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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임시국회에서 추가경정…, 다시 하겠습니다."
"북한의 사이버 테러…, 왜 이렇게 꼬이지?"

신의진 새누리당 대변인이 말이 뜻대로 나오지 않자 답답한 듯 잠시 멈췄다. 국회 기자회견장 카메라 앞에 선 신 대변인은 발음이 꼬이거나 내용을 잘못 읽을 때마다 잠시 브리핑을 멈추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신의진 새누리당 대변인이 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원내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신의진 새누리당 대변인이 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원내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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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출신인 신 대변인에게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 최대한 묻어나지 않게, 또 정확한 발음으로 현안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을 읽어내려가는 일은 쉽지 않아 보였다. 지난 16일 첫 브리핑에 나선 신 대변인의 입에서는 연신 "다시 하겠습니다"라는 말이 반복됐다.

이날 당·청 회동 및 국정원 해킹 의혹 등을 다룬 신 대변인의 브리핑 데뷔전에 걸린 시간은 총 8분 52초, 1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신 대변인은 "다시 하겠습니다"를 7번이나 반복해야 했다.

"다시 하겠습니다"만 7번... 쉽지 않았던 데뷔전

내년 총선 준비를 시작한 새누리당에 '경상도 사투리'는 민감한 문제다. 역대 총선에서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여왔던 수도권 공략을 위해서는 '영남당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무성 대표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새누리당의 경상도 국회의원은 동메달이고 수도권 국회의원은 금메달"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총선 전략의 연장 선상에서다.

매일 언론에 등장하는 당 대변인의 말투는 그래서 새누리당에는 중요한 문제다. 당직 인선에서 중요한 자리들을 모두 수도권 출신으로 채워도 '당의 입이자 얼굴'인 대변인의 사투리 한 마디면 '도로 영남당이 된다'라는 이야기가 당내에서 나오는 이유다.

당직 인선을 앞두고 새 대변인의 조건으로 경상도 사투리를 쓰지 않아야 한다는 암묵적 조건이 붙은 것은 이 때문이다. 대변인 자리를 노리는 의원들은 낙점받기 위해 사투리 교정에 애쓰기도 했다.

특히 김영우 수석대변인이 유임된 것은 방송기자 출신인 데다 경기 출신으로 '표준말'을 세련되게 구사하기 때문이라는 우스갯말도 나왔다. 공교롭게도 각각 경남 진주와 대구 출신인 박대출, 권은희 대변인은 교체됐다.

부산 출신 신 대변인... 경상도 사투리와의 분투

신 의원은 부산 출신이라는 '핸디캡'을 딛고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공략에 애쓰는 새누리당의 대변인이 됐다. 신 대변인은 대변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 경상도 특유의 '억세다'라는 평가를 받았던 말투를 고치는데 적지 않은 노력을 했다고 한다.

노력 덕분인지 데뷔전은 험난했지만 신 대변인의 브리핑은 회를 거듭할수록 안정감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이후 브리핑에서 "다시 하겠습니다"는 눈에 띄게 줄었다.

다만 사투리 억양이 묻어나는 '무늬만 표준어' 브리핑은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다. 신 대변인의 '사투리와의 분투'는 한동안 계속 될 것 같다.

이와 관련, 신 대변인은 28일 오전 브리핑 후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당직 인선 전 대변인이 표준어를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긴 했지만 많이 나아지지 않았냐"라며 "능숙한 브리핑을 위해 계속 '트라이' 중"이라고 말했다. 또 "(사투리 교정보다) 어떤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신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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