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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업은 필요악일까요? 은행 문턱을 넘기 어려운 저신용자에게 필요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연 34.9% 고금리 족쇄가 따라 붙습니다. 그런 대부업체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감성광고도 모자라 프로 스포츠 구단을 만들어 대중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서려 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오는 8월 TV 대출 광고 제한을 앞두고 대부업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펴보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대부업 광고 흐름을 짚은 1편 카드 뉴스에 이어 2편은 대부업체 변화를 살펴봅니다. [편집자말]
"처음엔 도둑놈들이라고 생각했지만, 대부업도 꼭 필요한 금융업이더라고요."

지난 24일 서울 남대문에 있는 한 대형대부업체. 1200평에 달하는 사무실에 직원 500여 명이 일하고 있었다. 직원 A씨는 "현재 직장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10점"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A씨는 골프장, 조선소 등에서 일하다 이곳에 정착했다.

A씨는 입사 전 대부업에 대한 편견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지금은 장모와 장인도 좋아한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은행에서 대출받지 못하는 서민들이 너무 많다"면서 "이들은 대부업이 없으면 어쩔 수 없이 불법 사채로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금리가 높은 이유가 있고, 본인이 유용하게 쓰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부업'이 달라졌다. 과거 대부업 하면 '불법 채권 추심'이나 '신체 포기 각서' 같은 어두운 면부터 떠올렸다. 이제 대형 대부업체는 저축은행을 인수해 제도권으로 진입하는가 하면 대기업 전유물이었던 스포츠 마케팅으로 영역을 넓혔다. 대부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씻으려는 몸부림이다.

과연 대부업체는 진정 달라졌을까? 대부업 변화 과정을 살펴봤다.

"최고 금리 연 66%"... 외환 위기 이후 기업형 대부업 등장

러시앤캐시 광고 속 한장면.
 러시앤캐시 광고 속 한장면.
ⓒ 러시앤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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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채 시장에서 벗어나 기업형 대부업이 시작된 건 외환 위기 이후인 1999년부터다. 중소 사채업자들이 대부분이던 시장에 일본계 대부업체들이 하나둘 등장했다.

이들은 최고 금리를 연 66%로 정한 대부업법이 제정된 2002년 전후 전성기를 누렸다. 신용카드가 남발되는 당시 풍토도 대부업 시장을 키웠다. 당시 금융사들 사이에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을 남발했다.

정부도 한몫했다. 특히 투명 과세 정책의 하나로 정부가 나서서 시행한 신용카드 소득공제제도나 카드 매출 전표 복권 추첨 제도 등은 신용카드 순기능만을 강조해 국내 신용카드 시장을 지나치게 팽창시켰다. 2002년 신용카드 발급 수는 연간 1억 장에 육박했을 정도다.

신용카드 대금 돌려막기가 만연하면서 당시 대부업계 1위인 아에루(AEL, 현 아프로파이낸셜그룹) 계열사의 대출 잔액은 1조 원을 넘었다.

그러나 2002년 말 신용 위기가 본격적으로 불거지자 대부업체도 부메랑을 맞았다. 카드 대금을 갚으려고 대부업을 이용한 사람들의 높은 연체율과 부실률은 대부업체의 자금 압박으로 이어졌다. 대부업체에도 돌려막기가 횡행했는데 이때는 여러 업체에서 동시에 대출받은 다중 채무자에 대한 정보도 공유되지 않았다.

또 카드사 등 여신전문회사의 부실화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2003년 말 전국 16개 시·도에 등록된 대부업체 1만3931곳 중 등록이 취소된 업체가 17.1%에 달했다. 10곳 중 2곳은 문을 닫은 셈이다. 결국, 당시 업계 1위인 아에루 역시 심각한 타격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매각했다.

당시 카드 대금을 갚으려고 사채를 빌려 쓴 서민들도 1년도 안 돼 엄청난 빚더미와 함께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일이 허다했다. 그 무렵 불법 사채 시장의 평균 금리는 연 200%에서 많게는 연 1000%에 달했다.

저신용자 틈새 파고든 러시앤캐시 "불법 사채보단 싸다"

급격하게 불어난 신용불량자 등 저신용자들은 갈 곳이 없었다. 당시 한 신용정보평가회사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은행과 신용카드사, 캐피탈회사 등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꺼리는 저신용자(7~10 신용등급자) 수는 7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신용자을 받아주는 곳은 연 1000%에 달하는 초고금리를 요구한 불법 사채뿐이었다. 이 틈새를 파고들어 온 곳이 지금의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이다. 아프로파이낸셜그룹은 '러시앤캐시'로 잘 알려진 국내 대부업계 1위 업체다. '불법 사채보다는 싼 금리'인 합법적인 대부업체라는 점을 앞세웠다.

