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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학년 선생님들이 교육과정 재구성하는 모습
 6학년 선생님들이 교육과정 재구성하는 모습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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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있으면서, 젋었을 때는 나보다 더 똑똑하고 유능한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달라지는 것 하나도 없더라고요. 이제는 그런 생각 안 해요. '내가 바꾸면 되는구나' 생각해요."

강원도 영월군 영월초등학교 6학년 박은숙(40) 부장의 말이다. 참 보기 드문 부장이다. 교육 경력 15년은 항상 그래왔다. 학교에는 늘 나보다 앞서가는 학생들이 있고 거기에 겨우 따라가는 교사들이 있었고 한참 뒤에 권위와 자부심만 있는 부장들이있었다.

내게 학교에서 근무하는 환경으로 최고로 좋은 건, 교장 선생님, 교감 선생님을 잘 만나는 게 아니라 학년부장을 잘 만나는 거다. 그래야 부장 눈치 안보고 내가 좋아하는 거,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면서 1년 학급 경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 아이들 좀 데리고 나간다고 하면 안전사고를 문제로 "안돼" "가지마" "튀지마" "반마다 똑같이 하자"라고 강요하는 부장들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방학 시작, 선생님들은...

 모여야 산다. 웃어야 산다.
 모여야 산다. 웃어야 산다.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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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2일 아이들에게 통지표랑 여름 방학 과제를 내주고, 교실 청소랑 쓰레기통까지 다 비우고 방학을 했는데, 6학년 선생님들은 23일부터 2학기 시작을 준비했다. 이른바 '6학년 교육과정 재구성 워크숍'이다.

에어컨 잘 나오는 카페에 들어가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면 안 되겠냐는 의견도 몇몇 나왔지만 이틀은 잡아야 한다는 박 부장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오전 9시에 학교에서 만나 연구실 냉장고 청소하고 동네 식당에서 이른 점심을 먹고 체크인 시간에 맞춰 1박 2일 숙소로 '동강시스타'에 들어갔다. 일하기 싫은 소가 밭에 끌려가는 기분.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아이들 겨우 떼어놓고 왔어. 방학인데 어디 가냐고."

목을 끌어안고 안 떨어지려는 5살 아들이 생각났다.

"무슨 시험 출제 위원도 아니고…. 이게 뭐람…."

2학기 지도서, 성취 기준 책, 교육과정 책을 양손에 안고 투덜투덜 웃으면서 이호선 부장님이 한 말씀하신다.

스스로 들어가는 감옥살이. 갑자기 작가 이외수가 생각난다. 작품에 더 몰두하고 방해 받기 싫어서. 무엇인가를 해 내기 전에는 절대 나오지 않겠다는 결심과 의지. 이런 기분이구나. 1415호를 들어서자마자 커피맛 설레임부터 쭉 들이킨 후, 빠른 속도로 교육과정 재구성 몰두했다.

▲ 사회과목을 기본으로 출발
▲ 주제를 묶는다. 대단원 제목보고 성취기준 찾기 : 주제 2개로 크게 잡음(1주제/세계 문화, 2주제: 빛과 그림자)
▲ 주제와 관련된 과목을 찾는다.
▲ 그 과목에서 주제와 연결해서 묶는다(모든 과목을 살피고 분류).
▲ 활동 내용을 구체적으로 짠다.

두 시간쯤 지나고 아이디어가 안 나와 교육과정에 자꾸 토론 넣고 기사문 작성하고 캠페인 홍보물 만들기 넣자고 할 때마다 박은숙 부장은 또 한소리한다.

"으음…. 이거 다 글이잖아. 우리 글로 배우게 하지 말자. 손으로 주물럭 주물럭 만지고 직접 가서 만나보고 들으면서 저절로 배우게 하자."

큰 소리도 한번 내지 않고 어쩌면 그렇게 조근조근 말씀을 하시는지.

"음…. 그럼, 다시!"

과감하게 딜리트 키(delete)를 누르시는 이호선 부장이 야속하기만 하다.

"아, 허리 아파" "방이 너무 건조해" "눈이 아파" "당 떨어졌어"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날 때, 누군가 옆에서 "우리 20분만 쉬자" 반가운 소리를 한다. 난 노트북을 쭈빗쭈빗 꺼내며 박은숙 부장을 인터뷰했다.

"교사의 가치관이 녹아서 신이 나요"

 숙제는 미리미리 하자. 2학기 교육과정을 미리 짜는 6학년 선생님들.
 숙제는 미리미리 하자. 2학기 교육과정을 미리 짜는 6학년 선생님들.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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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과정을 재구성은 몇 번 해보았나?
"2년째예요. 작년 1학기, 2학기, 올해 1학기,2학기. 네 번이네요."

- 왜 하는가?
"행복더하기학교를 시작하면서 다른 학교들의 사례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한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핵심이 교육과정, 배움 중심학습에 있고 그것을 일로 받아들이지 않고 주도적으로 해야한다는 것을 느꼈죠.

예전에는 교과서를 받으면 그냥 주어진대로만 쭈욱 갔죠. 교과서는 규격화, 표준화되어 만들어진 건데, 다양한 학생들에게 맞추려니, 재미없어요.

