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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CE의 까밀라 크루소 대표(오른쪽)와 모니카 후유 의장.
 GCE의 까밀라 크루소 대표(오른쪽)와 모니카 후유 의장.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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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인천에서 연 세계교육포럼에서 한국 정부가 마이크를 껐다. 국제회의에서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는 이유로 이렇게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24일 오전 10시(이하 현지시각), 캐나타 오타와시에 있는 컨벤션센터에서 만난 GCE(글로벌교육운동)의 까밀라 크루소 대표(출신지 브라질)와 모니카 후유 의장(출신지 프랑스)은 누구랄 것 없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세계교육포럼 운영위 GCE 대표 "한국 정부 마이크 끈 것 분개"

GCE는 세계 100여 개 교육시민단체가 소속되어 활동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교육기구다. 이 기구는 지난 5월 한국에서 연 '국제교육계의 올림픽'인 세계교육포럼을 주관한 유네스코 소속 운영위를 맡은 바 있다.

그런데 GCE 대표들은 자신이 운영위를 맡아 준비한 한국의 세계교육포럼에 대해 소나기 비판을 퍼부었다.

세계교육포럼 행사 둘째 날인 지난 5월 20일 오후 4시 30분. 한국 정부는 한국의 교육성과를 세계에 자랑하기 위해 '한국교육 특별발표회'를 열었다. 90분간에 걸쳐 한국교육에 대한 자화자찬이 진행되던 끝 무렵 돌발사건이 터졌다.

한국 대표단으로 공식 참여한 문아영 평화교육단체'모모' 대표가 한국 정부의 발표 내용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선 것. 이에 행사 주최 쪽은 마이크를 껐다. 문 대표의 유창한 영어반론이 장내에 있던 1000여 명 외국대표들의 귀에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관련 기사 : "한국교육 사실은" 돌발 발언에 외국 대표들 박수 세례)

하지만 행사의 반전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외국 대표의 1/3 가량이 갑자기 문 대표를 향해 손뼉을 치기 시작한 것. 이들 가운데엔 GCE 의장 모니카 후유도 끼어 있었다.

모니카 의장은 "한국 정부가 마이크를 끈 것은 자신들이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면서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또한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 심각한 사태"라고 비판했다.

까밀라 회장도 "한국 정부가 교원노조를 결성할 권리를 침해한 것은 세계의 교사 인권과 교육운동에 대한 도전 행위"라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ILO(세계노동기구)는 물론 국제재판소까지 나서야 할 일"이라고 우려했다.

세계교원노조총연맹(EI) 제7차 총회를 축하하기 위해 캐나다에 온 두 사람에 대한 인터뷰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행사장 로비에서 50분간 단독으로 진행됐다. 세계교육포럼에 참석하느라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바 있는 두 사람은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한국 정부가 한 가지 생각만을 내세우려다보니..."

까밀라 크루소 GCE 대표.
 까밀라 크루소 GCE 대표.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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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GCE가 어떤 기구인지 설명해 달라.
까밀라 : 우리는 세계 교육시민운동연합체다. 교육단체와 학생, 그리고 NGO들이 모여 올바른 교육을 위해 전 세계적인 운동을 벌이고 있다. 현재 100여 개 국의 교육단체들이 가입해 있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한국에서 가입한 단체는 없다. 한국에서도 가입 단체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지난 5월 한국에서 연 세계교육포럼에도 참석했는데.
모니카 : 무엇보다 한국 정부에 대해 몹시 분하다. 한국교육 특별발표회에서 문아영 한국 대표가 말하려고 했는데 마이크를 껐다. 사회를 본 제프리 삭스 교수도 발언권을 주지 않은 것은 문제였다. 젊은 여성이 매우 위대했는데(very great) 한국 정부가 국제행사에서 한 가지 생각만을 내세우려다보니 이를 가로 막았다. 문제가 있었다고 본다.

- 발언권 받지 못한 채 말하려고 하니까 마이크를 끈 것인데....
모니카 : 한국 정부는 '자신들이 교육을 잘 한다'는 한 가지 생각만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의견에 대해서도 인정해야 한다.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고 국제행사에서 마이크를 끈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 이런 모습을 보며 속마음은 어땠나?
까밀라 : 한마디로 분개했다. 한 가지 더 추가할 것은 세계교육포럼이 교육과 관련된 교육회의라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은 아이들의 비판적인 사고를 키우고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런 국제교육행사에서 마이크를 끄는 방식으로 의견을 제지한 것은 우리로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모니카 :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또한 마이크를 끄는 것과 같이 표현의 자유를 훼손시키는 심각한 사태라고 그 당시부터 생각했다.

- GCE가 지난 2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총회에서 전교조 탄압을 비판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까밀라 : 인권을 바탕에 두고 민주주의를 더 완성되게 하는 것이 교육의 목표다. 이런 가치를 학생들에게 심어줘야 할 사람들이 바로 교사다. 그런데 교원노조를 탄압하는 것은 이런 가치와 믿음을 빼앗는 것이다. 교원노조로 단결할 권리가 침해되었다는 것은 교사들이 가장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을 위해서도 심각한 문제다. 한국 정부가 교원노조를 결성할 권리를 침해한 것은 세계의 교사 인권과 교육운동에 대한 도전 행위다.

- 전교조가 9명의 해직교사를 노조에서 내보내지 않았다는 게 법외노조 통보 이유인데, 어떻게 생각하나.
까밀라 : 정말 해직교사 9명을 문제로 삼았나? 이런 경우는 전 세계에서 본 적이 없다. 교원노조가 법외노조가 되었다는 것 또한 한국 말고는 들은 적이 없다.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일은 국제재판소까지 나서야 할 문제다. ILO에서 최대한 해결을 모색한 뒤 해결되지 않으면 국제재판으로 넘어가야 한다.

- GCE 차원에서 한국정부에 한마디 말을 해준다면?
모니카 : 한국 정부가 ILO에 가입했다면 당연히 ILO 협약도 따라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노조 결성의 자유는 모든 민주주의 국가가 다 보장하는 것이다. 해고자 조합원을 트집 잡아 노조를 법 밖으로 쫓아내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것은 그 나라 민주화의 수준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 인권 보장 위해선 교사 인권 보장해야"

모니카 후유 GCE 의장.
 모니카 후유 GCE 의장.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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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 한국 정부는 한국 법을 어겼기 법외노조를 통보한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는 태도다.
까밀라 : 매우 나쁜 태도다. 세계교육포럼까지 개최한 나라가 국제사회 기준을 어긴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국제 인권의 표준을 어긴 것 자체가 이율배반적이다.

모니카 : ILO 협약에서 규정한 '노동조합 결성의 자유', 이것을 보장하지 않는 나라를 누가 신뢰할 수 있을 것인가?

- 전교조를 법외노조에서 구하려고 한국의 890개 교육단체가 모임을 만들었다.
까밀라 : 한국의 상황은 과거로 돌아가는 중이다. GCE는 '모두를 위한 교육'을 꿈꾸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권과 민주주의 보장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학생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교사의 인권과 민주주의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 국내에서 해결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이 국제기구에서 공식적으로 다뤄야 한다. 전교조 문제 해결을 위해 GCE는 국제사회에서 노력해나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전교조 법외노조, #세계교육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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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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