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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독후감 대회에서 청소년 부문 '꿈틀꿈틀꿈틀상(최우수)'을 받은 글입니다. [편집자말]
행복사회 덴마크의 교육철학에 담긴 그룬트비 정신. 기독교 목회자인 니콜라이 그룬트비는 "깨어 있으라, 공부하라"는 말을 남겼고, 그의 정신은 깨어있는 시민이 조직한 신뢰 사회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행복사회 덴마크의 교육철학에 담긴 그룬트비 정신. 기독교 목회자인 니콜라이 그룬트비는 "깨어 있으라, 공부하라"는 말을 남겼고, 그의 정신은 깨어있는 시민이 조직한 신뢰 사회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 김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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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서 이틀이 지나서야 독후감을 쓰게 되었다. 막 이 책을 덮었을 때는 가슴이 뛰고 머릿속이 복잡해 어떠한 글도 남길 수 없었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여 주말 이틀간 동네를 걸어 다니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리고 그것을 이곳에 기록하려 한다.

part 1. 나도 행복하고 싶었다

처음엔 다른 특별한 이유보다는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뭔가 가슴을 아릿하게 만드는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라는 지금의 시기가 너무도 갑갑하고, 또 사회에 나가 하고 싶은 일과 이루고 싶은 비전은 너무나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성적이라는 현실이 나를 붙잡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었을까?

이 책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는 제목만으로도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나는 삶을 살아가는 큰 목적이자 인간으로서의 권리가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언젠가부터 그 행복을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 괴롭고 두려워졌다. 그래서 이렇게 열심히 준비하는데도 미래의 행복이 불투명한 이 사회의 문제를 찾고 싶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배가 고프고, 배가 부르면 마음이 공허한 사회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배부르고 마음이 흡족한 사람이 소수뿐이라는 사실이 부당하다고 생각했다. 행복은 돈과 명예만이 아닌데 자아를 실현하기엔 제약이 많은 이 사회가 답답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진짜 행복이 뭔지 그 답을 명확히 알지 못했다. 그 답을 이 책에서 찾고 싶었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나는 이렇게 되물었다. "나도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요?"

part 2. 반짝반짝 마음 따뜻한 청년들이 넘치는 사회

책의 첫 시작에서 만난 페테르센 아저씨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쉰여섯의 나이에 아주 즐겁게 웨이터 일을 하는 그의 모습에 나는 한국의 평범한 쉰여섯 가장의 모습을 떠올렸다. 한국에서 쉰여섯의 가장이 가장 많이 하는 일이 뭘까? 아마도 치킨집? 사오정(45세 정년퇴직)이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대한민국 중년 가장의 삶은 위태롭다. 꿈, 비전, 자아실현 보다는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이 뭐든 해야 한다.

우리 아버지도 매번 하시는 말씀이 "죽지 못해 산다", "나중에 아버지 하는 일 같은 건 하지 말아라"셨다. 그런데 웨이터라는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즐겁게, 또 50이 넘는 나이까지 하는 페테르센 아저씨의 모습은 그분 한분만으로도 뒤에 나올 덴마크 사회의 모습을 다 대변해 주기에 충분했다.

첫째는 덴마크 사람들은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잘 안다는 것. 둘째는 웨이터라는 자신의 직업과 열쇠수리공이라는 아들의 직업을 자랑스러워할 만큼 직업 평등에 대한 덴마크 사회의 의식 수준이 높다는 것. 셋째는 웨이터라는 직업으로도 의식주, 여가, 자녀교육 등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경제적, 기본적 평등이 잘 보장되어 있는 국가라는 것. 넷째는 이 모든 조건들로 인해 삶의 만족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

책에서 만난 국회의원, 기업 사장, 기자까지도 다들 페테르센 씨와 비슷한 생각과 만족을 가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나는 울컥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분들의 삶이 참 반짝반짝해 보여서이기도 했고, "누구도 특별하지 않고, 누구나 소중하다"라는 덴마크인들의 생각이 놀랍고 부러웠다. 남들보다 더 좋은 옷, 더 좋은 집, 더 좋은 배우자처럼 좋은 조건을 따지는 사람들을 비판하면서도 누구보다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어 했던 나의 욕심을 깨닫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던 또 다른 부분은 덴마크의 공동체 의식에 관한 부분이다. 협동조합부터 시작해서 스반홀름 마을, 월급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면서도 즐거워하는 덴마크 사람들의 모습은 함께 무언가를 이루는 것이 얼마나 대단하고 아름다운 일인지를 알게 했다. 또한 그 세금을 통해 복지를 이루면서 덴마크 사회를 도전하기 좋은 사회로 만들어가는 모습이 참 부러웠다.

