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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대박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에 '통일' 열풍이 한 순간에 들이닥쳤다. 정부 각 기관은 통일과 관련된 사업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2015년 1월 통일부·외교부·국방부·국가보훈처는 합동으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2015년 통일준비 부문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주요 내용들은 이산가족·국군포로·납북자 문제 등 인도적 문제를 해결하고, 복합농촌단지 조성과 모자보건 사업 확대, '그린 데탕트' 실현을 위한 산림협력, 공유하천 공동관리사업, '남북겨레문화원'(가칭) 서울과 평양 동시 개설추진, '한민족 생활문화편람'(가칭) 편찬 사업 등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부는 올해의 절반이 지나가고 광복 70주년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제대로 된 남북대화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부처 뿐만이 아니다. 재계에서도 통일담론이 쏟아져 나왔다. 수출입은행은 북한개발연구센터를 개설했고, 산업은행도 동북아경제파트를 신설했으며. 금융연구원도 통일금융연구센터를 출범시켰다. 통일금융상품도 쏟아졌다. 국민은행은 KB통일기원적금 상품을 내놓았고 우리은행은 우리겨레통일통장과 우리겨레통일 적금예금을 출시했으며, 기업은행은 아예 노골적으로 통일대박기원통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런 금융상품이 반짝 활기를 보이다 최근에는 시들해진 모습이다. 마치 이명박 정부 당시 우후죽순 쏟아졌다가 대부분 판매가 중단된 녹색금융 상품을 연상시킨다.

중심을 잡아야 할 방송·언론 매체마저 통일대박 열기에 휩쓸려갔다. 채널A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 (이만갑)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탈북 여성들의 생활을 토크쇼 형식으로 풀어내면서 종편 일요일 심야 예능 시청률 1위(3%)에 올라가 있다. 채널A는 또 "잘살아보세" 라는 프로그램으로 남한 남자와 북한 여자가 가상의 가족을 이뤄 북한의 생활방식을 체험하는 야외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방영중이며, TV조선 역시 "남남북녀" 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해 남한 총각과 북한 처녀의 가상의 결혼생황을 풀어내고 있다.

신문에서는 당연 조선일보가 돋보인다. "통일이 미래다." 라는 캠페인을 연속해서 진행하면서 통일나눔펀드까지 조성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소설가 김훈씨가 '평화 오디세이-강의 노래' 라는 연재기획기사를 발행하고 있다. 특히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은 5.24조치 해제를 촉구하는 등 전향적인 통일담론을 주장하기도 하였다.

통일대박과 달리 악화일로를 걷는 남북관계

쏟아지는 통일담론을 보면 마치 당장 내일이라도 통일이 될 거같이 요란스럽다. 그러나 통준위 출범 1년에 대한 전문가 평가는 오히려 부정적이다. (사)경실련통일협회가 지난 14일 전문가 12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통준위 1년 활동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은 14.2%(17명)에 불과했다. 그 이유로 35%(42명)가 "실질적 통일준비를 위한 실천력 부재" 와 30.8%(37명)가 "남북대화 실패에 따른 경색국면 장기화 및 교류협력 중단"을 꼽았다. 물론 앞서 말한바와 같이 "통일담론 확대 및 통일 분위기 조성"를 가장 많은 성과 36.7%(44명)를 꼽았으나 전문가 중 25.8%(31명)가 통준위 1년 활동에 "성과 없음" 이라고 밝혔으며, 특히 "남북관계 개선 및 교류협력 확대"를 가장 큰 성과로 뽑은 전문가는 단 0.85%(1명)에 그쳤다 경실련통일협회는 이를 바탕으로 통준위가 남한 내부에 통일담론을 확대하고 통일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일정 부분 역할은 했지만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일반 시민들에게도 "통일" 은 실생활에 와 닿는 이슈는 아니다. 오히려 남북 간 민간왕래나 교류협력을 경험해본 적 없는 20대를 중심으로 통일에 대한 인식과 무관심은 증대되고 있다 2013년 KBS 국민통일의식 조사에 따르면 20대에 "반드시 통일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15.9%에 불과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서 발표한 "2014 통일의식조사" 역시 마찬가지이다. 20대의 북한정권에 대한 신뢰는 24.8%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다.

제대로 된 통일교육 역시 부족하다. 현재 통일교육의 기본틀은 평화통일교육보다는 안보위주의 강연이 중심이 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통일교육 강사는 "현재 초, 중, 고교 대상 통일교육에 탈북자, 군이 주도하는 안보교육이 주 교육 프로그램이 되고 있다. 남북대화나 교류협력을 통한 평화적 통일보다는 북한의 문제점과 적개심을 키우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라고 밝혔다. 실제 MB정부 이후 국방부 소속 예하 부대들은 17 시·도 교육청중 13개 교육청(약 76%)과 개별적으로 안보교육 업무체결하고, 각 학교에는 협조공문을 발송하여 별도의 특강을 요구하는 식으로 안보교육을 전방위적으로 펼치고 있다. 군에 의한 안보교육은 2013년 한 해에만 총 46만 명에 이른다.

실질적인 통일준비를 위한 우리 사회전반의 시스템은 여전히 그대로인데 구호로서 통일대박을 외치는 모순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남북대화 재개하고 남북교류협력 정상화해야 해야

이제 광복 70주년인 8.15까지는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사실상 시간이 없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대화 재개, 교류협력 정상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사)경실련통일협회 전문가 설문조사 결과 역시 향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해법으로 77.5%(93명)가 "남북대화 및 교류협력 재개"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통준위 확대·발전"이나, "통일담론 확대"와 같이 남한 내부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각각 1.7%(2명), 10%(12명)에 그쳤다. 또한 "북한에 대한 대북제재 강화" 역시 4.15%(5명)에 그쳤다. 즉 전문가들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통준위 역할 확대나 남한 내 통일담론 확대보다는 실질적인 남북대화 및 교류협력 재개가 더 시급한 것으로 분석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 5.24조치 전면적 해제 또는 완화 ▲ 금강산관광 재개 ▲ 대북전단살포 적극 제재 ▲ 대북특사 파견이나 이희호 여사 특사 임명을 통한 대화 메시지 전달 등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다각적 방향을 모색하는 방법 등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정부에서 어느 정도 적극성을 보일지 미지수이다. 7월 15일 민화협에서 주최한 홍용표 통일부장관 특강에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달성하기 위해 북한과의 대화나 협력이 필수적인데,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전략이나 비책이 있는가?" 라는 질문에 홍용표 장관의 답은 "없다. 꾸준히 노력할 뿐이다." 라는 의미 없는 답변뿐이었다.

덧붙이는 글 | 홍명근 시민기자는 사단법인 경실련 통일협회 간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통일, #통준위, #경실련, #평화,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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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실련, 바꿈세상을바꾸는꿈,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그리고 지금은 한반도평화경제포럼 사무처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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