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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8일 의원총회에서 제압당할 것인가.

현직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에서 그의 퇴진에 사활을 건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 역시 '당청 갈등 봉합'이라는 명분으로 그에게 '백의종군'을 권하고 있다. 어떤 단어로 치장한다 하더라도 결과는 단 하나, '유승민 아웃'인 것이다. 청와대와 당 지도부, 그들은 과연 뜻을 이룰 수 있을까.

결과부터 얘기하자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그 이유가 나름 자세히 소개돼 있다.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에 대해 응답자의 49.4%가 반대 뜻을 밝혔다. 찬성은 35.7%였다(유권자 5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4.4%포인트).

같은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지지자 가운데에서는 유승민 사퇴 찬성 입장이 62%에 달했다. 즉, 야당 지지자들이 전략적으로 유 대표를 지지하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과연 그럴까.

<리얼미터> 7월 7일 공개자료
▲ 유승민 '사퇴 반대' 의견 우세 <리얼미터> 7월 7일 공개자료
ⓒ 리얼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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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미터> 여론조사는 지역별로도 이뤄졌다. 이 결과를 주목하면 8일 새누리당 의총 결과를 짐작할 수 있다. 서울에서는 '사퇴 반대'가 58.1%로 '사퇴 찬성' 32.4%를 압도했다. 경기∙인천 역시 '사퇴 반대'가 49.1%로 '찬성' 36.2%를 압도했다. 이 지역 응답자 중에서 굳이 새누리당 지지자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 총선은 새누리당 지지자들만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4.11 총선 당시 새누리당이 승리했다. 언론은 '박근혜의 힘'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수도권만 놓고 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새누리당이 참패했다. 당시 수도권 112석 의석 가운데 새누리당이 승리한 곳은 43석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수도권 의석수 가운데 38%를 가져갔다. 수도권에서 당선된 의원들 혹은 아깝게 패배한 지역구 위원장들에게 '박근혜'라는 브랜드는 '필요하지만 절대적이지 않은' 수준이었던 셈이다.

'유승민 사퇴 반대' 목소리, 누가 높이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난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도중 어디선가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지난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도중 어디선가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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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대표는 7일 새누리당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최고위에서 '새누리당의 미래와 박근혜 정권의 성공을 위한 원내대표 사퇴 권고 결의안 채택을 위한 의총'을 열기로 했다"라면서 "의총에서 유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를 결론 내리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대통령과 당을 위해 불가피한 사안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미 박 대통령은 '유승민 아웃'을 격앙된 목소리로 밝힌 바 있다.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동시에 '유승민 아웃'을 선언한 셈이다. 이쯤 되면 상황 파악이 됐을 텐데 놀랍게도 새누리당 내부에서 공개적인 '항명'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비박'의 상징인 이재오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그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으로 참담하다, 내가 입당한 1996년 이래 이토록 참담한 때가 없었다"라면서 '유승민 아웃'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이 의원은 "원내대표를 내쫓는 일을 그만두기 바란다"라면서 "내일(8일) 의총은 밤을 새서라도 당의 미래와 정치혁신에 대해서 끝장토론할 것을 제의한다"라고 덧붙였다.

쇄신파로 분류되는 정두언 의원 역시 7일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정 의원은 "이번 사태를 야기한 국회법 개정안 처리는 지도부도 승인한 사항"이라며 "설령 잘못이 있다면 원내대표뿐 아니라 지도부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무성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 지도부는 원내대표를 사퇴시키기 전에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자신들의 거취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용태 의원 역시 "8일 의총은 당 쇄신에 전면적으로 돌입하는 시발탄이 돼야 한다"라면서 "(당청 간) 수평적 관계가 부정되고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는 끝장토론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재오·정두언 의원과 마찬가지로 김용태 의원 역시 '시발탄'이란 표현을 쓰며 '유승민 아웃'에 명백하게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대통령과 당 대표에 맞서 반대 목소리를 낸 이들은 누구이며 이유는 무엇인가. 앞서 인용한 <리얼미터> 결과에서 이들이 내는 목소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재오(서울 은평), 정두언(서울 서대문), 김용태(서울 양천) 등 이들은 모두 서울 지역구 의원들이다. 여론조사에서 확인됐듯이 서울 시민들은 '58% vs. 32%'로 '유승민 아웃'에 '반대' 입장이다.

박근혜의 오판, 식물 대통령 되나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 신임장 제정식을 위해 접견실에 들어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주한 방글라데시 대사 신임장 제정식을 위해 접견실에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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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은 최근 30%대 초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지역의 여론은 더욱 나쁘다. 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대통령의 유승민을 향한 비토와 구박은 "초등학생도 이렇게 왕따시키진 않을 것"이라는 언론보도까지 불러왔다. 그 결과에 대한 국민 여론은 이미 수치로 확인됐다.

8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유승민 원내대표는 참여하지 않는다. 그는 "어떤 의총 결론이든 무조건 따를 것"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지난 6월 25일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고 '유승민 아웃'을 공표한 직후에도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개최한 바 있다. 약 4시간 40분에 걸친 의총에서 발언을 한 의원은 40여 명. 이날의 의총결과는 '유승민 지지'였다.

그로부터 약 2주의 시간이 흘렀다. 다시 의총이 열린다. 김무성 대표는 "(8일 의총에서) 가능한 표결로 가지 않도록 노력을 하기 위해서, 그래서 권고(결의안 채택을 하려 한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비박계 의원들 역시 절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결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유승민 원내대표가 사퇴하고, 친박계 원내대표가 선출되는 결과가 나온다면, 이는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선거의 여왕'은 지난 6월 25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지난 선거에서 후보와 새누리당의 승리를 위해 열심히 뛰었지만 남은 것이라고는 '정치적, 도덕적 공허함'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영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깜짝 놀랐겠지만, 지난 총선 당시 수도권에서 생존한 의원들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았을 것이다.

이재오, 정두언, 김용태 등 이미 입장을 명확히 밝힌 의원들뿐 아니라 수도권 비박계 의원들 역시 8일 의총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분명히 낼 것으로 예상된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퇴진이 한목소리로, 박수로 처리될 사안이 아님은 분명해 보인다. 박 대통령은 이런 반대의 목소리를 또다시 '자기 정치'로 해석해 '배신의 정치'를 운운할까.

유승민 대표가 퇴진하든, 퇴진하지 않든 이미 한 명의 패자는 확실해졌다. 이 시점에 퇴진하면 '상처뿐인 영광'을 얻게 될 것이고, 퇴진하지 않으면 '식물 대통령'에 자신의 이름을 올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박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답지 않게 자신의 편을 상대로 싸웠다. 한국 정치사에 오랫동안 회자될 장면이다.

○ 편집ㅣ김지현 기자



태그:#유승민, #수도권, #이재오, #정두언,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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