"도전할 수 있을 때까지가 청춘이다"라는 말은 내가 좋아하는 말 중 하나인데, 10대도, 20대도, 50대도 똑같이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사회, 심지어 함께 도전하는 것의 가치를 아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덴마크는 반짝반짝하면서도 마음 따뜻한 청년들로 넘치는 사회이구나 싶었다.

part 3. 울창한 숲을 이루려면 나무를 심어야지

덴마크 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놀랍게도 사람들이 욕심이 없다는 것이다. 월급을 많이 받는 사람도, 적게 받는 사람도 월급의 많은 부분을 세금으로 내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는다. 우리나라로 보자면 삼성 사장님이 한 달 수익금의 절반을 세금으로 내면서도 아까워하지 않는 느낌?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 여러 가지 경제 문제가 일어난다.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빈부격차라고 생각한다. 또한 제한된 수량의 자원을 누가 얼마나 가져가느냐,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그 자원을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비슷하게 나누어 갖는 일은 아주 큰 결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덴마크는 그 '양보'에 익숙하다. 아니, 오히려 그 양보가 행복의 조건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덴마크 사람들에겐 내가 낸 세금으로 누군가가 공부하고 치료받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그리고 그 자부심은 삶에 대한 만족과 행복으로 돌아온다. 결국 욕심이 없다고 하기보다는 행복의 요소에 대한 의식의 차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의식의 차이는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나는 주저 없이 교육이라고 말하겠다. 이 책에서도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다. 덴마크의 교육은 굉장히 매력적이다. 꿈꾸는 것이 자유로운 나라답게 '함께' 살아가는 것의 가치와 '스스로에게 가치 있는 삶'을 찾아가는 학교의 모습이 굉장히 이상적으로 느껴졌다.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이런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면서 스스로 공부해나가는 덴마크의 교육법, 남들과 비교해서 이기기보다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그 모두가 가치 있음을 배우는 것까지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라 세계의 모든 나라가 배워야하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깨어있는 시민이 되어가는 덴마크의 아이들을 보니 울창한 숲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한 그루 한 그루 나무들을 심어나갔을 때 만들어지는구나 싶었다. 내면의 가치에서 행복을 찾는 것을 가르치는 덴마크의 학교, 그렇기에 학생들은 외부 상황이 아무리 변화해도 흔들리지 않는 행복한 사람으로 자라나는 것이다. 또 그 사람들이 모여 흔들림 없는 행복 사회가 이루어졌다. 이것이 덴마크 행복사회의 비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part 4. 내가 한국의 '그룬트비', '달가스'가 되기 위해서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겉그림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겉그림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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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폈을 때 나는 행복해지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도 행복해지고 싶다. 그런데 지금은 '함께' 행복해지고 싶다. 책을 읽고 나니 가슴이 뛴다.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와 미래의 내 자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틀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영 생각해 본적 없던 정치의 길로 나서야 하나?", "대통령께 이 책을 보내드려야 하나?" 그러다 문득 생각이 정리되었다.

우선 조급해하지 않을 생각이다. 덴마크의 이러한 변화도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정착된 것이라고 한다. 섣부른 행동은 실수를 일으킬 수 있다. 당장 지금의 내가 무엇을 한다고 큰 영향력을 갖기도 어렵다. 울창한 숲을 이루려면 한 그루의 나무를 먼저 심어야 하는 법. 그 나무를 내 비전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사실 시골학교의 선생님이 되고 싶었는데 이 책을 읽고 더 확고해졌다. 대한민국이 평등한 복지사회가 되기 위해선 도시와 농촌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와 농촌 격차의 원인은 일자리 등의 문제도 있지만 교육의 문제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교육의 질적 차이를 나는 시골 학교에서부터 먼저 줄이고 싶다. 그룬트비가 만든 학교처럼 아이들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충분히 고민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고 싶다. 또 책임감 있는 어른으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도 함께 고민해보고 싶다. 대한민국에서 이웃을 사랑하고, 조국을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농촌 공동체 안에서 농촌의 발전을 위해 어떤 미래를 준비해야할지 부딪혀가며 고민하고 싶다.

지금은 이렇게 가슴이 뛰지만 진정 그룬트비, 달가스가 되기 위해서는 열정만으로는 어렵다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진정한 지식인은 감성과 지성이 적절히 조화된 사람이라는 말처럼 나 또한 무작정 달려드는 용기보다는 체계적인 공부와 실천하는 용기를 가진 시민이 되고 싶다. 그리고 사회의 변화는 개인의 변화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않고 더 많은 친구들에게 그룬트비와 달가스 정신을 알리고 싶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다시 한 번 내게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그것을 믿고 나아갔을 때 변화하는 미래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행복은 먼발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안에 싹트고 있다. 그리고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 싹을 틔운다면 머지않아 대한민국도 덴마크처럼 울창한 행복의 숲을 이룰 것이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 행복지수 1위 덴마크에서 새로운 길을 찾다

오연호 지음, 오마이북(2014)


태그:#우리도행복할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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