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의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을 알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공식 누리집 갈무리.

박인비의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을 알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공식 누리집 갈무리. ⓒ LPGA


'골프 여제' 박인비(27)가 대망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박인비는 2일(현지시각) 영국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 에일사 코스에서 열린 리코 2015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브리티시여자오픈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날 마지막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이글 1개, 보기 2개를 묶어 7언더파 65타를 기록한 박인비는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2위 고진영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상금 45만 달러(약 5억2천만 원)를 거머쥐었다.

허리 통증에 시달리며 대회에 나선 박인비는 첫날 1라운드에서 공동 14위로 어렵게 출발했다. 그러나 둘째 날 2라운드에서 퍼팅 감각을 되찾으며 9위에 오른 박인비는 3라운드에서 동 선두 고진영, 테레사 루와 3타 차까지 줄인 5위로 뛰어오르면서 역전 우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4라운드에 나선 박인비는 13번 홀까지 선두 고진영에게 3타 차로 뒤지며 우승과 멀어지는 듯했다. 스코틀랜드 해안가 특유의 강한 바람에 고전하며 쉬운 퍼팅도 놓치면서 박인비답지 않은 경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고진영이 13번 홀에서 한 타를 잃으며 흔들리자 박인비는 세계랭킹 1위답게 작은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14번 홀에서 이글 퍼트를 성공시켜 단숨에 두 타를 줄이며 고진영을 압박했다.

큰 무대에서 경험이 적은 고진영은 박인비의 거센 추격에 부담을 느꼈는지 16번 홀에서 결정적인 더블보기 실패를 범했고, 보기 퍼트마저 놓치면서 결국 박인비에게 선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박인비가 새로운 골프 역사를 만드는 순간이었다.

박인비 "평생의 꿈 이뤄... 더 큰 목표 찾을 것"

이로써 박인비는 모든 메이저대회를 제패하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한 해 모든 메이저대회를 석권하면 캘린더 그랜드 슬램으로 부르고, 시즌과 관계없이 선수 생활을 통틀어 모든 메이저대회에서 한 번씩 우승하는 것을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라고 부른다.

여자골프 역사에서 아직 캘린더 그랜드슬램은 나오지 않았고, 커리어 그랜드슬램도 루이스 서그스(1957년), 미키 라이트(1962년), 팻 브래들리(1986년), 줄리 잉크스터(1999년), 카리 웨브(2001년), 애니카 소렌스탐(2003년)에 이어 박인비까지 기나긴 여자골프 역사에서 단 7명의 선수만 달성한 대기록이다.

남자골프에서도 흔한 기록이 아니다. 보비 존스(1930년)를 시작으로 진 사라젠(1935년), 벤 호건(1953년), 게리 플레이어(1965년), 잭 니클라우스(1966년), 타이거 우즈(2000년) 등 불과 6명 만이 위업을 이뤘다.

박인비는 2008년 US 오픈에서 처음 메이저대회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한동안 침체기를 겪다가 2013년 나비스코 챔피언십, LPGA 챔피언십, US 오픈에서 연거푸 우승하는 돌풍을 일으키며 여자골프 역사상 최초로 한 시즌 메이저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캘린더 그랜드슬램을 눈앞에 뒀다.

그러나 부담이 너무 컸던 탓인지 그해 브리티시오픈에서 중위권으로 추락하며 부진했고, 지난해 이 대회에서도 마지막 라운드까지 선두를 지켰으나 역전패를 당하면서 우승을 놓친 바 있다.

올해 브리시티오픈과의 악연을 끊기 위해 각오를 다진 박인비는 대회 마지막 홀까지 집중력을 발휘해 마침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선수로서 최초이자, 세계 여자골프에서도 소렌스탐 이후 12년 만에 나온 반가운 대기록이다.

커리어 그랜드슬램과 함께 통산 7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차지한 박인비는 "내가 평생 꿈꿔온 것을 이룬 최고의 날"이라며 "대회 막판까지 우승을 확신할 수 없었지만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승리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박인비는 "골프 인생의 꿈을 이뤘지만 더 큰 목표를 찾아낼 수 있으리라 확신하다"며 "아직 나보다 더 많이 우승을 차지한 전설적인 선수들이 많이 있으며, 지금은 이 순간을 즐기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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