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1편(백종원 "가정주부께 사과드리고 싶다")에서 이어집니다

 tvN <집밥 백선생>에 출연 중인 요리연구가 백종원

tvN <집밥 백선생>에 출연 중인 요리연구가 백종원 ⓒ CJ E&M


자신의 회사 앞으로 등록된 외식 프랜차이즈 상표만 36개, 그 중 실제로 운영 중인 것은 27개란다. 서울의 노른자위 땅에 자신의 이름을 딴 먹자골목도 있다. "남는 건 얼마 없다"고는 하지만 "연 매출은 천억 원이 조금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이 땅에 얼마나 있을까. 요리연구가이자 외식사업가인 백종원의 미덕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이 정도 규모라면 드라마에서 봤을 법한 '자신만만한 사업가'의 모습을 상상할 수도 있겠지만, 백종원은 순박한 충청도 사투리를 앞세워 한없이 자신을 낮춘다.

8일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한 tvN <집밥 백선생> 세트장에서도 그랬다. "처음 뵙겠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곤 50여 명의 취재진이 눈에 들어오자 "어이쿠, 이것도 이상하네"라며 겸연쩍어했고, 질의응답을 위해 마이크를 건네자 "이걸 들어야 하나요? 내 목소리가 다 들리니께, 이상해가지고…"라며 쑥스러운 듯 웃음 지었다. 최근의 '쿡방' 열풍에 대한 질문에도 "나는 희한하게 흐름을 잘 탄 경우"라는 답을 내놨다.

"어렸을 적부터 요리 프로그램을 보며 자랐어요. 지금에서야 쿡방, 먹방 같은 단어가 나왔을 뿐이지 (나보다) 앞서 많은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요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 분들에 비하면 저는 너무 쉬운 분야를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죄송한 마음이죠. 누누이 얘기하지만 전 셰프가 아니에요. 프로로 요리하는 분들의 이름을 감히 더럽힐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내 요리, 간이 세다고? 더 많은 사람들이 요리 해봤으면 해서다"

백종원은 '국민학교' 때부터 음식과 요리에 유난히 관심이 많았다. 아버지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러 열 개씩 사 오는 햄버거를 냉장고에 넣어 뒀다가 꺼내 먹을 때마다 이를 분해해 새로 상추나 토마토를 넣어 먹는 등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까'를 고민했다. 학교에서 받은 건빵도 '빠다'(버터)로 볶아 설탕을 뿌려먹는 맛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대학교 때도 "먹는 것에 병적으로 집착"할 지경이었고, 장교로 군대에 가서도 취사 담당 하사관을 "왜 계란으로 국만 끓이느냐, 돼지고기도 한 번 볶아 보라"며 들들 볶아댄 끝에 보직을 바꿔 결국 조리대 앞에 서게 됐다. 그러니 그의 음식 철학도 자연히 최고급 요리를 선보이는 데 있기보단 저렴하면서도 맛있게, 끼니를 든든히 채우는 데 기운다.

 tvN <집밥 백선생>에 출연 중인 요리연구가 백종원

tvN <집밥 백선생>에 출연 중인 요리연구가 백종원 ⓒ CJ E&M


'간이 세다' '백종원의 음식에는 짠맛과 단맛만 있다'는 비판도 이 때문이다. "개인적으론 요리하는 데 기본은 간 맞추기라고 생각한다"고 입을 연 그는 간을 맞추는 일을 땅바닥에 금을 그어놓고 동전을 던져 가장 금에 가까이 던진 사람이 모든 동전을 갖는 내기에 비유했다. "대중적인 '맛'을 위해선 최소한 간을 그 금에 가까이 갖다놔야 한다"는 그는 "어설프게 (금에) 가까이 가느니 차라리 금을 밟는 것이 안정적이라 생각하다 보니 (간이) 강하게 된 것"이라고 역설했다.

