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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교육부장관.
 황우여 교육부장관.
ⓒ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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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여 교육부장관이 지난 5월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학자들을 만나 "우리나라 말에 한자를 넣어야 한다는 것은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다"라면서 교육부의 교과서 한자병기 정책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는 증언이 나왔다. 하지만 교육부는 "장관께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라고 부인했다.

한글문화연대 "장관이 '한글에 한자 넣는 건 자존심 문제'라고 말해"

30일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에 따르면, 그는 지난 5월 8일 오후 6시부터 40분 동안에 걸쳐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장관실에서 황 장관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는 한글학자 두 명과 교육부 실·과장 등도 참석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이날 황 장관은 교과서 한자병기에 대해 "창체(창의적 체험활동) 시간에 한자 수를 제한하면 그만이지 그것(한자)을 교과서에 넣을 이유가 있나, 한자를 (교과서) 본문에 넣는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나"라면서 "국회 분위기는 (한자병기 찬성이) 극소수이며 초등학교 아이들이 (병기된 한자를) 이해하겠느냐"라고 교육부 직원을 다그쳤다.

교육부 직원이 "초등학교 창체 시간에 어려운 한자들을 마구 가르쳐서 초등학생용 적정 한자 수를 지정하고 자연스럽게 (교과서 본문의) 괄호 안에 한자를 들어가게 하자는 건의가 꾸준히 있었다"라고 보고한 것에 대한 황 장관의 대꾸였다는 게 이날 참석자들의 증언이다.

특히 이 대표에 따르면 황 장관은 "독일어 옆에다 괄호로 라틴어를 쓰지 않는다"라면서 "우리나라 말에 한자를 넣어야 한다는 것은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날 면담에 참석했던 한 인사도 "황 장관이 비슷한 취지로 말했다"라고 확인했다.

이에 반해 지난 5월 8일 면담에 배석했던 교육부 관계자는 "그날 장관께서 '자존심'이란 단어를 쓴 적이 없으며 한자병기에 대해 우려하는 발언을 하지도 않았다"라고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날 회의록을 따로 작성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 "그날 장관께서 그런 말 하지 않았다" 부인

황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인 2004년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법안'에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한 해 전인 2003년 10월 황 장관은 국회 본회의장 한글 명패가 허용되자마자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바꾼 명패를 사용했다. 기존 한자 명패를 한글 명패로 처음으로 바꾼 의원들 115명(전체의 42.2%) 안에 포함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다. 황 장관은 서울 영등포지원 판사로 재직하던 1980년 8월, 한글학회의 기관지인 <한글 새소식> 96호에 한글전용을 촉구하는 기고문을 싣기도 했다.

1980년 8월, <한글새소식>에 기고한 황 장관의 글.
 1980년 8월, <한글새소식>에 기고한 황 장관의 글.
ⓒ 한글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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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전 황 장관은 '법 언어로서의 한글'이란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법 생활의 중심이 되는 국민 층이 이제는 한글세대로 넘어왔다"라면서 "모든 국민에게 맞는 문법과 논리에 맞는 올바른 법 언어는 한글로 쓴 우리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황 장관은 "내 자신이 10년 동안 판사직에 있으면서 그토록 정확성을 요구하는 판결문을 오직 한글로만 표현해왔다"라면서 "그런데 이러한 표현 문제로 당사자에게 오해를 일으키거나 상급 법원으로부터 잘못됨이 지적된 적이 내 기억에 없다"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황 장관은 "오히려 한문식 표기 자체가 문제이며 우리의 사고 기능을 불균형, 부자연스럽게 하는 것"이라면서 "우리의 자녀가 쉽고 바르게 배울 수 있는 우리들의 한글만으로 표현돼야 한다"라고 글을 맺었다.

다음은 황 장관이 쓴 기고문 전체 내용이다.

법 언어로서의 한글

황우여 (서울 지방법원, 영등포지원 판사)
<한글 새소식> 96호 1980년 8월 5일에 실린 글

법은 우리의 모든 생활 영역에서 점점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만큼 법은 우리의 언어생활에서도 중요시 되어야한다. 사람의 속생각을 표현, 전달, 그리고 교환하는 약속이 언어라면 법적인 문체도 사람들 사이의 일정한 약속에 따라 나타나고 해결되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한글문화권 안에서의 법 언어는 한글이어야 한다.

이에 대하여 법은 오랜 전통에도 변함이 없으며 무언가 높은, 우리가 잘 이해할 수 없는 신비한 권위를 지녀야하기 때문에 서양이라면 라틴어, 우리나라에서는 한문에서 나와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그토록 흔히 일어나는 교통사고를 해결하고, 계약을 체결하며 국가에 대한 국민으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고 의무를 부담하는 법 생활에서 쓰이는 법 언어는 무엇보다도 그 상황을 정확하고 진 실되게 나타내어 그에 타당한 가장 올바른 해답을 찾아내는 데 적합해야 할 것이다. 공연한 허세로 서로 납득할 수 없는 법언어로 분쟁을 해결하려 한다면 의심과 두려움 그리고 책략이 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법 언어는 세 가지 이념을 갖는다 하겠다.

첫째 올바름이다. 법 언어는 사람에 따라 또는 때와 장소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지 않게 정확하며 문법과 논리가 정연하여야 한다. 지나치게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거나 모든 사람이 이해하지 못하는, 너무 오래 되어 현재는 잘 사용되지 않거나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개념들은 피해야 한다.

