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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이 재테크 수단이 되고 임대 수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함에 따라 세입자들은 늘어나는 주거비 부담과 2년마다 이사해야 하는 주거 불안정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주거권은 소득 대비 부담 가능한 주거비로 쾌적한 주거 환경에서 장기간 거주하면서, 비자발적 퇴거를 당하지 않을 권리를 말합니다. 세입자의 주거 안정과 주거권 보장을 위해 <오마이뉴스>에 '주거 칼럼'을 연재합니다. [편집자말]
지난 3월 2일 서울 송파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내 부동산중개업소의 월세 매물판의 모습.
 지난 3월 2일 서울 송파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내 부동산중개업소의 월세 매물판의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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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전국 아파트 가격은 76개월째 상승하면서 전세 가격이 매매가격의 70%선을 넘어섰다.

전세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저금리 때문이다. 그리고 임대인들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것이 득이다. 전세 보증금을 은행에 맡겼을 때 받는 정기예금이자는 연 2% 안팎이지만, 보증금의 월세전환이율은 은행정기예금이자의 3배인 연 7% 안팎이기 때문이다.

세입자 입장에서 보면, 전세가격이 오르더라도 전세대출이자가 월세보다 낮기 때문에 전세를 찾는다. 무리하게 대출을 하여 주택을 매입하는 이유도 주택담보대출이자가 월세보다 낮기 때문이다. 결국 전세가격의 폭등과 무리한 주택 구입의 배경에는 높은 월세가격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면 그 높은 월세를 내고 생활하는 월세 세입자들은 현재의 자기 월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고시텔 입주자들은 몇 년 전에 '반값 고시원' 운동을 펼칠 만큼, 현재  20만~60만 원 선인 고시텔 월세의 대폭인하를 바라고 있다. 대학생들은 평균 월세가 42만 원인데, 공공 기숙사의 월세인 30만 원을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느끼고 있다. 30만 원 이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세에서 급격히 월세로 전환되고 있는 서민 가족이 거주하는 강북지역 20여 년 된 다가구 방 2칸 월세가 현재 30만~60만 원, 강북지역 역세권의 25평형 아파트의 월세가 100만 원 안팎, 강남지역의 32평형 아파트 월세가 200만 원 안팎이다.

자녀 학원비, 문화 생활비, 의류비 줄여서 내는 월세

최근 국민들이 느끼는 월세에 대한 체감지수를 조사한 내용이 있다.

<머니투데이>와 국민은행이 지난 6월 30일 소득대비 부담 가능한 월 임대료(금융이자 포함)에 대한 의견을 모으기 위해 행한 공동설문조사를 발표했는데,그 요지는 '자가나 임대 등 거주 유형과 상관없이 10명 중 5명 가량이 견뎌낼 수 있는 월 임대료 수준이 30만 원 미만이고, 연소득 5000만 원 이상 중산층도 소득별로 40~70% 정도가 감내할 수 있는 월 임대료 수준을 50만 원 미만'으로 답했다는 점이다.

위 조사내용을 살펴보면 서민들이 생각하는 월세 부담 선은 월 30만 원, 중산층은 월세 50만 원이다.

그러나 현재 주택시장 월세는 설문조사에서 나온 설문대상자의 부담 가능한 월세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 이러한 부담스러운 월세는 세입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고, 내수경기에 악영향을 끼치고, 세입자의 주거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세입자들은 부담스러운 월세로 인해 다른 소비를 줄이기 때문에, 월세 부담은 내수경기를 더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대학생과 청년들은 문화 생활비를, 서민과 중산층은 자녀 학원비나 의류 등의 소비를 줄이고 있다. 이러한 월세를 받은 임대인들이 세입자들보다 수가 적기 때문에, 임대인들이 늘어난 임대수익으로 소비를 늘인다고 해도, 세입자보다 내수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한다.

적지 않은 임대인들은 월세수익을 자녀의 유학비를 포함한 사교육비에 사용하기 때문에, 월세소득이 '교육을 통한 부의 세습'에 까지 영향을 끼치면서, 계층 간 격차를 늘이는 큰 요인이 되었다.

또 부담스러운 월세는 세입자들에게 월세에 대한 강박관념을 심어주고 있다. 알바나 비정규직 세입자들은 장시간의 노동으로 힘들게 번 '뭉치 돈'이 월세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저축을 할 수 없고, 고용불안정으로 실직이 된 경우에도 월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월세 부담'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불경기에 이중고를 겪는다. 장사가 잘 되지 않으면, 그 자체가 스트레스인데 상가 월세와 주거 월세는 꼭 지불한다는 강박관념에 힘들어 하고 있다.

그리고 월세가 부담스러우면 세입자의 주거의 질이 악화되고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게 되는데, 그 이유는 임대료가 싼 곳을 찾아 멀리 이사하거나 평수를 줄이거나 건물 지하나 유흥가가 있는 주거환경이 나쁜 곳으로 계속 이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 반이 넘는 세입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담스러운 월세'에 대한 공론화를 통해 '실질적인 월세 경감 대책'이 나와야 한다. 이런 면에서 최근 미국 뉴욕시 임대료 조정위원회에서 행한 아파트 임대료 동결조치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빌 드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세입자들이 고공 행진하는 임대료 때문에 식료품이나 육아 비용, 의료비 등을 줄여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음을 알고 있다"며, 임대료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뉴욕시 임대료 조정위원회는 100만 채의 임대료 안정화아파트 중 1년 임대계약에 대해서는 동결, 2년 임대계약에 대해서는 임대료 상승을 2%로 제한하는 결정을 내렸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지방자치단체들은 세입자들의 '부담스러운 월세'를  완화해줄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 편집ㅣ박혜경 기자

덧붙이는 글 | 박동수 기자는 서울세입자협회 대표,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자문위원, 서울시 임대주택정책 자문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태그:#월세 부담, #월세 세입자, #월세 부담선, #렌트 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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