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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데블엔젤(devilangel1004) 아이디와 주소가 같은 블로그(devilangel1004.blogspot.kr) 캡쳐 화면.
 국정원 직원으로 추정되는 데블엔젤(devilangel1004) 아이디와 주소가 같은 블로그(devilangel1004.blogspot.kr) 캡쳐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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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16일 오후 7시 25분]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 팀(Hacking Team)과 RCS(리모트 컨트롤 시스템)프로그램을 계약할 때 사용했던 이메일 아이디 '데블엔젤'(devilangel1004)과 같은 아이디의 블로그(devilangel1004.blogspot.kr)가 발견됐다. 이 블로그 계정을 통해 무료 앱을 이용하면 스파이웨어가 설치되도록 돼있어 국정원과 관련 있는 블로그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블로그 계정으로 '위치 추적, 데이터 송신' 기능 담긴 앱 공유

<오마이뉴스>가 16일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로부터 단독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블로그의 운영자는 '김동현'(DONG-HYEON KIM)이라는 사람이다. 김씨는 이 블로그 계정을 통해 구글 플러스를 이용했다. 그는 구글 플러스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TV, 영화, 애니메이션, 일본드라마 앱을 소개하는 사이트를 공유했다.

해당 앱 사이트에 올라온 것은 정상적인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마켓을 통하지 않고 유통되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앱 설치 파일(APK)이다. 유료 앱을 무료로 쓸 수 있도록 사설 불법 앱들이 이런 방법으로 유통되는 경우는 있다.

겉보기에는 일반 앱으로 보이지만, 속에는 무서운 기능이 숨어 있다. 김광진 의원실이 컴퓨터 공학 전문가와 함께 이 앱 사이트에 올라온 앱 중 '영화천국'을 다운받아 분석한 결과, 이 앱에는 ▲ GPS 현재위치 좌표 추적 ▲ 오디오 녹음 ▲ 카메라 촬영 ▲ 데이터를 특정한 주소로 송신할 수 있는 스파이웨어가 숨어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전문가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앱을 살펴보니 리버싱(소스코드 분석)을 방어하기 위해서 스파이웨어 코드를 철저하게 위장해놨다"며 "스파이웨어 소스코드를 분석한 결과 이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은 실시간 위치 정보를 특정한 주소로 전송하게 돼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언제든지 누구나 스파이웨어가 숨어 있는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녹음을 할 수 있고 카메라도 주기적으로 찍어서 특정 서버로 전송하게 돼 있다"고 설명했다.

스파이웨어를 원격 조종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스마트폰을 마치 자신의 스마트폰 녹음기나 카메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앱을 설치한 순간, 나도 모르게 타인이 내 스마트폰을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전문가 "돈 벌기 위해 위치 추적이나 오디오 녹음하진 않아"

해킹된 이탈리아 '해킹 팀'사 내부자료에서 확인한 RCS 구매자 명단 캡쳐 사진. 고객명 '육군 5163부대'와 메일 주소가 나와 있다.
 해킹된 이탈리아 '해킹 팀'사 내부자료에서 확인한 RCS 구매자 명단 캡쳐 사진. 고객명 '육군 5163부대'와 메일 주소가 나와 있다.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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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상업용으로 쓰이는 스파이웨어일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 전문가는 "여기에 숨어 있는 스파이웨어는 상업용 스파이웨어와 전혀 다르다"며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GPS 위치 추적이나 오디오 녹음을 할 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전문가는 "이 앱을 지우지 않고 내버려 두면 녹음파일과 촬영파일이 특정 서버로 전송된다"며 "특정 주소 도메인으로 전송하는 코드가 있지만 불법 취득한 정보를 어디로 전송하는 것인지, 이탈리아 '해킹 팀'에서 만든 스파이웨어인지에 대해서는 더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devilangel1004'의 존재, 김동현의 국정원 직원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국정원은 이날 <오마이뉴스> 기자가 '김동현'이 국정원 직원이 맞는지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보내왔다.

한편, 지난 1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한 이병호 국정원장은 "대북 해외정보전을 위한 기술분석 연구개발용으로 2012년 1월과 7월 이탈리아 '해킹 팀'사로부터 총 20명분의 RCS 소프트웨어 구입했다"고 밝혔다.

이 국정원장은 "언론에서 말한 민간 사찰용 등 의혹에 대해 모두 사실이 아니고, 소프트웨어 수량이 20명분이기 떄문에 불가하다"고 밝히고, "과거 같이 국민을 대상으로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 어떤 처벌도 받겠다"고 말했다.

○ 편집ㅣ박혜경 기자



태그:#국정원 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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