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쓰리썸머나잇>에서 만년 고시생 차명석 역의 배우 김동욱이 13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20대의 김동욱은 말 그대로 쉼 없이 달렸다. 2004년 영화 <순흔>으로 데뷔할 당시가 22세, 그 이후 약 10년 동안 출연한 TV 드라마와 영화만 해도 서른 편이 훌쩍 넘는다. 뮤지컬까지 포함하면 40편이다. 1년에 두 편을 해도 '다작'이라는 말을 듣는 요즘 기준에선 거의 혹사 수준이다.

앞서 여러 인터뷰에서 김동욱은 "욕심도 났지만 한 편으로는 도망치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복잡한 마음의 표현일 거다. 최근 영화 <쓰리 썸머 나잇>과 관련해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에게 그때 기억을 물으니 "업(UP)과 다운(DOWN)이 공존하던 시기였다"고 고백했다.

무모했던 도전들? "20대에 좋은 공부 됐다"

<쓰리 썸머 나잇>은 지난 2014년 5월 군 복무를 마친 김동욱이 복귀작으로 택한 작품이다. 누가 봐도 찌질해 보이는 결혼 적령기의 세 남자가 벌이는 3일간의 '일탈기'를 코믹하게 풀어냈다. 그중 김동욱이 맡은 차명석이 가장 정상 인물로 보이지만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이라는 신분에 열등감이 심한 인물이기도 하다.

여러 작품을 했지만 정통 코미디는 처음이다. "마침 코미디를 하고 싶었던 차에 들어온 작품이었고, 도전하는 의미에서 하게 됐다"면서 "영화 <후궁>(입대 직전 촬영한 작품)으로 20대를 마무리했다면 <쓰리 썸머 나잇>은 30대를 시작하는 마음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중에게 그의 모습을 각인시킨 작품을 떠올려 보자.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2007)에서 주인공 고은찬(윤은혜 분)에게 "마이 찬!"이라는 애칭을 부르는 모습으로 '애교 하림'(당시 김동욱 캐릭터 이름)이란 별칭까지 붙었다. 영화 <후회하지 않아>(2006)에선 호스트바 선수로 분하면서 애절한 동성애 연기를 보였다. 흥행작 <국가대표>(2009)에선 나이트 직원으로 전전긍긍하다 스키점프 선수로 거듭나며 감동을 주기도 했다.

 영화 <쓰리썸머나잇>에서 만년 고시생 차명석 역의 배우 김동욱이 13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그만큼 진폭이 넓다. 이 정도의 작품 수와 캐릭터라면 십중팔구 대중에게 질리는 이미지를 줬을 법한데 매번 새로운 얼굴로 다가왔다. 여기에 김동욱이 지닌 힘이 있어 보였다.  

"그땐 1년에 서너 작품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패기와 함께 무모함도 있었던 것 같다. 욕심내서 작품을 하려는 마음도 있었으니까. 그래도 전부 내가 하고 싶어서 한 작품이었다. 좋아서 하다가도 지쳐서 그만하고 쉬고 싶기도 했다. 조금은 무모한 시도나 도전을 하다 보니 스스로 지칠 때가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20대에 좋은 공부를 한 거지.

지금 돌아보니 많은 작품에 도전한다는 게 연기에 대한 갈증을 푸는 좋은 방법은 아니더라. 이젠 조금 여유를 가지려고 한다. 조심성이 생겼다. 물론 도전에 두려움이 있는 건 아닌데 작품을 보는 것에 신중함이 더 강해진 것 같다."

김동욱의 정점? "아직 멀었다...결과물로 후회하고 싶지 않아"

스스로 무모한 면이 있다고 했지만 김동욱이 그렇게까지 작품에 매진한 데엔 다른 이유가 있어 보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인 그는 학부 시절, 교수님에게 연기를 못한다며 혼나고 좌절하곤 했다. "뭘 해도 욕먹었다"고 김동욱이 회상했다. 20대 초반이었던 그가 택한 건 '버티기'였다. 

"하루하루 버티기의 연속이었다. 처음엔 화가 났다. 내가 뭘 못한다는 건지 오기가 생겨서 어디 한 번 해보자! 이런 마음이었다. 그래도 계속 욕먹으니 일정 부분 포기하면서 다니기도 했다. 그냥 졸업장만 따자는 생각이었지. 1년 6개월을 버티고, 너무 힘들어 한 학기를 휴학했다. 그리고 돌아와서 교수님이 연기 수업을 하는데 어느 날 욕을 안 하고 넘어가시더라. 그리고 했던 말이 '이젠 좀 하네'였다. 이건 뭔가 싶었다.

이후엔 쭉 무대 공연을 했다. 하루는 <행복한 가족>이라는 연극을 올렸는데 그걸 본 선배나 교수님들이 너무 잘 봤다며 칭찬하더라. 이건 또 뭔가 싶었다. 버티고 열심히 하면 되는 건가 생각했지."   

 영화 <쓰리썸머나잇>에서 만년 고시생 차명석 역의 배우 김동욱이 13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영화 <킬리만자로>(2000) 속 박신양의 연기를 보고 배우에 호기심을 갖게 된 이후 한 우물을 팠다. "그저 창피당하는 게 싫어서 적당히 공부했고, 무시당하고 싶지 않아서 적당히 놀았"던 김동욱이 온전히 배우라는 직업을 자기 삶으로 끌어들이는 과정 자체가 자기 투쟁이었다. 

이제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어섰다는 말에 그는 "전혀 아니다"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연마하고 더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하는 때"란다. 학부생 시절이 버티기였다면 지금은 그에겐 채찍질하는 시기는 아닐까. 이 모습에 걱정이 든 것도 사실이다.

"체력이나 정신적으로 힘들다 보면 조금은 편하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많이 든다.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로 후회하고 싶진 않다. 물론 이게 가끔은 날 더 힘들게 만드는 계기이기도 하다. 편하게 하는 모습에 배우로서 성의가 없다거나 열정이 없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다. 다만 에너지를 조절할 줄 몰랐던 건 사실이다. 너무 욕심을 부리거나 힘을 쏟기만 하는 것도 아닌 거 같다. 

여전히 (배우로서) 가보지 않은 곳이 많다. 그 방향을 찾아서 쉬지 않고 작품을 하는 게 목표라면 목표다. 사람들이 관심과 애정을 갖고 찾아준다는 건 그만큼 내가 누군가에겐 꽤 괜찮은 배우라는 말이지 않나. 멈추지 않고 작품을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영화 <쓰리썸머나잇>에서 만년 고시생 차명석 역의 배우 김동욱이 13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김동욱 쓰리썸머나잇 손호준 임원희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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