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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 싼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후계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30일 오후 서울 명동 롯데그룹 본사 입구에서 직원들이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왕래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를 둘러 싼 신동주·신동빈 형제의 후계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30일 오후 서울 명동 롯데그룹 본사 입구에서 직원들이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왕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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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롯데 자이언츠'와 '지바 롯데 마린스'가 맞붙기라도 한 것일까? 최근 롯데그룹 신격호(94) 총괄회장 일가 갈등을 둘러싼 국내 언론 보도는 마치 '한일전' 중계를 보는 듯하다.

마치 프로야구팀 전력을 분석하듯 신동빈(60) 한국롯데 회장과 신동주(61)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가진 일본 지주회사 우호 지분을 따지고, 신동빈은 '한국롯데', 신동주는 '일본롯데' 식으로 민족주의적 편 가르기로 서슴지 않는다. '형제의 난', '왕자의 난', '골육상쟁', '경영권은 피보다 진하다'는 식의 막장 드라마식 표현은 양념이다.

과연 롯데그룹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집안 갈등은 이처럼 '막장 드라마' 보듯 '즐겨도' 되는 것일까? 과연 국내 대표적인 '재벌 전문가'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와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형제의 난? 쿠데타 실패? 국내 언론 넘겨짚기 '급급'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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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난 나흘을 돌아보자. 지난 7월 28일 밤 '일본 롯데홀딩스, 신격호 회장 해임'이란 짤막한 속보를 시작으로 국내 '5대 재벌'인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전 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롯데홀딩스는 일본 롯데그룹의 지주회사로, 롯데호텔을 통해 한국 롯데그룹 70여 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롯데는 신격호 총괄회장 장남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한국롯데는 차남인 신동빈 회장이 경영을 분담해왔다. 그룹 규모는 한국롯데가 20배 정도 크지만 지배구조상 일본롯데 지배를 받는 셈이다.

이런 구도에 균열이 생긴 건 신동주 전 부회장이 지난해 12월과 1월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주요 임원직에서 해임되면서부터다. 급기야 신동빈 회장이 지난 15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사실상 한일 롯데그룹을 모두 장악하는 모양새가 됐다.

하지만 지난 27일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주 전 부회장, 장녀 신영자(73) 롯데재단 이사장과 함께 일본 롯데홀딩스를 방문해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이사 6명을 모두 해임하는 '반전'이 일어났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다음날 긴급 이사회를 열어 이사 해임을 무효로 하고 오히려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표이사 회장직에서 해임했다.

이때만 해도 국내 언론은 경영권 승계 경쟁에서 밀려난 '장남'이 90대 고령인 아버지를 앞세워 '쿠데타'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창업자인 신격호 총괄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물러나면서 '신동빈 2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 29일 귀국한 신 전 부회장이 일본 <니혼게이자이>와 KBS 등 언론 인터뷰에서 신동빈 회장 해임이 '아버지의 뜻'이라며 주주총회 표 대결을 예고하면서 사태는 다시 오리무중이다. 국내 언론은 이번엔 '신동빈 대 나머지 가족' 간 대결 구도를 만들고 총수 일가 가계도 그리기에 나서는 한편, 롯데홀딩스를 지배하는 '광윤사'와 'L투자회사' 등 일본 비상장 계열사 지분 구조 분석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롯데그룹의 후계를 놓고 일본에서 '왕자의 난'을 벌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29일 오후 김포공항 국제선 입국장을 통해 들어선 후 차에 오르고 있다.
 롯데그룹의 후계를 놓고 일본에서 '왕자의 난'을 벌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29일 오후 김포공항 국제선 입국장을 통해 들어선 후 차에 오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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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도 엘리엇처럼 롯데그룹 총수 일가 견제해야"

웬만한 전문가들은 말을 아끼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재벌 총수 지배 체제에 비판적인 학자들 시선도 조금 엇갈렸다.

