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대 롯데 경기. 두산 선발 유희관이 5회초 1사에 강민호를 상대로 호투하고 있다.

지난 6월 2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대 롯데 경기. 두산 선발 유희관이 5회 초 1사에 강민호를 상대로 호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 좌완 에이스 유희관이 전반기 마지막 등판을 화려한 피날레로 장식했다. 유희관은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7이닝 5피안타 1탈삼진 1볼넷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kt는 비록 리그 최하위에 그치고 있지만 이날 전까지 7월 들어 7승 2패의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전날 경기에서는 타선의 힘을 앞세워 두산을 8-1로 대파하는 등, 최근 3경기에서 평균 10점을 뽑아내는 등 화끈한 공격력은 오히려 절정이었다.

그러나 유희관은 이대형, 마르테, 장성우, 김상현 등으로 이어지는 kt의 타선을 특유의 제구력과 완급조절로 농락하며 경기 내내 기 싸움에서 압도했다.

느리고 예리한 공, kt 타자들을 유린하다

평소에도 유희관은 속구와는 거리가 먼 유형의 투수지만, 이날은 더욱 느리면서도 예리한 공으로 kt 타자들의 템포를 빼앗으며 유리하게 볼카운트를 끌고 나갔다. kt는 좌우를 가리지 않는 유희관의 절묘한 코너워크에 제대로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힘들이지 않고도 타자들을 맞춰 잡는 유희관 특유의 스타일은 전날 경기에서 연이은 실책으로 위축되어있던 두산 수비진에도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효과로 나타났다.

이날 두산은 활발했던 타선의 도움까지 겹치며 11-0으로 완승을 하며 kt에 전날 패배를 완벽하게 설욕했다. 두산은 kt에 올 시즌 상대 전적 8승 1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이어갔다. 유희관은 노련한 피칭으로 시즌 12승(2패)째를 올리며 전반기를 기분 좋게 마감했다. 앞선 2경기 연속 5실점을 기록하며 다소 주춤하던 모습을 만회하는 데도 성공했다. 전반기 마지막 8경기에서 유희관은 패배 없이 6연승을 달리고 있다.

유희관은 각종 지표에서 올 시즌 전반기 KBO 최고의 토종 에이스로 손색없는 성적을 남겼다. 다승과 승률(.857) 선두를 비롯하여 자책점 4위(3.28), 최다이닝 3위(120.2이닝), 퀄리티스타트 5위(11회) 등 모든 면에서 고른 활약을 펼쳤다. 가장 페이스가 좋았던 6월에는 5번의 등판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되는 등 35.1이닝 간 자책점 2.04로 절정의 활약을 선보였다.

유희관의 진가는 압도적인 구위나 장악력보다는, 꾸준함에서 더 빛을 발한다. 유희관은 올해로 전반기에만 벌써 3년 연속 두 자릿수 고지 등극에 성공했으며, 올 시즌 현재1 8경기에 등판하여 5회 이전에 마운드에서 내려온 경우가 단 한 번도 없다. 5.2이닝(4월 7일 넥센, 6월 9일 LG전)을 두 차례 던진 것이 유희관의 올 시즌 한 경기 최소이닝 기록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6이닝 이상을 책임졌다. 평균 6.2이닝을 소화한 유희관보다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한 국내 투수는 아무도 없다.

부상으로 몇 차례 등판을 걸렀던 팀 동료 니퍼트나 장원준과 달리,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지켜주면서 매 경기 안정적인 이닝 소화를 책임져줄 만큼 유희관은 올 시즌 두산 마운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사실 이는 유희관의 성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둥글둥글한 외모만큼이나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진 유희관은 일시적인 부진에도 조급해하지 않고 어떻게든 자기 페이스를 찾아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던지는 구위의 스타일만큼이나 심리적으로도 여유가 있다 보니 슬럼프에 좀처럼 휘둘리지 않는다.

유희관은 내친김에 올해 자신의 역대 최고시즌을 노리고 있다. 유희관은 이미 전반기에 지난 2014시즌 세웠던 자신의 한 시즌 최다승(12승)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현재로써 선발 20승도 가능한 몇 안 되는 후보군이기도 하다.

평균자책점도 2013년 세웠던 3.53의 기록보다 더 앞서고 있다. 유희관이 후반기에도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로테이션을 지켜준다면 2014년 기록한 177.1이닝을 넘어 자신의 한 시즌 최다이닝과 200이닝 돌파도 가능한 페이스다. 느린 공과는 달리 엄청난 페이스로 빠르게 승수를 쌓아가고 있는 유희관이 후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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