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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6일 본회의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를 시도했으나 새누리당의 표결 불참으로 무산됐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회의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국회는 6일 본회의를 열고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를 시도했으나 새누리당의 표결 불참으로 무산됐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회의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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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기다려도 재적의원 과반수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이 안건에 대한 투표는 성립되지 않았음을 선언한다."

54분을 기다린 끝에 정의화 국회의장은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다. 국회로 되돌아온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는 예상대로 새누리당의 표결 불참으로 6일 무산됐다. 이로써 지난 5월 29일 본회의를 통과한 뒤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간 국회법 개정안은 19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의 수순을 밟게 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국회법 재의가 무산 된 후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법 개정안이 투표 불성립으로 사실상 폐기된 데 대해 과정이야 어찌 됐든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제 관심은 여당 내 친박(박근혜)의 사퇴 요구를 묵묵히 버티고 있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에 쏠리고 있다. 친박계는 국회법 개정안 재의가 예정돼 있었던 이날을 사퇴 시한으로 못 박고 유 원내대표를 압박해 왔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는 자신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그는 이날 본회의가 잠시 정회된 후 기자들과 만나 '거취와 관련한 입장 발표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오늘 제 입장 발표는 없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날 아침 출근길에서도 "(거취와 관련한 입장 표명을) 안 하겠다"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유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이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짧은 소감을 밝혔다.

길어지고 있는 유승민의 침묵... 당내 기류 변화 조짐

유 원내대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는 사이 당내 기류엔 변화가 생기고 있다. 당 내분 수습을 위해 유 원내대표가 결단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유 원내대표에 우호적인 비박계 내에서도 당·청 갈등과 당내 친박 대 비박의 대립이 장기화하면 청와대는 청와대대로, 당은 당대로 심각한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초선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직을 내놓을 만큼 잘못한 것은 없지만 현실적으로 당의 내분과 당·청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서는 (사퇴 외에) 다른 방도가 없는  것 아니냐"라며 "유 원내대표가 대승적으로 물러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는 당내 여론이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유 원내대표가 지금처럼 자신의 거취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비박계의 한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늦어도 내일(7일)쯤에는 사퇴든 아니든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라며 "그래야 당도 거기에 맞춰 수습 방안을 찾을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고심 중인 유 원내대표도 당내 의원들을 상대로 의견 수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의원들도 빠른 시일 내에 거취와 관련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여론 수렴 나선 유승민... 김무성은 전방위 설득

유 원내대표의 최측근인 김세연 의원은 이날 본회의 도중 이 같은 뜻을 유 원내대표에게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헤럴드경제>의 카메라에 포착된 유 원내대표의 문자메시지 내용을 보면 김 의원은 유 원내대표에게 "오늘 어떤 입장 표명조차 없이 가는 건 안된다, 저쪽(친박)에서 자리에 연연한다고 마타도어 중이기 때문에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의원들이 거취를 정해 주시면 겸허히 따르겠다'는 말씀을 본회의 이후 반드시 할 필요가 있다"라고 돼 있다.

김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의원총회 전, 000의원과 논의했던 내용을 보고 드린다"라며 이 같은 제안을 유 원내대표에게 보냈다.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는 김무성 대표도 전방위 설득에 나섰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법과 관련해 이런저런 이야기가 많지만, 당·청은 공동운명체이자 한 몸"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 곧 새누리당의 성공"이라고 말했다. 당·청 화합 필요성 강조를 통해 우회적으로 유 원내대표의 결단을 요구한 것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7일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7일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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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이날 오전 유 원내대표가 서청원 최고위원과 15분 동안 단독으로 만난 뒤, 이어 30분간 독대를 하기도 했다. 대화 내용은 철저히 함구하고 있지만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더 큰 정치를 위한 유 원내대표의 '명예로운 퇴진' 필요성을 설명하며 설득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 사퇴 시한 하루 연장... 유승민 7일 입장 발표할 듯

이에 따라 유 원내대표가 빠르면 7일에는 본인의 입장을 발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당내에서는 시기가 문제일 뿐 사퇴는 기정 사실로 보는 시각과  유 원내대표가 사퇴를 거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맞서고 있다.

비박계의 한 재선 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결단이 늦어질수록 당내 갈등 증폭 책임론이 커지면서 동정 여론이 싸늘하게 식어갈 것"이라며 "이 점을 유 원내대표가 모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친박은 사퇴 시한을 하루 연장했다. 친박계 김태흠 의원은 이날 "유 원내대표가 내일(7일) 오전까지 거취 표명을 하지 않으면 의원총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하겠다"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김 의원은 "유 원내대표는 지난 의원총회에서 재신임을 받았다고 하는데, 동의할 수 없어 의원총회를 소집해 (재신임 여부를) 다시 묻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매주 화요일 원내대표 주재로 원내대책회의를 연다. 화요일인 7일 오전 열리는 원내대책회의가 새누리당 내분 확산 여부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편집ㅣ손병관 기자



태그:#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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