃처럼 빨갛게 익어간다. 고추는 소독을 열흘에 한 번씩은 해야 탄저병을 막을 수가 있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햇볕에 고추를 말리고 그렇지 않은 날엔 고추건조기에 말린다. 햇볕에 말린 고추는 고추 꼭지가 노란색을 띠고 쪄서 말린 것은 꼭지가 푸른색이다.

처음 이틀 동안은 물고추에 망을 씌워 말려야 합니다.
 처음 이틀 동안은 물고추에 망을 씌워 말려야 합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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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고추를 처음에 햇볕에 내다 말릴 때는 이틀간은 검은 망사를 씌워서 말려야 햇볕에 익어서 하얗게 탈색되는 것을 막을 수가 있다. 귀촌 초기에 태양 고추 말린다고 태양 아래 바로 말렸더니 고추가 하얀색으로 변하는 바람에 적잖이 실망한 적이 있다.

이틀 후에 고추를 햇볕에 노출하여 말립니다.
 이틀 후에 고추를 햇볕에 노출하여 말립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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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정도 차광막 씌워서 수분이 적당히 빠져나간 고추는 햇볕에 완전히 노출해서 말리면 고운 고추색깔을 띄게 된다. 고추를 살 때 일반고추와 청양고추 두 가지를 사서 고춧가루를 빻으면 적당히 맵고 칼칼한 맛을 즐길 수가 있다.

요즘 예산군 오일장인 읍내 장날에 공설운동장 새벽시장(오전 5~6시)에 오면 물 고추를 팔러오는 농업인들과 고추를 사러 오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다. 예산 5일 읍내 장날에서 산 마른 고추를 인근 방앗간에서 빻아서 가는 도시소비자들도 있다.

추석 전에 수확하는 녹두콩
 추석 전에 수확하는 녹두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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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한 달 앞두고 눅두콩 수확이 한창이다. 작은 꼬투리 안에 쥐똥만 한 연둣빛 녹두 콩은 이른봄에 심어서 가장 먼저 수확하는 콩 중에 하나다.

추석 때 물에 불려 믹서기에 달달 갈아서 빈대떡을 구워 먹을 수가 있고 더러는 시루에 녹두 콩나물을 길러서 추석 손님상에 올려질 것이다. 계절에 따라 수확하는 농작물을 살펴보면 신기할 정도로 신비롭다.

담장 너머 익어 가는 과실, 풍성한 수확이 다가온다

담장 너머 익어가는 대추와 토끼, 닭 가족
 담장 너머 익어가는 대추와 토끼, 닭 가족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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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너머 익어가는 대추알 한 개 깨어 물면 비릿한 맛이지만, 한 달 후에 추석 제사상에는 붉은빛 도는 달콤한 대추가 올려질 것이다. 작은 몸집의 토끼 대가족도 더운 여름을 잘 이겨내고 수탉은 암탉들을 거느리고 여유만만한 깃털을 뽐낸다.

넝쿨을 뻗어가는 고구마 잎사귀.
 넝쿨을 뻗어가는 고구마 잎사귀.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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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잎사귀는 밤이슬만 먹고도 그 세력을 확장해간다. 여름에 고구마순 따다가 껍질벗겨 삶아서 나물 무치고 걸쭉한 된장찌개 한 그릇이면 보리밥 한그릇 꿀떡 넘어가던 그 시절엔 이웃간에 나눌줄 아는 정이 있었다.

가슴 높이의 담장 너머로 지나가던 동네사람 불러서 마루에 앉히고 보리밥 몇 숫가락 나눠먹던 소박함이 있었다. 산중 오두막 살이 집에 찾아온 손님에게 내어준 호롱불 아래 작은 밥상에는 가지나물 외 몇 가지 반찬만으로도 청정한 공기 때문이었는지 꿀맛이었다.

콩 잎사귀가 가득합니다.
 콩 잎사귀가 가득합니다.
ⓒ 강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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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는 콩알 서너 개 심으면 까치나 비둘기가 한두 개는 먹고 나머지는 싹으로 자랐다고 하는데, 요즘은 새들도 영리해졌는지 남기지 않고 깡그리 다 먹어치운다고 한다. 그래서 농부는 애초에 콩을 싹 튀워 내다 심든지 아니면 독약을 콩에 발라 심는다.

요즘 농가에는 제초제를 뿌려서 풀하나 없는 집도 많다. 내게 이득이 안되면 모조리 없애야 한다는 생각이 사람들 정서 속에 베여버린 건 아닌지 되돌아 볼일이다.


태그:#참깨, #고추, #녹두콩, #구구마순, #이웃간의 나누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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