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지켜보는 김태형 감독 지난 4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롯데의 경기. 4회 말 김태형 두산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경기 지켜보는 김태형 감독 지난 4월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롯데의 경기. 4회 말 김태형 두산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연합뉴스


'환골탈태'라는 사자성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지난해 6위를 차지하며 가을야구의 꿈을 접어야 했던 두산이 언제 그랬냐는 듯 힘찬 발걸음으로 예전의 위력을 되찾았다. 두산은 지난 24일 마산 NC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빼앗겼던 2위 자리도 하루 만에 재탈환했다.

1회초 두 점을 내주고도 곧바로 따라붙는 집중력은 칭찬받아 마땅했다. 그동안 상대 선발 손민한에게 그다지 강하지 않았던 두산 타선은 적극적으로 공략에 나서며 손민한을 일찌감치 마운드에서 끌어내렸다. 이후 NC 불펜에 추가 득점까지 뽑아내며 확실하게 승기를 굳혔다.

무엇보다 이 날은 김태형 감독의 '불곰' 리더십을 엿볼 수 있었다. 점수 차가 벌어졌음에도 선수들에게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것을 원했고, 그 과정에서 김재호가 경기 도중에 직접 질책을 당하기도 했다. 어쩌면 두산 팬들이 원하는 '진짜' 강팀의 야구는 이러한 모습일지도 모른다.

믿음은 존재하되 '무기력함'에 대한 용납은 없다

김태형 감독은 한마디로 이야기해서 지난해 송일수 전 감독과 정반대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시즌을 거듭하면서 번트 지시가 많아졌지만,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확연하게 번트 시도 횟수가 감소했고 작전을 구사하기보단 선수들에게 맡기는 쪽이다. 선수들을 믿지 않는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이다. 다만 '집중력'에 대한 부분은 계속해서 강조했다.

지난 24일까지 올 시즌 두산의 무득점 경기는 총 네 경기였다. 4월 3일 사직 롯데전, 4월 21일 잠실 넥센전, 5월 28일 마산 NC전, 6월 4일 잠실 KIA전으로 지난해 이 즈음보다 3~4경기 적은 수치다. 그런데도 김태형 감독이 쓴소리를 뱉을 수밖에 없는 건 지난해의 아픈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올해도 두산 불펜은 여전히 불안하다. 큰 점수 차에서도 쫓기는 상황을 만들어 팬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김태형 감독 역시 타선보단 마운드에 대한 걱정이 크다. 니퍼트의 복귀가 임박한 가운데 미완성된 불펜만 해결된다면 삼성과의 선두권 경쟁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24일 NC전 승리는 과정 자체가 매끄러웠다. 김 감독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불펜이 4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김현수를 비롯해 타선에서도 주축 선수들의 활약이 더해져 6점 차 승리를 거뒀다. 그토록 강조한 '집중력'이 초반부터 발휘된 게 승리의 요인이었다.

그런데 김태형 감독은 5점 차로 앞서던 8회 초 선두타자였던 김재호가 2루 땅볼로 물러난 뒤 바로 호출 명령을 내렸다.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김재호는 한참 동안 부동자세로 김 감독의 말을 경청했고, 이후 수비를 준비하는 김재호의 얼굴에는 웃음이 완전히 사라졌다. 땅볼을 때린 이후 1루까지 천천히 뛴 것이 화근이었다.

평소 '스마일 맨'으로 불린 김재호의 얼굴까지 굳어질 정도면 김 감독이 전달했을 메시지의 내용이 무엇인지 대략 추측할 수 있다. 한때 김재호에게 체력 안배를 신경 쓰지도 못하고 계속 출전을 시킨 것 같아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했던 김 감독이지만 무기력함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김재호에게 던진 메시지, 선수단 전체의 숙제

아쉬워 하는 김재호 지난  6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8회말 두산 김재호가 무사 주자 만루 때 문광은의 제3구 스트라이크 공을 그대로 보낸 뒤 아쉬워하고 있다.

▲ 아쉬워 하는 김재호 지난 6월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 8회 말 두산 김재호가 무사 주자 만루 때 문광은의 제3구 스트라이크 공을 그대로 보낸 뒤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전반기가 마무리되기 전 김태형 감독은 선수들에게 '100점 만점에 90점'을 주며 감독을 잘 따라온 점에 대해 고마움을 표시했다. 다르게 말하면 김 감독의 선수단 장악 능력이 좋았다. 무더위와 체력 저하를 버텨내며 6월을 승패 마진 +1로 넘어갔고 7월도 긴 연패나 부상자 발생 없이 선두권 경쟁에서 이탈하지 않았다.

스와잭과 니퍼트, 두 명의 외국인 투수가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추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김태형 감독의 메시지가 비단 김재호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우천취소 경기가 가장 많아 이르면 8월부터 월요일 경기나 더블헤더를 치러야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집중하는 건 선수들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중계 카메라가 쉽게 향할 수 있는 열린 공간에서 이뤄진 김 감독의 야단은 선수에게 창피함을 주려는 게 아니다. 상황에 대해 지적을 하면서도 확실하게 충고를 함으로써 절실함을 잊지 말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다. 지난해 두산을 팀 밖에서 바라본 김태형 감독은 선수들의 집중력이 떨어진 게 눈에 보여 아쉽다는 속마음을 밝히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두산이 잔여 경기에서 더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선 선수들에게 집중력이 요구된다. 특히 기회 상황에서의 득점 생산과 작은 플레이에도 최선을 다하는 건 강팀의 기본 조건이다. 선두권 경쟁을 하는데도 선두 탈환이 쉽지 않은 이유가 단지 삼성이 잘해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해의 악몽을 반면교사로 삼아 두산이 점차 달라지고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김태형 리더십은 후반기 힘든 여정을 이어갈 선수들에게 있어서 큰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호, 그리고 선수단에 던져진 메시지에 답장은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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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유준상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 <유준상의 뚝심마니 Baseball>(blog.naver.com/dbwnstkd16)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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