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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의회 본회의 모습.
 부산광역시의회 본회의 모습.
ⓒ 부산시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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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꽃게장, 나주곰탕, 전라도 한정식, 장흥 숯불갈비...

어느 식도락 동호회의 남도 음식 투어 같아 보이지만 사실 부산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의 국내연수 일정이다. 다음 달 3일부터 5일까지 2박 3일간 전라도 일대로 연수를 떠나는 부산시의회 예결특위는 연수 일정 대부분을 지역의 명소와 맛집을 돌아보는 일정으로 채웠다.

<오마이뉴스>는 31일 부산시의회로부터 예결특위의 국내연수 일정을 입수했다. 2박 3일 중 연수에 걸맞아 보이는 일정은 2일 차 오후 4시간 동안의 '주제발표와 토론', 첫날과 마지막 날 전남도의회 예결특위, 장흥군의회 예결특위 관계자들과의 식사 겸 간담회 정도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급조한 티가 역력하다. 부산시의회 예결특위가 간담회를 하겠다며 일정에 포함해 놓은 전남과 장흥 지역 의회에서는 부산시의회 예결특위의 방문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조상래 전남도의회 예결특위 위원장은 이 소식을 기자에게 처음 들었다며 "진짜냐"고 수차례 물어볼 정도였다. 다른 전남도의원들도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장흥군의회 사무처 역시 "부산시의회로부터 어떠한 공식적인 연락을 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상대방과 협의도 안 된 일정을 부산시의회가 버젓이 국내연수 일정에 넣어놓은 셈이 됐다.

시찰과 견학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다. 부산시의회 예결특위는 애초 전북 군산의 근대문화유산을 견학하겠다며 군산을 일정에 넣었지만 이곳을 방문하는 날은 월요일.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을 비롯해 많은 관람시설이 휴관하는 날이다. 할 수 없이 부산시의회는 새만금방조제를 방문하기로 일정을 바꾸었다.

다른 일정은 소홀했지만 식사 예약만큼은 빈틈이 없었다. 취재 결과 부산시의회 예결특위가 방문하겠다고 밝힌 식당엔 어김없이 부산시의회 앞으로 20여 명이 예약되어 있었다. 한 한정식 식당은 미리 메뉴까지 선정해 1인당 3만 5천 원짜리 코스를 예약해두는 '꼼꼼함'까지 보였다.

연수 코 앞인데 일정 미확정... 시민단체 "연수를 빙자한 휴가"

부산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한 사업장을 방문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부산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한 사업장을 방문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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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회 예결특위 측은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반응이다. 이날 예결특위 전문위원실 관계자는 "의원들의 일정에 맞추고, 휴가철이다 보니 숙소를 구하기 어려워 일정을 짜기 힘들었다"면서 "전남도의회와 장흥군의회와는 간담회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진수 부산시의회 예결특위 위원장도 "일정은 유동적"이라면서 "간담회를 하지 못하더라도 동행하는 전문연구위원들과 자체 워크숍이 있어서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오후 중으로 일정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주말을 제외하면 출발 당일까지 하루 남은 업무일까지도 일정이 확정하지 못했다는 말이다.

이번 연수를 위해 부산시의회 예결특위가 책정한 예산은 900만 원 가량. 13명의 예결특위 의원 가운데 개인 사정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한 2명을 제외한 11명, 특위 전문위원, 의회 사무처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이 소식을 접한 시민단체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양미숙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예결특위 본래의 역할보다 부대적인 것, 필수적이지 않은 것에 더 치중하는 연수 일정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면서 "다른 위원회도 아니라 예산을 심사하는 예결특위가 이런 식으로 시민의 세금을 쓴다는 것은 한참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성훈 부산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예산감시팀장은 "휴가 극성수기에 연수를 빙자한 휴가를 떠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제대로 된 프로그램조차도 마련하지 못한 채로 일단 떠나고 보자는 식의 연수를 벌인다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부산시의회의 다른 상임위와 특위도 하반기 연수 일정을 마련하고 있다. 대부분의 상임위와 특위가 오는 10월까지 국내 연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예결특위 다음으로 연수에 나서는 위원회는 8월 24일부터 3일간 울릉도와 독도에서 연수를 진행하는 교육위원회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부산시의회, #예결특위, #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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