주주행동주의 관점에서 재벌 총수 일가의 경영권 지배 체제를 비판해온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31일 "소유권 상속은 집안 문제지만 그룹 경영권은 집안 문제 아니라 주주들 허락을 받아야 할 사안"이라면서 "주주 등 외부 이해관계자는 배제한 채 총수 일가 내부에서 경영권을 다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는데 국내 언론은 그저 집안싸움 보듯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국내 10대 재벌 가운데 6-7개는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집안 갈등을 겪었거나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는데 계속 반복되면 기업을 망칠 수밖에 없다"면서 "재벌 소유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면 결국 외부 주주들이 제 목소리를 내서 총수 일가를 자극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주주 손해를 들어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엘리엇은 삼성물산 지분 7.12%만 갖고도 큰 파장을 일으켰고 삼성을 궁지에 내몰아 거버넌스위원회 등 주주친화정책을 내놓게 만들었다"면서 "롯데쇼핑 등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 등 국내 기관투자자들도 엘리엇처럼 주주를 무시하는 재벌총수일가를 상대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영권 가족 승계가 문제 본질... 총수 일가 비리 노출은 바람직"

 일본 롯데홀딩스가 28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격호 대표이사 회장을 전격 해임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롯데홀딩스가 28일 오전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격호 대표이사 회장을 전격 해임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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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20년 넘게 한국 재벌을 연구해온 김진방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롯데가 집안에서 경영권을 순조롭게 물려주는 것과 서로 싸우다가 어느 하나가 차지하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면서 "경영권을 가족이 승계하는 것 자체가 문제지, 싸우냐 안 싸우냐는 사회적으로 큰 의미가 없고 없다"며 언론의 지나친 관심을 경계했다.

오히려 지난 2005년 두산그룹 갈등처럼 형제 간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비자금 조성 의혹 등 총수 일가 비리가 밝혀지는 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롯데그룹은 일본과 한국에 회사 법인이 나뉘어 있을 뿐, '광윤사'란 비상장 지주회사로 기업을 지배하는 건 전형적인 한국 재벌 유형으로 일본에선 비슷한 형태를 찾아볼 수 없다"면서 "SK C&C나 삼성에버랜드를 앞세워 경영권을 승계한 SK와 삼성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다만 일본 비상장회사 지분 구조에 대해 김진방 교수는 "광윤사나 롯데홀딩스 주주는 총수 일가와 동업자 등 특수 관계인이 대부분이라 결국 내부 이해당사자들 결정에 달려있다"면서 "일본은 상호 출자 제한이 없어 계열사들도 순환 출자 구조에 따라 지주회사 지분을 일부 갖고 있겠지만 비율이 낮고 영향력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우리나라에선 비상장 회사라도 지분 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본 기업은 상장, 채권 발행 등 외부 자금을 끌어들이지 않는 이상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적어도 지난 삼성물산 합병 주총과 달리 지금까지 알려진 롯데홀딩스와 광윤사 지분 분포도에 바탕을 둔 국내 언론의 지분 계산법이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한일 양국 법·제도의 빈틈을 노린 롯데그룹의 폐쇄적 지배 구조가 오늘날 경영권 갈등의 발단이 된 셈이다.

김상조 교수는 "국내 언론은 결국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법'이 아니라 '시장'이라는 걸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주주, 채권자 등 외부 이해 관계자가 대주주를 상대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집중투표제, 서면투표제 등을 도입해 주주총회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집중투표제는 주주총회에서 뽑는 이사 숫자에 맞춰 1주당 다수표를 행사할 수 있는 제도로, 대주주에 맞설 수 있는 이사 후보에게 소액주주들이 '몰표'를 줄 수도 있다. 적어도 신격호 회장처럼 재벌 총수 손가락 하나로 이사를 선임하거나 해임하는 행태를 막을 수 있는 장치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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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인권 분야를 주로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