최윤 아프로파이낸셜그룹 회장은 대부업을 양성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2004년 출범한 러시앤캐시는 업계 최초로 전화상담실을 만들었다. 정해진 절차 없이 주먹구구로 이뤄지던 불법 사채업에서 벗어나 절차와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또한, 대형대부업체 40여 곳은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의회를 결성해 신용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건전 영업'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일본계 빅3 대부업체, 한국 대부업시장 40% 장악

4월 1일 경기도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의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대1로 승리, 챔피언 자리에 오른 OK저축은행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모자를 던지며 기뻐하고 있다.
 4월 1일 경기도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의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세트 스코어 3대1로 승리, 챔피언 자리에 오른 OK저축은행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모자를 던지며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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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말 기준 등록 대부업자(대부중개업자 포함) 수는 8794개에 이른다. 하지만 아프로, 산와, KJI 등 일본계 '빅3' 대부업체가 한국 대부업 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아프로파이낸셜, 산와머니, 미즈사랑, KJI 등 4개사의 지난해 6월 말 기준 자산이 4조 2836억 원으로, 자산 100억 원 이상 대형 대부업체의 자산 10조1605억 원 가운데 42.2%를 차지한다.

아프로파이낸셜은 세력을 더 확장해 저축은행을 인수하기도 했다. 러시앤캐시는 2007년부터 저축은행 인수에 나섰지만 9차례나 실패했다. 대부업체가 제도권 금융인 저축은행을 인수하다는 데 대한 반발 여론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1년 부실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고 기회가 찾아왔다.

부실 저축은행을 인수할 주체가 없자, 금융당국에서 급기야 대부업체에도 기회를 준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5년 내 대부자산의 40% 이상을 줄이고 최고금리를 연 29.9%로 유지하는 조건으로 러시앤캐시의 저축은행 인수를 허락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오케이(OK)저축은행'이다.

이어 스포츠 마케팅으로 대부업 이미지를 씻으려 애쓰고 있다. 최근 프로배구판에서도 신생 배구단 '오케이저축은행'을 주목하고 있다. 오케이저축은행은 지난 4월 'NH농협 2014~2015 V리그 남자부'에서 최강자 삼성화재를 꺾고 우승했다. 창단 2년 만이었다.

최윤 회장은 홈경기가 있을 때마다 체육관을 찾으며 배구단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연간 구단 운영비 포함해 150억 원을 배구단 활동에 투자할 정도다.

오케이저축은행 관계자는 "우리 회사 직원들이 배구단이 있기 전에는 회사 이름을 부르는 걸 꺼렸다"면서 "그런데 배구장에서 러시앤캐시를 연호하니까 회장이 그 모습에 흥이 나서 엄청난 투자를 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사기 진작과 대외적인 홍보 효과를 동시에 노린 셈이다.

또 '무과장' 같은 친근한 광고 캐릭터를 앞세우는 한편 감성 광고도 시도하고 있다. "버스랑 지하철만 탈 수 있나", "바쁠 땐 택시도 타야지", "근데 돈 빌려주고 이자 받는 건 카드나 캐피탈이랑 똑같은 거 아니야"라고 말하며 대부업도 제도권 금융이라는 인식을 의도적으로 심고 있다.

여전히 높은 대부업 금리... "대한민국에 갚을 수 있는 사람 없어"

금융정의연대, 녹색소비자연대 7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2013년 11월 21일 서울 종로 엠스퀘어에서 '금융소비자네트워크 발족식'을 갖고 대출.대부업 광고 반대 등을 촉구하고 있다.
 금융정의연대, 녹색소비자연대 7개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지난 2013년 11월 21일 서울 종로 엠스퀘어에서 '금융소비자네트워크 발족식'을 갖고 대출.대부업 광고 반대 등을 촉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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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대부업체가 양성화되면서 대부업 대출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사회 풍토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대부업체 TV 광고 횟수(9개사 기준)만 해도 일 평균 1532건(월 평균 4만7000여 건)에 달한다. 끊임없이 나오는 대부업 광고로 어린아이들까지 "무이자"를 흥얼거릴 정도다. 급기야 국회가 나서 TV 대출 광고 시간을 제한하기에 이르렀다.

게다가 현재 대부업 최고 금리는 연 34.9%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대부업의 최고 금리를 29.9%로 낮추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여전히 높은 금리다. 게다가 대부분 대부업체는 금리를 차등 적용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법정 최고 금리를 부과하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 30%가 넘는 금리로 돈을 빌리면 대한민국에서 돈을 갚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 모르겠다"면서 "애초부터 상환할 수 없는 금리"라고 꼬집었다.

전 교수는 "저금리 추세를 대부업 금리 상한에 결정해서 20%대 중반으로 가야 한다"면서 "대부업체들이 광고를 대폭 줄이도록 하고 버티지 못하는 업체들은 자연스럽게 구조조정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편집ㅣ최유진 기자



태그:#대부업,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아프로파이낸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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