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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후 정의당 원내대표.
 정진후 정의당 원내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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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7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메르스 감염 환자가 발생하거나 경유한 24개 병원 명단을 공개했다. 최 부총리는 당시 공석이었던 국무총리의 직무대행을 맡고 있었다. 이날 기자회견은 정부가 그동안 환자 감염 및 경유 병원 비공개 원칙을 깨고 처음으로 그 명단을 발표해 여론에 관심이 집중됐다.

기자회견에서 질의응답이 한창 진행 중일 때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이 최 총리대행에게 종이쪽지를 하나 건넸다. 앞서 메르스 환자 경유 병원의 감염 위험을 묻는 질문이 있은 후였다. 최 총리대행은 "환자가 단순히 경유한 18개 의료기관은 감염 우려가 사실상 없는 곳"이라고 쪽지 내용을 그대로 읽었다.

당시 방송카메라에는 잡힌 쪽지 맨 아래에는 'BH요청'이라고 적혀 있었다. 'BH'는 'Blue House'의 약자로 통상 청와대를 지칭한다. 이날 최 총리대행의 답변이 청와대가 요구한 것임을 보여주는 문구라고 할 수 있다. 청와대가 총리에게 특정한 발언을 주문하는 것이야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그것이 완전히 잘못된 내용일 때는 얘기가 다르다.

당장 기자회견 다음날 최 총리대행이 '감염 우려가 사실상 없는 곳'이라고 말했던 병원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했다. 한두 곳도 아니고 5개 병원에서 거의 동시적으로 환자가 발생했다. 최 총리대행이 말한 내용은 완전히 빗나갔다. 정확히 말해 애초 청와대 요청으로 전달된 내용이 틀린 것이다.

"정부 스스로 위기관리 능력을 무력화시켰다"

정진후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이 같은 쪽지의 정체를 물었다. 위기 상황을 총괄해야 할 청와대에서 전혀 엉뚱한 내용을 전파한 것에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이병기 실장은 "우리가 그런 요구를 한 적 없다"라며 "조사해보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정 의원은 "정부 명단 공개 후 경유 병원 18곳 중 5곳의 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라며 "(정부 발표가) 하루 만에 달라졌다"라고 지적했다. 진선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지만, 청와대에서 메르스 대책을 총괄하고 있는 최원영 고용복지수석 역시 "저렇게 요청한 사실이 없다"라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5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최경환 총리대행의 기자회견 이후 상황을 보면, 당시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내용은 정부와 청와대가 전혀 상황파악이 안됐다는 걸 증명한다"라며 "메르스에 대한 정확하고 전문적인 지식 없이 병원 이용에 불안감을 줄이겠다는 생각만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원내대표는 또 "우리나라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통해 총리대행에게 의문의 쪽지를 전하고 한 글자도 틀리지 않게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곳이 어딘가?"라며 "청와대가 아니라면 그런 힘을 행사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서실장과 고용복지수석도 모르게 할 수 있는 건 대통령이나 대통령의 최측근 뿐"이라고 덧붙였다.

또 해당 쪽지가 단순 실무선에서 전달됐을 가능성에는 "책임자들이 전혀 모르는 일이 실무선에서 이뤄진 것이라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실무 선에서 그런 내용이 전달됐다면 아무런 검토나 검증없이 그냥 무작위로 날린 것"이라며 "위기관리의 무능력을 보여준 것도 모자라 정부가 스스로 위기관리 능력을 무력화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그동안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많이 비판받아왔는데, 그 문제를 넘어 오히려 상황을 혼란에 빠트리는 쪽으로 행동하고 있다"라며 "비서실장이 해당 쪽지를 조사하겠다고 했지만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BH요청'이라는 이름으로 잘못된 사실이 공표되게 한 것 자체만으로 정부의 무능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에서도 청와대는 'BH요청'이라고 해서 구조작업에 수차례 개입했다, 그러나 그것이 상황을 통제하거나 지휘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혼란만 조장하는 모습이었다"라며 "이번 메르스 사태의 경우도 전혀 다르지 않다, 이제 정부가 말로만 대응책을 마련하겠다고 하는 것을 믿을 수 없다"라고 질타했다.

한편, 국회 메르스대책특별위원회는 오는 8일 전체 회의를 열고 정부와 각 병원의 메르스 대응 실태를 점검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는 최 총리대행에게 쪽지를 전달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출석할 예정이다.


태그:#메르스, #정진후, #정의당, #최경환, #문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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