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새벽강 내부 전시모습
 새벽강 내부 전시모습
ⓒ 김상기

관련사진보기


조선시대 전라남북도와 제주도는 전라 감영이 전체를 관할했다. 전라 감영이 있던 전주성 4대문 중 동문이 있던 곳을 가리켜 현재 사람들은 동문 사거리라 부른다.

전주 한옥마을이 유명세를 타기 전 동문사거리는 예술인들의 땅이었다. 즐비한 헌책방들, 화실, 소극장... 지금은 다 옛날 이야기다. 

한옥마을과 맞닿은 곳이라 상업화의 바람이 불었다. 토박이라 할 만한 책방이며 가게며 화실이며 작가들은 대부분 이곳을 떴다. 그들이 기거하고 자유롭게 놀기엔 너무 비싼 곳이 돼버렸다. 

'새벽강'은 동문사거리 대표적 터줏 대감 중 하나다. 특히 미술인들에겐 더 그렇다. 아직도 제자리를 지키는 몇되지 않는 이곳의 역사이기도 하다. 이 역사도 내년 상반기면 끝난다. 버틸만큼 버틴 셈이다.

새벽강 벽면엔 진짜 작품들이 걸려있었다. 대부분 이곳 쥔장 '은자 누님'이 직접 구입한 작품들이었다.

그러던 어느날부터인가 작가들의 개인전이 열리기 시작했다. 전시하기 안성맞춤은 아니어도 진정성있는 작가들이 초대에 응했고, 그런 작품들이 꾸준히 내걸렸다. 

정인수 작가(왼쪽), 쥔장 은자 누님(오른쪽)
 정인수 작가(왼쪽), 쥔장 은자 누님(오른쪽)
ⓒ 김상기

관련사진보기


그냥 내 생각에... 떠나야할 시점이 다가옴을 느낀 주인장이 작가들을 위해 뭔가를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사진 왼쪽은 어제 전시에 돌입한 정인수 작가, 오른쪽이 주인장 은자 누님이다. 잘은 모르지만 이곳을 지킨 지 족히 20년은 넘었을 거다.

50대 중반의 작가는 '엉겅퀴'를 선보였다. 10여년 전에도 엉겅퀴를 그렸는데 모처럼 다시 그렸다고 한다. 자신의 분신과 같다며... 새롭게 그린 신작들이다. 팔목이 통통 붓도록 먹물을 펜촉에 찍어 한땀한땀 수를 놓듯 그린 작품들이다.

정인수 작가의 엉겅퀴
 정인수 작가의 엉겅퀴
ⓒ 김상기

관련사진보기


대화를 나눠보니, 10년 전 그린 엉겅퀴는 자신을 보호하는 가시에 집중했지만 지금은 왕성한 생명력을 그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곧게만 뻗지 않고 다소 휘어진 형태, 빨간 단선으로 처리된 화분 등이 그런 느낌을 더하게 했다. 작가의 엉겅퀴는 더이상 세상과 맞서지 않았다. 의연했다. 

내년 언제쯤 이곳을 뜨는 새벽강도 새로운 곳에서 의연히 계속될 것이다.


태그:#전주, #동문사거리, #새벽강, #은자 누님, #정인수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