그렇게 거리가 먼 것을 끼어 맞춰서 그냥 간 거예요. 영월 지역에 맞게, 개인 개성에 맞게 해야 했는데. 교과서 다시 구성하면서 배움을 아이들의 삶하고 좀 더 연결시켰어요. 참 좋은 것 같아요. 거기에 교사의 가치관이나 철학이 다 녹아 신나요.

아이들은 자기 삶이니 더 쉽게 재미있게 다가가고요. 지난해에는 한 주제를 가지고 하루 꼬박 의논했는데, 몇 주제씩을 거치면서 점점 쉬워져요. 내가 낸 발상이 수업과 곧장 연결되고 학년에서 같이 연구하면서 공동체로가고요."

- 노하우가 있나?
"예를 들어, 책 한 권 읽을 때랑 여러 권 읽을 때랑 다르잖아요. 6명의 머리와 가슴이 합쳐지면 엄청난 내용이 나와요. 이것은 선생님들의 의지와 협력이 없으면 불가능해요. 함께 계획하면서 설레이고 실천하면서 기뻐하고 이러면서 에너지를 얻어요. 선생님들이 협력하는 것을 보고 아이들도 배운다고 생각해요. 기성복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맞는 옷을 만들려고 하는 거죠."

- 철학이나 취지는? 이끌어야 하고 설득해야 하고…, 귀찮지 않나?
"학교 다니는 게 참 외로웠어요. 교실 안에서 아이들과 지내다 보면 스트레스 받죠. 오후에는 빈 교실에서 업무처리하고 혼자 있어요. 학급 이야기를 옆 반하고 나누면 좀 풀릴 것 같은데, 그냥 들어주거나 그냥 푸념으로라도 말하고 싶은데. 저 반은 어떻게 지내는 지 궁금도 한데.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거죠.

학년 부장이 되고 나서 '하루에 한 번씩은 얼굴을 보자' 결심했어요. 차 마시다가 일상 얘기도 좋고 뉴스도 좋고 아무거나 좋아.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자기반 아이들 얘기를 하고 수업 이야기를 하더군요.

그 후로는 프로젝트 연구, 배움의 공동체 연수, 교육과정 책 사서 같이 보고, 스스로 협력하면서 자율연수를 했어요. 조금씩 교육과정을 보는 안목도 키워졌죠. 지역 자원을 최대한 끌어들여서 활용하고 점점 깊고 넓은 활동을 하게 됐어요. 선생님들이 같이 하지 않으면 영혼없는 공무원처럼 살 것 같아요."

"번거롭다고 생각하지 많고 함께하는 동료가 많았으면"

- 아쉬운 점이나 바라는 점?
"함께하는 게 번거롭다고 생각하지 않고 함께하는 동료가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 교육과정을 학기 초에 내야 하는 업무가 아니라 우리가 해야 하는 가장 가치있고 중요한 일로 만들고 우리가  마르고 닳도록 보고 또 보는 그런 것이였으면 해요. 아이들에게 최적화된 과정을 만들어서 아이들이 움직일 때 교육이 살아나거든요."

- 과정에서 어려운 점?
"1년 치가 미리미리 나와야 하는데, 2월에 학년 발표하고 몇 주만에 교육과정이 만들어져서 너무 바빠요. 학교를 옮기거나 학년이 바뀌어도 내가 직접 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 만들어주는 게 당연해요. 이게 시스템화돼야 해요."

- 선생님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게 참 어려운데?
"모임을 무지 많이 만들었어요. 자주 같이 밥 먹고 모여 이야기하다가 '그럼, 이런 것 좀 해 볼까요' 해서 움직이게 되요. 또 관한 책을 우선 슬쩍 넣어 줘요. 자연스럽게 읽어보게 하고 마음을 움직이게 해요.

책이 매개체가 되죠. 지난해 신대식 교감선생님도 우리 6학년 선생님들 보고 '참 대단한 구성이다, 평생 교직사회에서 못 만날 것이다'라고 했어요. 하지만 올해 새로 두 분이 6학년에 오셨는데. 다 잘하시잖아요. 어느 분이나 다 가능해요. 모든 선생님들 마음에 조금씩 자리하고 있는 것예요. 만나서 열었을 뿐."

무슨 인터뷰 준비를 하고 온 사람처럼 말이 청산유수다. 평소에 너무 만나고 싶었던 부장님이라고 할까. 겸손하고 일관된 모습이 나를 자꾸 작게 만들었다.

"이제, 2학기 재구성 하러가요."

눈은 반쯤 풀린 것 같은 데 그 힘찬 발걸음은 따라 잡을 수가 없었다.

"이러다 밤 새우는 건 아니겠죠?"

다행히 자정께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일찍 일어나서 주제별로 수정하고 보충하는 것을 약속하고 자려하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래도 나랑 같이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생각만 해도 흥겹다. "뚱딴지같다" "4차원이다" "의욕이 너무 넘친다"라는 말을 혼자 안 들어서 좋다. 6학년 선생님들 모두가 같은 말을 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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