"간 보는 게 어려우면 보는 분들이 (요리를 해 보고) '에이, 맛없어' 해버릴까 염려돼요. 어떻게 보면 금을 밟고 인정하고 시작하는 게 더 쉽죠. 일단 금을 밟고, 자신의 기호에 따라 조절할 수 있게 되면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게 되거든요. 당분간 욕을 먹더라도, 많은 분들이 요리를 해 보셨으면 하는 의미에서 하는 거예요. 이래놓고 제가 병이 생기면 '저것 봐, 그럴 줄 알았어' 하실 분들도 있을 테니 몸 관리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 (웃음)"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그의 이름을 거론하고, "백종원 식당 음식은 다 그 정도다. 맛있는 음식은 아니다"라고 말한 데에도 백종원의 답은 명쾌했다. "비평가로서 할 말을 했다 생각한다. 나를 '디스'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백종원은 "같은 글을 보고도 사람마다 해석이 다를 수 있는데, 내가 (그 인터뷰를) 봤을 땐 '음식의 맛이라는 게 치우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정도였다"고 말했다.

"제가 (방송에) 나와서 하고 있는 음식의 수준은 자전거로 얘기하자면 세발자전거에요. 누구든 안심하고 탈 수 있는 자전거죠. 또 셰프가 사이클 선수라면 저는 자전거포 주인이에요. 제가 원하는 건 '우리 자전거를 파는 것'보다는 '자전거를 보급하는 것'이고요. 요리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이래도 되나?'하면서 해 봤으면 하는 거죠. 어떤 분들은 그걸 두고 '현혹시킨다'고도 하겠지만, 아니에요. 세발자전거로 시작해 두발자전거도 타시고, 산악자전거도 타시고, 자전거로 배달도 하고 출퇴근도 하셨으면 하는 거죠."

"IMF 때 쫄딱 망해...그때 경험이 지금의 삶에 도움 줬다"

 tvN <집밥 백선생>에 출연 중인 요리연구가 백종원

tvN <집밥 백선생>에 출연 중인 요리연구가 백종원 ⓒ CJ E&M


그래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수식어도 '백선생', 혹은 '백주부'다. 누구보다 친근하게, 누구보다 쉽게 요리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들어 있는 말이다. "20년 전만 해도 '사장님'이라는 말을 좋아했다. 그리고 '사장님'이라는 말이 흔해지자 '대표'라고 불리면 있어 보인다는 생각에 좋았다"는 그의 과거사를 들어 보면 커다란 변화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소통 비결로 '솔직함'을 꼽은 그는 "정말 경험이 중요하다"며 IMF를 겪으며 "쫄딱 망했"던 시절의 자신을 떠올렸다.

"그전까진 집안도 나름대로 유복했고 학교도 운 좋게 잘 갔어요. 하는 일마다 실패가 없었죠. 그런데 그때 크게 망하면서 굉장한 충격을 받았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막막했어요. 그러면서 '가면'을 쓰고 사람을 대하는 것보단 있는 그대로 하는 게 당장 효과는 없다고 해도 편한 거라는 걸 깨달았죠. 마음이 열리면서 (태도도) 변한 것 같아요. 그전까진 손님들에게 '아휴, 어서 오세요' '음식은 맛있으셨어요?'하는 게 다 연기였어요. 동네 분들을 봐도 과장되게 90도씩 인사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다 내려놓고 조금은 덜 친절해 보여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저에게도 자연스럽고 보는 분들의 마음에도 와 닿았던 것 같아요. 그런 게 쌓이고 쌓여 지금의 제가 있는 거죠. 거짓이 없으니, 자신감도 생기게 됐어요. 지금 방송을 하면서도 (요리에) 실패하거나 잘 몰라도 재밌어 해주시니 더 자신감이 생기고요. 당시의 경험이 지금의 삶에 많은 도움을 준 거죠."

백종원 집밥 백선생 황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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