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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4년 4월에 열린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푸틴은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지난 2014년 4월에 열린 집회에서 한 참가자가 "푸틴은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다"라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 국제앰네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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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정부가 국내 비정부기구의 후원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 미국의 민주주의진흥재단(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 아래 NED)을 '바람직하지 않은' 단체로 등록했다. NED 활동 금지는, 러시아 정부가 지난 5월 외국기관을 엄격히 제한하는 신규법을 발효한 이후 이를 처음 적용한 사례이다. 러시아 검찰청은 NED의 러시아 내 활동은 이제 사실상 불법이라고 밝히고, 법무부에 NED를 '바람직하지 않은 단체'로 등록할 것을 요청했다.

러시아 검찰청은 지난 28일 NED의 활동이 "'러시아 연방의 헌정질서와 방위능력, 국가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NED가 저지른 불법행위로는 '선거를 독립적으로 감시하는 영리 및 비영리단체에 기부한 것', '불특정한 정치적 활동을 벌인 것', '(러시아) 군의 권위를 실추시킨 것' 등이 지목됐다. NED는 수 년간 러시아의 주요 인권활동과 시민사회활동에 자금을 지원해 왔다.

자국 내 NGO 위협하며 활동 틀어막는 러시아 정부

러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른 국제 시민단체 역시 빠른 시일 내로 표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1일 이후, '바람직하지 않은 단체'로 지목된 단체 중 찰스 스튜어트 모트 재단과 맥 아더 재단등 최소 2개 단체는 러시아에서의 사업 중단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위협만으로도 NGO활동 위축에 충분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정부의 탄압 표적이 될 것이라는 위험만으로도 인권활동가와 비정부단체, 기부단체가 러시아에서 정당한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낙인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존 달후이센(John Dalhuisen) 국제앰네스티 유럽-중앙아시아 국장은 "소위 '바람직하지 않은 단체'의 명단을 작성하는 부끄러운 조치는, 최근 러시아 시민사회를 조직적으로 철저히 탄압하려는 러시아 정부가 보여준 최악의 모습"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외국기관을 표적으로 한 이번 신규 법은, 명백히 표현과 결사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 법을 계속해서 적용하게 되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정부를 견제하는 러시아 단체의 활동이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러시아 정부의 외국기관 탄압은 소위 '외국기관의 기능을 수행하는 단체', 즉 해외에서 자금을 받으며 정치적 활동에 관여하고 있는 러시아 NGO의 활동을 중단시키기 위함이다. 러시아 정부가 취하고 있는 일련의 행동은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된 또다른 법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에 따르면 '외국기관'으로 분류된 NGO는 정부에 반드시 등록해야 한다.

러시아 법무부에 '외국기관'으로 등록된 NGO는 총 81개로, 이중 7개 단체는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번 달에만 전국적 선거 감시단체 네트워크의 일원인 '골로스우랄'과 2개 인권단체 등 5개 단체가 명단에 새로 등록됐다. '외국기관'으로 등록된 단체 중 최소 24곳 이상이 과거 NED로부터 후원을 받은 바 있다.

존 달후이센 국장은 "해외 후원단체를 직접 겨냥한 것은, 러시아 정부가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는 NGO의 자금 지원을 끊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는 이러한 외국기관 및 '바람직하지 않은' 해외 단체를 향한 음험한 법을 지체 없이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기관'으로 등록된 단체 다수가 러시아 정부와 장기적인 법적 투쟁을 벌이고 있는 한편, 단체와 활동에 대한 흑색선전에 반발하며 폐쇄를 결정한 단체도 많다.

가장 최근 이러한 결정을 내린 단체는 지난 주 폐쇄한 '국제고문반대위원회'이다. 러시아 인권활동가들이 2000년 설립한 이 단체는, 경찰 구류 및 교도소 수감 중 벌어지는 고문과 부당대우를 조사하고 고발하는 활동을 벌였다. 현재 약 200여건의 구금 중 인권침해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이 단체는 지난 28일 모스크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문방지위원회'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태그:#국제앰네스티, #러시아, #NGO탄압, #NED, #민주주의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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