법 생활의 중심이 되는 국민 층이 이제는 한글세대로 넘어 왔다. 한문의 용어, 논리 및 문법과 한글의 그것은 서로 다르다, 이 점은 특히 한문 문화권이 공산주의 체제로 변신한 뒤 우리의 한글 문화권과의 교류가 단절된 이후의 세대에서 두드러진다. '하자(瑕疵)'가 '흠'이라는 의미를 지닌 한자 법률 용어이며 또 어떠한 경우에 쓰이는지 아는 국민은 극히 일부로 되었다.

우리 한글은 섬세하고 정확한 언어이다. 그 감정 표현의 섬세성은 잘 다듬으면 법적인 정확, 섬세함에 통할 것이다. 모든 국민에게 맞는 정확하고, 문법과 논리에 맞는 올바른 법 언어는 한글로 쓴 우리말이다.

둘째는 아름다움이다. 법 언어는 이를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름다움을 지녀야한다. 간결하며 품위 있는 표현, 지혜로우면서도 박진감이 넘쳐 그 한 마디를 인용하고 싶은 아름다움이 법 언어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이다. 생명력이 있어 진리와 정의가 거짓과 불의를 몰아내는 힘과 확신에 찬 언어인 것이다.

비록 꾸미지는 않았으나, 천성이 순수하고 건전한 아름다움으로 돋보이게 되는 콩쥐와 같은 기품이 있어야 한다. 우리의 시조에서 보는 운과 함축미는 놀랍다. 지나친 과장이나 강조가 적고 우리에게 자연스러워 소박한 아름다움이 있는 법 언어는 한글로 쓴 우리말이다.

셋째 법다움이다. 수많은 사회 현상을 법이라는 창문을 통하여 볼 때, 이러한 현상을 정리하여 독특한 법률 용어가 전문화되기 마련이다. 이러한 특수한 각도에서 파악된 법적인 개념들은 점차 독자적인 생명력을 지니고 생성· 발전되어 나간다. 오늘날 법적 개념은 전문성과 아울러 세계성을 지닌다. 전 세계 인류가 일정한 법현상은 일정한 법률 용어로 동일하게 해결하고자 함이 오늘날의 경향이다.

법률 용어의 형태를 갖추고 있는 법 언어도 한글의 옷을 입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단지 역사성·전문성·세계성올 지닌, 이미 형성된 한문 식의, 또는 일본어나 다른 외래어에서 나온 법률 용어를 어떻게 한글로 단장하게 하느냐는, 이른바 법률 용어의 우리말화와 한글 표기의 문제를 낳는다. 이 문제는 점차 병행해서 추진하여야 한다고 주장되나 그 중에서도 한글 표기가 우선 힘주어야 할 것이다.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1948. 10.9. 법률 제6호)은 "대한민국의 공용문서는 한글로 쓴다, 다만 얼마 동안 필요한 때에는 한자를 병용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며 이에 따라 대법원 규칙 제90호(1961) 제 3조는 모든 문서는 표준말인 한국 국어체로 간명하게 기술하며 정자체로 가로쓰되 띄어 쓸 것이며 뜻의 전달이 곤란한 것은 괄호 안에 한자를 넣어 쓰고...라고 규정하여 판결문과 아울러 모든 법원 문서는 조진만 법정의 용단아래 모두 한글만 쓰기에 따랐다.

행정부도 늦은 감이 있으나 같은 영단을 내려서 한글만 쓰기에 따랐다(1974). 다만 입법부에서는 국민생활의 중요한 법인 형법(1953), 민법(1960)등 모든 중요 문언올 한문으로 표기 했고 구두점, 띄어쓰기도 무시되었으나 1973년 이래의 법은 한글로만 쓰여 졌고 띄어쓰기, 구두점도 지켜졌었다가(예컨대 입목(立木)에 관한 법률, 1973년 법률 2484호) 그 후 다시 한글 한문 혼용으로 후퇴한 느낌이 든다.

입법도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을 지켜야 하며, 위 법률의 "얼마 동안 필요한 때"라는 유보 조항은 그 필요성이 이미 사라졌으며 지금도 꼭 필요하다면 괄호 안에 한자를 아울러 기재하는 것으로 족하다 하겠다. 이에는 헌법도 예외일 수 없이 앞서서 모범이 되어야 하며 절차법적인 중요성을 지닌 위 법을 지키지 아니하면 이로써 다시 개정하는 문제가 나오게 될 것이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바는 내 자신이 10년 동안 판사직에 있으면서 모든 난해한 그리고 그토록 정확성을 요구하는 판결문을 오직 한글로만 표현해 왔는데 이러한 표현 문제로 당사자에게 오해를 일으키거나 상급 법원으로부터 잘못됨이 지적된 적이 내 기억에 없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보아도 한글 표기가 우리의 언어생활, 비록 그것이 법 언어생활일지라도 흔히 겁내는 식의 어려움은 전혀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한문식 표현, 한문식 표기 자체가 문제이며 우리의 사고 기능을 불균형 부자연스럽게 하는 것이다.

한글만 쓰기는 법률생활을 대중화하여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며 기계화를 가능하게 하여 경제성에 있어서 높은 복지사회를 약속할 것이며 법률 문화를 한글이라는 사고의 얼개를 통하여 이 땅에 토착화하여 이미 다수를 이룬 한글세대에 귀중한 우리의 유산이 될 것이다.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계명을 우리에게 주시고 오늘날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라고(신명기 6:6, 7) 하였다. 우리의 법도 하나님께서 인정하시는 공의로운 법일 뿐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 깊이 새기고 우리의 자녀가 쉽고 바르게 배울 수 있는 우리들의 한글만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한자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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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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