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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는 힘들다'는 것이 일종의 통념처럼 자리 잡았다지만, 그 중 젊은 예술가는 특히 힘든 것이 현실이다. 등록금, 생활비 등의 고질병과도 같은 청년 문제와 함께 예술을 업으로 함으로써 발생하는 어려움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미술학부를 졸업한 뒤 현재 플리마켓에 소품에 그림을 그려 파는 활동을 하고 있는 김아무개씨는 "예술가를 직업으로 삼으면서 작품이 곧 수익이 되어서 돌아오는 당연한 구조가 쉽지 않은 것이 보편적인 예술계의 모습"이라며 "단순한 작품 활동으로는 재료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현재 플리마켓에서 손님들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주거나 서빙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학에 재학 중이거나 졸업 후 갓 시장에 진입한 신진 예술가들은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다. 금전적 문제뿐 아니라, 작품을 발표할 공간이나 기회가 부족하다는 사실과 기성 예술 시장에 존재하는 높은 진입 장벽은 그들에게 큰 암초가 된다. 학연이나 지연 등 적절하게 '비빌 곳'을 찾지 못하면 예술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젊고 유망한 작가들이 예술을 포기할 기로에 놓이는 것을 막기 위한 경제적인 지원이 특히 요구되지만 현실은 여의치 않다.

예술가들을 위한 지원 정책들은 여러 재단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그 심사 기준 때문에 신진 예술가들은 신청을 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대부분의 지원 사업에서 '경력'을 주요 심사 기준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시행하는 '서울 메세나지원사업'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대관료 지원 사업을 비롯한 주요 지원 사업에서 '단체 및 개인의 역량' 혹은 '해당 분야 발전의 기여도'를 중요 심사 기준으로 보고 있는데, 이에는 최근 몇 년간의 공연 및 수상실적이 들어간다. 공연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전시회를 열거나 대회에서 수상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젊은 예술가들은 지원 신청을 해도 떨어지거나 아예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기존의 지원 사업에서 청년 예술가들이 소외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서울문화재단의 '유망예술지원사업' 등 작가의 경력보다 작품 자체를 보고 지원하는 사업들이 만들어졌다.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공모전 수상 등 작가가 활동해온 이력이 아닌 신청된 작품의 완성도를 심사 기준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신청하는 예술가들에 비해 낮은 선정률로 실제 그 혜택을 보는 예술가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낮은 선정률... 신진 예술가, 인재 발굴 위한 예산 확보 진행돼야

유망예술지원사업의 신청건수 대비 선정건수 비율
 유망예술지원사업의 신청건수 대비 선정건수 비율
ⓒ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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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에서 권고한 지원 사업의 신청건 수 대비 지원 결정건 수 비율은 40%이지만, 2015년 서울문화재단의 '유망예술지원사업'에서는 전체 신청 수 283건 중 22건만이 선정돼 선정률이 8%미만으로, 상대적으로 경력을 요하는 예술 창작 지원 사업의 선정 비율 총합 19.5%와 비교해 낮은 수치를 보였다.

또한, '유망 예술 지원 사업' 중에서도 예술 부문별로 선정 편차가 심한 점도 두드러졌다. 시각 분야의 경우 신청건 수가 134건이고 음악·사운드 부문의 경우 11건으로 큰 차이를 보였으나 선정건 수는 시각 분야가 1건 더 많은 것에 불과했다. 지원자는 많지만 다른 분야와 차이가 없는 선정건 수 때문에 시각 예술 선정 비율은 4%도 채 되지 못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차세대예술인력 육성사업(AYAF)의 경우 시각분야는 198건 중 11건, 공연예술분야 169건 중 20건이, 창작 뮤지컬 육성 지원사업 '아르코창작아카데미'의 경우 126건 중 20건이 선정돼 비교적 높은 비율을 보였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신진 예술가 지원 육성을 위해 AYAF프로그램을 다년간 개선한 결과다. 그러나 신진 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이 지원활동 자체에만 집중돼있어 차후 관리 면에서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젊은 예술가 공동체 '시소타기'의 공동대표이자 청년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현석씨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지원금을 배당받아도 그때 뿐 다시 생활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며 "신진 예술가에 대한 경제적 지원이 1회성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연계해주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서 정 대표는 "수혜자가 한정돼 있는 지원금 제도는 예술가의 경제적 자립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한다"며 "신진 예술가들이 작품을 공적으로 알리고 경력을 쌓을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이 더 많이 구축되고 젊은 작가들이 좋은 작품으로 계속 대중과 소통할 수 있게 되면 예술시장은 저절로 개선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현재 필요성에 따라 신진예술가를 위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지고 개선되고 있지만, 예산은 아직도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문화재단 측은 "최근 신진예술가의 다양한 활동들이 증가하고 있으나 지원금은 수년째 제자리"라며 "소수의 예술가를 지원할 수밖에 없어 지속적으로 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 예술계를 이끌어갈 성장 동력인 젊은 예술가들이 경제적 여건으로 작품 활동을 중단하는 일이 없도록 전폭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경력을 보는 다수의 지원 정책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이 신진 예술가를 위한 정책에서는 실질적인 지원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다각적이고 심도 있는 정책과 이들 지원 제도가 인재 발굴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로 이어지도록 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전채은 시민기자는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청정넷)(http://seoulyg.net) 대학생기자단입니다. 청정넷은 7월 13일부터 7월 19일까지 열리는 서울청년주간(http://youthweek.kr/)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태그:#젊은 예술가, #서울문화재단, #예술가 지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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