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전북현대미술을 정리하는 기획전이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북현대미술을 정리하는 기획전이 전북예술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 김상기

관련사진보기


조선왕조의 발상지 전주는 보수적 색채가 강한 편이다. 역사가 깊으면 축적된 체계가 있을 것이고, 이를 주도하는 세력도 있으니 쉬이 바뀌지 않는다. 진하고 진득한 맛도 있지만 변화에 목마른 곳이기도 하다.

미술도 그렇다. 미술사에서 근대미술과 현대미술의 구분은 표현주의와 야수파의 등장에 두고 있다. 

표현주의는 뭉크의 '절규'처럼 표현에 있어 '왜곡'과 '과장'이 특징이다. 물질세계를 내면적 자아 속으로 투사해 변형시키기 때문이다. 

야수파는 인상파나 신인상파의 타성적인 화풍에 반기를 든 세력들이다. 이들은 강렬한 색채를 추구해 색채를 독립시켜 버렸다. 풍경을 그려도 내가 기분 좋으면 온통 황홀한 풍경, 기분 나쁘면 모조리 회색만 칠한 다거나 하는 식이다.  

이걸 보면 '지 멋대로, 지 기분 내키는 대로 그리기' 시작한 걸 현대미술의 시작점으로 잡는 거 같다. 

현대미술이 있고 한국현대미술이 있으면, 당연히 전북현대미술도 있을 것이다. 전북예술회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 전북현대미술을 정리해보자는 취지다.

타 지역에 비해 서예 및 문인화 인구가 많고, 서양화는 인상주의 화풍이 주류를 이루던 보수적 전북화단에 현대미술 바람이 분 건 언제일까?

1974년 물꼬회 창립 기념사진
 1974년 물꼬회 창립 기념사진
ⓒ 김상기

관련사진보기


1974년 물꼬회 창립 기념사진 설명
 1974년 물꼬회 창립 기념사진 설명
ⓒ 김상기

관련사진보기


이번 전시는 그 시작점을 1974년 창립된 '물꼬회'로 잡고 전북현대작가회(1980), 쿼터그룹(1983), C8page(1987) 등 4개 단체를 조명하는 자리다. 전시는 이 4개 단체에 포함된 작가 작품들을 인당 2~3점씩 보여주는 방식이다. 

아쉬운 건,

1. 전북현대미술의 태동기에 선보였던 이들의 작품과 현재의 변화된 작품을 동시에 볼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이승우 등 일부를 제외하면 다들 현재 작품들만 출품했다는 거. 이번 전시가 진짜 보여줬어야 하는 것은 이들의 초기작들일 것이다. 초기작은 아주 인색하게 보일 뿐이다.

2. 초기 전북현대미술을 이끌었던 물꼬회와 전북현대작가회 소속 작가들, 이제는 전북미술의 중추가 된 이들 중 절반은 작품을 출품하지 않았다는 거. 

전시장 풍경
 전시장 풍경
ⓒ 김상기

관련사진보기


3. 현대미술은 실험성이다. 이들이 보수적 화단에 의미있는 질문을 던질 수 있었던 건 전북화단에선 낯선 행위미술과 설치미술을 과감히 선보였고 주도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장에 그 흔한 행위미술 기록영상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설치미술도 맛보기만 있다.

4. 강현숙, 김영란, 노성기, 박지환, 서희석, 이정웅, 임승한, 장광선, 최영문, 최희경의 작품이 전시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전시 관련 글을 다 읽어봐도 이들의 이름은 한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소개한 4개 그룹 중 3곳은 이미 사라졌고, 1983년 창립된 쿼터그룹이 올해까지 33회 전시를 이어왔으니 여기 소속 작가들일 거라 추측할 뿐이다. 상대적으로 젊은 이들은 전체 출품 작가의 절반에 육박한다. 전북현대미술의 태동을 논하기에 적절한 비율은 아니라고 본다. 

5. 작가들을 섭외하기도, 작품 출품을 독려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전북도립미술관의 협조를 구하지 않았을까. 전북미술사 정립은 도립미술관 기본업무 중 하나다. 당연히 관련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을 것이다. 없다고 한다면 그건 도립미술관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반증이다. 장석원 관장도 지난해 취임할 때 "미술사 정립 하겠다"고 선언하지 않았던가. 

6. "이 단체들만 현대미술 했냐"는 불만이 나올 수도 있다. "나도 그런 그림 그렸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이런 전시는 시행착오 겪는 게 당연하다. 문제는 일관성이고 지속성이다. 이번 전시는 전북현대미술을 정립하는 좋은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부족한 점은 조금씩 보완해가면 된다.

다만 난, 이번 전시 바통을 이어받아 전북현대미술을 정립하는 관련 전시가 차후에 또 이뤄질 수 있을까... 하는 부분에 있어 회의적이란 점이다. 이런 느낌은 위에서 열거한 이유들만 봐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7. 현대미술을 정리하는 자리였다면 현대미술 같이 전시할 순 없었을까. 그냥 평범할 뿐이다.


태그:#전북현대미술, #전북, #현대미술, #전북예술회관, #기억을 거닐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